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G Lv. 14 - 배경 스토리텔링

규라리 [김준호]·2022년 10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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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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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에 빛이 있었으니..."
...
(15분 후)
...
"그래서 여러분이 여기 온거구요. 아 그리고 옆 동네랑은 사이가 안 좋고, 동굴 안에는 용도 살고..."

여러분도 잘 알다싶이 스토리는 게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게임의 세계관은 플레이어들에게 게임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대략적으로 알려주고, 핵심 플레이에도 큰 영향을 준다.

하지만 게임의 세계관을 위처럼 장황하게 설명하는 경우를 만나면 어떨까?
플레이어는 강제로 모닥불 앞에 앉은 손주들마냥 옛날 이야기를 끝도 없이 듣는 신세가 된다.
아무리 스토리가 좋은 게임이라 한들, 지루해서 게임 플레이에 집중을 못할 정도라면 그건 오히려 역효과가 된다.

그럼 다음은 어떨까?

"뭐... 세계가 위험하니 마왕 좀 잡아주세요. 왜냐구요? 용사 아니세요?"

이건 스토리가 너무 생략됐다!
이렇게 되면 플레이어들이 게임 스토리의 대략적인 세계관과 그 안에서 벌어질 일들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해 몰입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플레이어들을 지루하지 않게 하면서 게임 세계관을 쉽게 이해시킬 수 있을까?
여기서 오늘 이야기해 볼 "배경 스토리텔링"의 진가가 발휘된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열을 보면 대강 느낌이 온다.

여러분은 지금 도시 한 가운데에 덩그러니 놓여져있다.
아무도 여러분에게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여러분이 어디에 있는건지 설명해주지 않는다.
주변을 둘러보았을 때 눈에 띄는 점은 다음과 같았다.

  • 거리에 사람이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
  • 건물의 창문들이 대부분 깨져있고 방치되어 있다.
  • 길거리는 잡초들이 무성하다.
  • 건물 외벽에 혈흔이 낭자하다.
  • 곳곳에 부서진 탱크, 날아가서 뒤집어진 차량, 까맣게 타버린 나무들이 보인다.

과연 이곳은 어디고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위의 다섯 가지 특징을 보았을 때, 짐작 가는 사건이 있는가?

그렇다! 이곳은 핵전쟁으로 폐허가 되어버린 도시다!

우리는 단 다섯 가지의 정보를 눈으로 확인했고, 이를 통해서 대강 어떤 일이 있었는지 유추해 낼 수 있었다.
이 다섯 가지는 게임에서 한 화면 안에서 시각적으로 표현될 수 있는 약간의 정보들이다.

그렇다면 약간의 정보가 더 주어진다면 어떨까?
상점가의 깨진 창문 사이로 희미하게 들려오는 라디오에서는 "이걸 듣는 사람은 20구역으로 찾아오세요."라는 말이 슬쩍 흘러나온다.
건물 외벽에 붙은 너덜거리는 벽보에서는 크게 "곧 여름 축제 개막!"이라고 쓰여져 있고, 건물의 안내 데스크에 놓여져 있는 구겨진 신문에는 "전쟁 위험에 시민들 불안에 떨어... 이번 5월이 마지막 협상"이라는 헤드라인이 쓰여져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적국과의 마지막 협상이 결렬되었고, 여름 축제가 시작되기 전 핵전쟁이 일어나 도시는 황폐화되고 살아남은 사람들이 20구역으로 대피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아낼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누군가 우리에게 정보를 직접적으로 전달해주거나, 게임 시스템 상의 컷씬 등으로 설명해주지 않아도 이러한 게임 세계관을 배울 수 있는 것이다. 플레이어들의 게임 플레이에 지장을 주지 않고도, 잠시 맵을 둘러보는 것만으로 많은 정보를 알아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배경 스토리텔링의 요점이다.


"와 이런 곳에 사는 걸 보면 엄청난 사람이겠지?

캐릭터를 만들 때도 같은 방법으로 정보를 더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캐릭터의 행동과 대화는 플레이어에게 캐릭터의 의도나 능력을 알려 주는 데 큰 도움을 주지만, 캐릭터가 사는 곳을 통해서도 캐릭터에 대해 많은 정보를 알려줄 수 있다.

예를 들어 화려하고 복도에 고가의 미술품이 수 십개씩 걸려 있는 커다란 저택에 사는 캐릭터가 있다면, 플레이어는 누가 설명해주거나 해당 캐릭터를 만나보지 않아도 재력이 엄청난 캐릭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캐릭터가 직접 플레이어에게 "난 돈이 많은 사람이에요!"라고 설명한다면, 플레이어들 입장에서는 갑자기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돈자랑을 하는 모습에 몰입이 깨질 수 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덩그러니 해당 캐릭터와 플레이어만 대면시켜놓고 그 캐릭터의 특징을 설명해주지 않는다면 해당 캐릭터의 행동과 의도를 플레이어들이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캐릭터의 배경에 대한 정보들은 플레이어들에게 캐릭터의 특징을 간접적으로 이해시키는 효과적인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


자! 오늘은 플레이어들에게 직접적인 정보 전달 없이 간접적으로 정보를 전달해 게임의 세계관을 쉽게 이해시킬 수 있는 "배경 스토리텔링"에 대해 알아보았다!

플레이어가 몰입을 방해받지 않고 스토리를 더 깊게 파고들어 플레이할수록 스토리의 더 많은 부분을 경험하게 할 수 있고, 이는 매력적인 스토리를 경험하는 플레이어와 그 스토리를 제작한 스토리 작가 모두에게 전체적으로 즐거움을 제공한다.

이를 위해 게임 세계관과 스토리를 만들 때 배경, 즉 주위 환경을 통해서도 정보가 전달될 수 있다는 점을 꼭 명심하고 이후에 게임의 세계관을 구축하고 플레이어들에게 보여줄 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

그럼 오늘도 Level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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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명대학교 게임학과 (201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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