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G Lv. 16 - 에이스 하이, 조커 와일드

규라리 [김준호]·2023년 4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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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복귀하였다!
마지막 포스팅을 올리고나서 자그마치 반년이 지났다.

그 동안 휴식도 가지고, 여러 가지 많은 일들이 있었다.
논문도 쓰고, 사실상 마지막인 전공 수업들을 해치우고, 졸업 프로젝트 준비도 하고...
지금이라고 일이 한가해진 것은 아니지만 이대로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제부터는 RPG 포스팅뿐만 아니라 지금 진행 중인 개인 연구 프로젝트, 졸업 프로젝트, 토이 프로젝트, 기타 개인 공부들도 함께 포스팅 해보고자 한다. 사실 애써 공부한 내용들을 실물로 만들어놓지 않는 것에 아쉬움이 있던 탓이 크다.

그럼 오늘부터 다시 열심히 달려보도록 하겠다!


"에이스(A)는 1인가?"

나는 간단한 보드게임들을 좋아한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보드게임들이 있지만, 나는 그런 두뇌를 풀가동시키는 게임들에는 재능이 없는 듯 하다.
그래서 보드게임들 중에서도 적당히 머리를 굴릴 수 있는 <요트(Yacht)>, <포커> 같은 게임들을 좋아한다.
이런 게임들은 엄청난 전략 싸움이나 카드 카운팅 없이도 어느정도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편이다.

그런데 혹시 여러분은 위 게임들의 공통점을 알고 있는가?
정답은 "족보가 있다"이다.

정해진 값을 부여하거나 순위를 매길 수 있는 일종의 "족보"는 해당 게임들의 핵심 규칙과도 같다.
<요트>에서는 5개의 주사위 눈이 모두 연속된 숫자로 나오면 '라지 스트레이트'에 해당되고 30점을 획득할 수 있다. <포커>에서는 동일한 숫자가 2개 나오면 '원 페어', 동일한 숫자가 2개씩 2번 나오면 '투 페어'에 해당되고, '원 페어'보다는 '투 페어'가 강하다. 물론 '원 페어'끼리도 동일한 숫자가 더 높은 사람이 승리하게 된다. '7 원페어'보다는 '9 원페어'가 더 강한 것이다.

그렇다면 '에이스(A) 원페어'는 '7 원페어'보다 강할까, 약할까?
통상적으로 '에이스(A)'는 숫자 1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7보다는 1이 작기 때문에 '7 원페어'가 승리해야 할 것 같지만, 통상적으로 '에이스(A)'는 다른 모든 숫자보다 강한 취급을 받는다.

"뭐가 그렇게 대충대충이야!"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에이스를 가장 높은 숫자로 인정해주기로 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렇다면 7은 행운의 숫자니까 에이스보다 높은 숫자로 정할 수는 없을까?
그렇다면 7보다 높은 숫자들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오늘 우리가 이야기 해볼 내용은 "에이스 하이, 조커 와일드"이다!


"필살기!! 에이스 포카드 등장!!"

"에이스 하이, 조커 와일드"는 주어진 값이나 순위를 변경할 수 있는 객체들을 사용하는 게임에서 구성 도식의 대표적 예다.

구성 도식(Organizational Schema)
"게임의 여러 구성 요소들을 계층적으로 표시한 것으로, 보통 계층 구조를 표시하기 위해 트리 형태로 표시함"

예로부터 카드 게임에서 대부분의 경우 에이스는 가장 순위가 높은 카드로 여겨진다. 고위층을 상징하는 킹, 퀸, 잭보다도 더 높은 순위의 카드인 것이다. 이는 해당 게임에서 "에이스는 가장 높다"라는 구성 도식을 구성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하이 카드'를 게임을 시작하면서 플레이어들이 정하는 경우도 있다.
이 같은 경우에는 게임의 규칙을 매번 수정하거나 새로운 카드를 뽑지 않더라도 각 플레이어가 가진 카드 패의 순위와 족보를 바꿔버릴 수도 있다.
만약 '하이 카드'를 7로 정하고 게임을 시작했다면, 7은 8과 9, 킹, 퀸, 잭보다도 더 높은 순위로 격상된다. 만약 3개의 동일한 카드를 가진 플레이어가 중복해서 발생한 경우, 이전 게임에서는 7을 가진 플레이어가 8을 가진 플레이어에게 패배했다면, 이번 게임에서는 7을 가진 플레이어가 8을 가진 플레이어를 이길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플레이어들은 "더 낮은 숫자를 뽑은 경우에 승리한다"고 게임의 기본 규칙을 바꾸거나 카드를 교환하지 않고도 승패를 엎어버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하이 카드'의 지정은 다른 조작 없이도 카드의 가용성을 수정할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한다. 심지어 이를 게임의 규칙으로 직접 활용하여 게임 중간에 하이 카드를 변경하거나 하는 경우도 있다.
이와 같이 큰 규칙의 변경 없이도 변칙적인 게임 플레이를 생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칫 똑같은 규칙으로만 반복할 경우 지겨워질 수 있는 게임에 즐거움을 만들어 줄 수 있기도 하다.


"나는... 조커!"

구성 도식을 빠르게 재배열하여 복잡성을 더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는 '조커'가 있다.
조커는 따로 기본 값을 가지지 않지만, 조커를 와일드 카드나 토큰으로 사용하게 되면 플레이 중에 다른 카드를 대신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와일드 카드는 플레이어가 필요에 따라 값을 부여할 수 있는 공 변수(empty variable)로 간주된다.

그렇다면 하이 카드랑 비교했을 땐 어떨까?
방금 이야기 했듯이 와일드 카드는 원하는 대로 값을 부여할 수 있기 때문에 "하이 카드 윗 단계의 카드로 결정하겠어!"라고 사용할 수 있다.
그렇게되면 기존의 순위를 상회하는 또 다른 메커닉스가 등장하게 되고, 이는 게임에 더욱 복잡성을 더해줄 수 있다.


몇몇 게임에서는 여러 개의 객체들을 와일드 카드로 사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와일드 객체는 원래부터 값이 주어지는 객체들과 달리 핸디캡이 추가될 수 있다.

대표적인 예시로 <유희왕 : 마스터 듀얼>"엑조디아"가 있다.
엑조디아는 '봉인된 자의 팔/다리' 카드 4장과 '봉인된 엑조디아' 카드까지 총 5장의 카드를 통칭하는 말이다. 각각의 카드는 온갖 해괴한 효과와 스탯을 가진 다른 카드들에 비해 하등 쓸모 없어 보이지만, 5장이 모두 모이게 되면 판도가 뒤집힌다.

"엑조디아 소환!!!!!"

5장의 카드를 모두 모으게 되면 엑조디아를 소환하고 게임에서 무조건 승리한다!
와일드 객체로서 개별적으로는 다른 카드들에 비해 쓸모가 없고 5장이나 모아야 한다는 핸디캡을 가지고 있지만 모든 카드가 모이게 되면 게임의 결과를 단숨에 뒤집어버릴 정도의 와일드 카드로 작용한다. (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반전...)


"결과적으로는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발생한다는 재미"

오늘은 단순한 게임 플레이에 살~짝 조미료를 쳐서 게임의 복잡성을 증가시키고 예상치 못한 변칙적인 플레이를 만들어주는 "에이스 하이, 조커 와일드"에 대해 이야기 해보았다!
이야기가 복잡해 보이지만, 결국 순위와 점수로 승패가 판가름나는 구성 도식 내에서 변수를 발생시켜 게임의 재미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오늘 이야기의 주요 골자이다.

만약 게임을 만들었는데 플레이가 항상 비슷하고 지루하지는 않은가? 그렇다면 플레이어로 하여금 변수를 만들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매 판 엑조디아가 소환된다면 판도가 엎어지기 전에 게임 테이블이 먼저 엎어질지도!

그럼 오늘도 Level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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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명대학교 게임학과 (201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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