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G Lv. 17 - 협력과 대립

규라리 [김준호]·2023년 7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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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는 제가 볼게요"

필자는 이전 포스팅에도 언급했듯이 <메이플스토리>라는 게임을 18년동안 즐기고 있다.
메이플스토리에는 비교적 최근에 '익스트림 몬스터파크'라는 새로운 콘텐츠가 추가되었는데, 파티원들이 힘을 합쳐 몬스터들을 처치하고 대량의 경험치를 얻어가는 파티 콘텐츠이다. 콘텐츠 자체는 매우 간단한데, 랜덤한 위치에 소환된 몬스터들을 처치한 후 보스를 랜덤 위치에 소환할 수 있고, 이를 찾아 시간 내에 처치하면 되는 방식이다.

이 녀석 생각보다 강하다;

하지만 여기서 함정이 있다.
바로 보스가 '랜덤한 위치'에 소환된다는 것이다!
익스트림 몬스터파크는 보스가 처음엔 30초, 그 다음엔 60초, 그 다음엔 90초... 와 같은 방식으로 등장시간이 늘어나지만, 반대로 말하면 처음에 빨리 보스를 찾지 못할 경우, 짧은 시간 내에 보스를 처치할 수 없어 몬스터를 여러 번 처치해서 보스를 다시 조우해야 한다.
(필자는 3~4번 조우해야 겨우 클리어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 유저들이 찾아낸 해결책은 보스가 소환되기 이전에 자리를 정해두고 자신의 위치에 보스가 소환된다면 파티원들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다른 파티원들은 파티 채팅으로 보스의 위치를 파악하고 빠르게 보스를 찾아갈 수 있게 된다. 만약 파티원들이 서로 소통하지 않고 멋대로 보스를 찾으러 다닌다면 동선도 겹치고 시간도 낭비되는 게 기정사실이다.

이와 같이 PVE(Player vs Environment) 콘텐츠는 협력 콘텐츠의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낸다고 볼 수 있다.
파티원들은 고난도의 AI 몬스터를 상대하기 위해 협동 전략을 구상하고, 자신이 맡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과거에는 기술적 한계로 인해 같은 콘솔에서 다인용 게임으로 개발되는 경우가 많아 협력하는 플레이어의 규모에 제약이 있었으나, 현재는 네트워크 기술의 발전으로 네트워크 연결을 통해 대규모 협력 콘텐츠를 구현하기 쉬워졌다. 이에 관해서는 MMORPG의 필드보스가 좋은 예시가 될 수 있다.

협력은 플레이어들끼리 유대를 형성하고, 많은 플레이어가 함께 목표를 공유하는 만큼 단일 목표에 대해서도 다양성 있는 플레이 방식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에 게임 내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위와 같은 장점들이 싱글 플레이가 아닌 멀티 플레이에서 플레이 방식을 구성할 때, 협력이 대표적으로 선정되는 이유라고 볼 수 있다.


"내가 죽어도 넌 이기고 죽는다"

협력과 함께 멀티 플레이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이 바로 '대립'이다.
대립은 말 그대로 자신이 이기기 위해 다른 플레이어나 다른 팀을 무너뜨려야 하는 플레이 방식을 말한다.
이에 관해서 최근 아주 핫한 게임을 통해 자세히 알아보자.

<전략적 팀 전투>라는 게임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아마 이렇게 말하면 생소하겠지만, <롤토체스>라고 말한다면 알 지도 모른다.

롤토체스는 그 유명한 <리그오브레전드>의 오토 배틀러 모드다. 여러 챔피언들을 구매해서 필드에 배치하고, 전투 시간이 되면 배치한 챔피언들이 자동으로 상대를 공격하고 상대의 챔피언을 먼저 다 처치하면 해당 라운드에서 승리한다. 반대로 패배하는 경우에는 규칙에 따라 일정한 데미지를 입게 된다.
롤토체스는 라운드를 거듭하며 체력이 0이 된 플레이어부터 탈락하며, 1등에서 8등까지 순위가 정해진다. 무승부는 없다! 모두가 높은 순위를 기록하기 위해 상대를 이기기 위한 플랜을 머릿속으로 구상한다. (물론 운적인 요소도 상당하지만 그래도 전략이 없으면 승리하기 어렵다.)

롤토체스는 특히 챔피언의 조합으로 얻는 효과가 게임 플레이에 큰 영향을 주고, 그 조합들끼리의 상성도 뚜렷하게 존재한다. 심지어 챔피언은 게임 내에서 등장하는 머릿수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챔피언을 상대방이 먼저 많이 구매하는 경우에는 등장할 확률도 적어지고, 심하면 원하는 챔피언을 얻지 못해서 패배하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한 마디로, 견제와 저격이 판을 치는 아수라장이 바로 롤토체스의 본 모습이다!
서로 간의 대립이 극한에 달하고, 협력적인 요소는 단 한가지도 없다. (물론 협동 모드가 있기에, 일반적인 모드에 한해서다.)
이전에 말했던 파레토 최적 상태가 항상 유지되고 있고, 플레이어들끼리는 자신이 이기기 위해 상대방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찍어 누르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노골적으로 자신을 노리는 특정 플레이어에게 크게 분노를 느끼고, 남들을 이겼을 때의 희열도 그만큼 강력하다!

대립은 이처럼 멀티 플레이에서 플레이어들끼리의 경쟁적인 구도를 구성해주고, 이 경쟁 속에서 플레이어들이 고도화된 전략을 세우고 더욱 자신의 플레이를 강화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게끔 만들어줄 수 있기 때문에 협력만큼이나 멀티 플레이에서 중요한 플레이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나를 밟고 지나가!!"

의외로 서로 정반대의 의미인 협력과 대립이 공존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폴가이즈>라는 게임을 아는가? 폴가이즈는 여러 (개빡치는) 장애물들을 피해서 남들보다 먼저 목적지에 골인하면 살아남는 서바이벌형 장애물 피하기 게임이다.
폴가이즈는 파티를 꾸려서 플레이할 수 있는데, 이 경우에는 자신 혹은 팀원을 우승시키는 것이 게임의 최종 목표가 된다. 그렇다면 이런 어지럽고 난잡하고 소시지 캐릭터들끼리 부대끼는 상황에서 어떻게 자신의 팀을 우승시킬 수 있을까? 아마도 자신의 팀원이 쉽게 이동할 수 있고 상대방이 골인 지점에 도달하지 못하도록 상대방의 몸을 붙잡거나, 밀쳐내거나 떨어뜨리게 될 것이다.
여기서 팀원을 위해 행동하는 것은 팀원과의 협력, 다른 팀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것은 대립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폴가이즈를 하면서 이런 이타적인 플레이를 하는 친구들은 일단 내 주변엔 없었다...)


오늘은 멀티 플레이에서의 중요 플레이 방식인 "협력과 대립"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았다!
협력과 대립은 서로 반대되는 말처럼 보이지만, 공통적으로 플레이어들에게 다른 플레이어들과 다양한 방식으로 상호작용하며 복잡한 플레이를 만들어주는 측면에서 공통적으로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여러분도 협력과 대립을 잘 활용하면 멀티 플레이를 좀 더 흥미롭게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오늘도 Level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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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명대학교 게임학과 (201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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