RPG Lv. 13 - 공유지의 비극

규라리 [김준호]·2022년 10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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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 주변에 철이 하나도 없다고?"

여러분들도 <마인크래프트>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나는 시간이 많이 남는 시기에 동기들과 함께 서버를 열어서 여러 모드들을 즐기고는 했다.
그 중 가장 좋아하는 모드를 고르자면 "Mekanism"이 있는데, 이 모드가 사실 여러모로 골 때리는 모드다.
겉으로 보기에는 여러 기계들과 과학 기술을 접목시킨 재미있는 모드이지만, 그 기계 중 하나가 정말 특이하다.

바로 이 "디지털 채굴기"가 문제다!
Mekanism 모드는 많게는 수 천 단위의 광물들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그 광물을 쉽게 구할 수 있는 디지털 채굴기라는 기계가 사용된다. 디지털 채굴기는 범위를 정해두고 광물의 태그를 입력하면 그 범위 내의 광물을 자동으로 캐주는 아주 효자같은 녀석이다.

그런데 이게 왜 문제가 되냐고?
사실 솔로 플레이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서버에서는 이 녀석의 진가가 발휘된다.
이 채굴기의 범위가 상상 이상으로 크기 때문에 분명 자기 집에 설치했지만 옆 집 지하의 광물까지 전부 캐버리는 것이다!

보통은 서버의 사람들이 친구들이라면 함께 모여서 마을을 꾸리게 되지만, 이 놈의 디지털 채굴기를 각자 설치하기 시작하는 순간 그 지역의 광물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운명을 맞기 때문에 나중에는 남아있는 광물을 찾아 먼 여행을 떠나게 될 정도이다.

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되는 걸까?
오늘 이야기 해 볼 내용은 자원 남용손실 책임 회피에 대해 다루는 "공유지의 비극"이다!


단기적 이익 < 장기적 손실

공유지의 비극이란 모든 사람이 함께 사용하는 자원은 결국 바닥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모두에게 손해가 돌아간다는 이론이다.
사람들은 이 과정에서 자원을 소비해서 얻는 단기적 이익보다 장기적 손실이 더 커도 그 손실에 대해 자신에게는 책임이 없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자신이 장기적 손실을 늘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더라도 자원 남용을 멈추지 않는 경우도 있다!

공유지의 비극에서는 자원의 소비량은 점점 늘어나지만 자원이 닫힌 시스템 안에 있다고 가정한다.
쉽게 말하자면, 자원의 총량은 정해져있지만 소비량은 점점 늘어나 끝에는 더 이상 소비할 수 있는 자원이 없어지는 것이다.

미국의 생물학자 가렛 하딘(Garrett Hardin)은 1960년대에 공동 목초지를 예시로 이 이론을 제시했다.
하딘의 예시에 따르면, 소를 키우는 사람들은 공동 목초지에 소를 풀어놓으면 개인 목초지를 만드는 데 돈을 쓰지 않아도 된다고 여기고 무료로 소들을 키워 큰 이익을 얻기 위해 더 많은 소들을 사들이는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공동 목초지의 풀이 전부 바닥나면 개인 목초지로 소들을 옮겨야 했고, 너무 많이 사들인 소들로 인해 개인 목초지마저 감당하지 못하고 황폐해진다는 것이다.

결국 이 공유지의 비극은 두 가지 선택지 사이에서 고민하는 것이 된다.

  • 단기적 이익이 장기적 손실을 충분히 상쇄할 만큼 높기를 기대하며 자원을 최대로 활용한다.
  • 공유 자원의 남용으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방지하고 모든 구성원에게 이익이 돌아갈 수 있게 협력해서 자원을 최대한 아낀다.

"동등한 재분배 vs 독점"

이 공유지의 비극을 해결하기 위해 사용되는 두 가지 해결책정반대의 성격을 가진다.

  • 자원의 동등한 재분재 (공산주의식 해결책)
  • 독점을 통한 해결책

사실 이 두 가지 해결책 모두 최선이라고 볼 수는 없다.
공산주의식 해결책은 효율적으로 자원을 사용할 능력이 없는 구성원에게도 자원을 나누어 주기 때문에 자원의 상당량이 낭비되거나 고갈된다. 독점을 통한 해결책은 권력의 부패, 이익 단체의 활동 등으로 인해 자원의 효율적인 사용이 뒷전이 된다. 독점적인 권한을 통해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가진 자들의 자원 남용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아무튼 내 잘못은 아닌듯함 수고"

게임에서도 공유지의 비극은 적용될 수 있다!
플레이어의 전략이나 게임의 메커닉스 때문에 공유지의 비극이 일어나곤 한다.
순서가 있는 게임에서 먼저 플레이한 플레이어가장 많은 자원을 소비해버린다거나, 모든 플레이어들가능한 한 많은 자원을 소비하려고 하는 경우, 나중엔 플레이어들이 소비 가능한 자원이 줄어들게 된다.

위에서 예시를 들었던 디지털 채굴기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다들 멀리 나가지 않고 마을에 디지털 채굴기를 설치하지만, 광물은 한 번 사라지면 다시 생기지 않기 때문에 결국 그 마을은 광물이 하나도 없는 황폐화된 마을이 되고, 각자 광물을 캐기 위해선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야 하는 손실이 발생한다.
그 결과로 엄청나게 많은 광물들을 편하게 얻으려는 단기적 이익보다 장기적 손실이 더욱 커지게 된다.

게임에서는 이 공유지의 비극을 방지하기 위해 어떻게 자원을 소비할 것인지에 대한 플레이어끼리의 합의나 자원을 적게 소비한 플레이어일수록 일정한 보상을 주는 규칙들이 필요하다. 이런 조치가 없다면 플레이어의 맹목적인 이익 추구로 인해서 자원 남용이 발생하고, 장기적 손실의 책임으로 인해 단기적 이익을 뺏기는 것을 우려해서 손실 책임을 회피하려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자! 오늘은 한정된 시스템 내의 자원이 왜 플레이어들에 의해 남용되고, 플레이어들이 그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지 "공유지의 비극"과 함께 알아보았다!
지금껏 자원이 부족했던게 정말로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하는가?
우리도 무의식적으로 손실 책임을 회피하는 스탠스를 취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한 번씩 생각해봐도 재미있을 듯 하다.

그럼 오늘도 Level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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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명대학교 게임학과 (201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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