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G Lv. 8 - 공정성

규라리 [김준호]·2022년 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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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일자 블럭 하나가 안나오냐고!!!"

나는 대학 동기들과 가끔씩 <테트리스>를 즐긴다.
동기들은 대체 어디서 다들 배워오는 건지 "T-스핀"이라던가 "DT 포 와이드"라던가 이상한 기술들을 쓴다...
기술들에 대항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빠르게 블럭을 쌓아서 없애는 것 뿐...
그렇기 위해서는 "일자 블럭"을 최대한 많이 찾아야 하지만 왠지 억까당할 때가 있다!

분명 우리는 <테트리스>가 무작위로 블럭을 선택해서 제공한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게임을 하다보면 내가 원하는 블럭만 안나오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되고, 제공되는 블럭의 패턴을 지각하고서는 게임이 자신에게만 계속해서 불리한 블럭을 주고 있다고 여기게 된다.
정말로 <테트리스>는 특정 플레이어들에게만 불리하게 블럭을 제공하고 있을까?
오늘 우리가 함께 이야기해 볼 내용은 "공정성"이다!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특성"

게임 디자인에서 말하는 공정성은 사전적인 의미의 공정성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게임은 반드시 플레이어에게 공정해야 한다. 플레이어를 편애해서도 안되고, 플레이어를 속여서도 안 된다.
만약 플레이어가 A를 눌렀을 때 X를 주겠다고 해놓고 Y를 준다면, 이는 플레이어에게 불공정한 처사가 된다.

공정성은 특히 운으로 좌우되는 게임에서 중요하다.
임의성과 그에 대한 보장은 플레이어와 한 계약에 속한다. 계약 위반은 불공정으로 이어진다.
내가 16년째 플레이 중인 <메이플스토리>도 불공정성으로 인한 사건이 크게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환불(환생의 불꽃) 사태"라고 불리는 이 사건은 임의성을 훼손했다는 점에서 크게 논란이 되었다.

마침 접속 중이라 직접 찍어왔다.

기존 환생의 불꽃은 위의 사진과 같이 "무작위로 부여한다"라는 툴팁이 적혀 있었다.
하지만 이후 후속 패치노트에서 옵션을 부여하는 방식이 무작위가 아니라 로직으로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졌고, 로직 상 특정 옵션이 자주 뜨게 되거나, 잘 뜨지 않게 되는 문제가 실제로 있었다는 것을 플레이어들이 알게 되었다.
(해당 로직을 제대로 된 무작위 방식으로 수정하겠다는 패치노트에서 논란이 시작되었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결국 해당 논란은 크게 화제가 되었고, 게임 내의 확률형 아이템들의 확률을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툴팁 또한 게임사에서 공지한 "정해진 확률"에 따라 부여된다고 수정이 된 모습을 아래 사진에서처럼 볼 수 있다.

이처럼 플레이어들은 알려진 임의성이 훼손되면 불공정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게임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된다.

또한, 처음 이야기했던 <테트리스>의 예시처럼 게임이 공정한 플레이을 제공해주는데도 불구하고 플레이어들이 불공정하다고 생각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플레이어 자신에게 불리한 게임 플레이가 패턴화되어 플레이어게 인식되면, 실제 게임이 공정하더라도 플레이어는 불공정하다고 느낄 수 밖에 없게 된다.
같은 맥락에서, 게임의 난이도가 서서히 올라가다가 갑작스럽게 어려워지면 플레이어가 게임을 불공정하다고 인식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플레이어가 속고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게임의 난이도를 고르게 높여갈 필요가 있다.


지금부터는 "라빈(Rabin)의 공정성 모델"을 통해 공정성에 대한 이해를 좀 더 확장시켜보자.
"매튜 라빈(Matthew Joel Rabin)"사회적 선호로서의 공정성을 설명하고자 해당 모델을 고안해냈다.
공정성 모델은 세 가지 핵심 규칙을 기반으로 한다.

  1. 플레이어는 친절한 플레이어들에게 자신의 자원을 기꺼이 희생한다.
  2. 플레이어는 불친절한 플레이어들에게 자신의 자원을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다.
  3. 희생해야 하는 자원이 적어질수록, 첫 번째 규칙과 두 번째 규칙이 더 강하게 작용한다.

플레이어들은 친절한 플레이어를 만나면 그 플레이어를 위해서 이타적으로 행동하며, 자원을 일부 포기해야 하더라도 기꺼이 희생한다. 이와는 정 반대로, 플레이어들이 불친절한 플레이어를 만나게되면 그 플레이어를 응징하기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의 자원을 포기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실질적으로 포기해야 하는 자원이 더 적어지면 거리낌 없이 더 이타적이 되거나, 더 처벌적 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 "라빈의 공정성 모델"이 따르는 핵심 규칙이다.

"라빈의 공정성 모델"은 멀티 플레이에서 플레이어들이 공정성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 지를 잘 드러낸다.
플레이어들은 게임 플레이 도중 다른 플레이어가 자신에게 공정하지 못한 행동을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에, 그 플레이어를 공격적으로 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대로 자신에게 친절하고 공정하게 대우해주는 플레이어들에게는 이타적으로 플레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공정성이 멀티 플레이에선 곧 플레이어들간의 사회적 선호 관계로까지 이어지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자! 여기까지 공정성이 플레이어들에게 얼마나 소중하고 지켜주었으면 하는 것인지 알아보았다!
만약 게임이 공정하지 않다고 느낀다면 플레이어는 금방이라도 게임을 그만두게 될 것이기에 게임 디자이너는 이 공정성을 적절한 곳에 적용하고, 이를 잘못 다룰 경우에는 플레이어들이 이탈하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항상 명심하자!

그럼 오늘도 Level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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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명대학교 게임학과 (201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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