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 | 개발의 시작

송치헌·2021년 7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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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 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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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과에 갔다.

어렸을 때부터 수학을 좋아했다. 피아노 학원을 다닐 때는 피아노는 악보를 볼 때마다 이게 무슨 건반을 쳐야하는지 음계 한 번 보고 건반 한 번 치고 이랬다. 미술 학원에서는 스케치는 열심히 잘 해놓고 물감으로 칠할 때마다 그림이 다 번져서 흉측했다. 그나마 운동은 좋아했다. 수학 문제를 푸는 것은 재미있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수학을 그냥 좋아했다. 고등학교 1학년 모의고사에서 수리영역 백분위 98%이상을 받으며 전국에서 2%안에 들었다. 처음에 천재인줄 알았다...물론 나중에는 점수가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1,2 등급은 꾸준히 유지했고 나는 결국 수학과를 가게 되었다.


코딩과의 만남

사실 대학에 간 이후로 공부를 안했다. 내 목표는 항상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최종 목표였기 때문에 진학을 하고서는 목표가 없었다. 그냥 성인이 되었고 노는게 좋아서 맨날 놀았다. 사실 공부가 하기 싫었던게 더 맞는 것 같다. 대학에 가기 위해 공부했더니 공부를 또 해야한다. 그래서 그냥 놀았고 결과는 처참했다.
노느라 정신없어서 돈은 돈대로 다 쓰고 공부는 수학과목 빼고는 안했다. 그래도 수학과 수업은 열심히 들었다. 1학기가 끝나고 공부가 죽어도 하기 싫어서 휴학을 하고 알바를 하다가 도피처로 군대를 선택했다. 20살에 다들 공부하고 놀 시기에 추가 모집으로 신청했는데 경기도 번호로 전화가 와서 받았다. 2주 후에 머리깎고 들어오라더라...
1년 9개월의 군복무를 끝내고 다시 학교로 복학했다. 2학기에도 정신 못차린 채 살아가다 보니 어느새 학기가 끝나고 복수 전공을 신청하거나 전공 심화를 선택해야 했다. 아무 생각없이 같이 다니던 친한 형을 따라 미디어 기술 콘텐츠 학과로 복수 전공을 신청했다. 이게 나와 코딩의 첫 만남이었다.


게임 개발

미디어 콘텐츠 학과는 컴퓨터 정보 공학과는 다르게 게임 개발, 그래픽 디자인, 포토샵, 일러스트, 3D 애니메이션 등 디자인과 연관이 많은 학과였다. 여러 수업을 들어봤지만 게임을 만드는 수업이 제일 재미있어 보였다. 창피하지만 수업에서 게임을 만들고 그 게임을 실제로 서비스하는 줄 알았다...ㅎㅎ 현실은 그냥 픽셀도트로 점찍어서 내가 플레이하고 끝냈다.
C++을 이용해서 게임을 만들었다. 그러면서 잠깐 배웠던 파이썬은 점점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갔고 C++만 다룰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여러 게임을 만들었지만 만족하지 못했다.


서버를 다루자


vector를 만들고 클래스 만들고 생성자 만들고 라이브러리 불러와서 코딩하는 것만 알고 있었지만 정작 중요한건 아무것도 몰랐다. 졸업할 때가 다 되어 졸업 작품, 졸업 논문을 제출하기에 자신감이 없었기에 정보처리기사 자격증으로 대체했다. 정보처리기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졸업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시나공에서 책을 사서 공부를 했다. 컴퓨터를 다루는 사람으로써 창피하지만 프로세스, CPU, 메모리 등등 들어만 봤지 무슨 일을 하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하나도 몰랐다. 자격증 공부를 하며 하나씩 차근차근 배워 나갔다. 게임을 만들고 Unreal Engine으로 3D Grapic을 구현하면 눈에 보이고 흥미로웠지만 정처기 공부는 그게 아니었다. 말 그대로 컴퓨터에서 정보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컴퓨터와 사용자가 data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용하는지 등 머리 아픈 얘기만 했다. 그치만 재미있었다.

내가 지금까지 작업했던 것들이 안보이는 곳에서 다 이런 식으로 동작했구나

점점 퍼즐이 맞춰져 가는 느낌이었다.
아마 이런 기초적인 것들을 먼저 학습하고(물론 기초는 아니다.) 게임 개발을 했다면 이렇게 흥미롭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개발을 하고서 정처기 공부를 하다보니 이건 마치 컴퓨터 하다가 렉걸려서 프로세스 관리자 창을 켜서 그냥 강제 종료를 시켰지만 이제는 어떤 식으로 프로세스가 관리되는지 아는 느낌(?)
그렇게 점점 한발짝 코딩과 친근해진 느낌이었고 정처기 자격증을 취득한 후 욕심이 생겨 정보보안기사 자격증도 도전을 했다. 아쉽게도 두번이나 떨어졌고 현재는 개발에 더 쏟아 붓기위해 잠시 보류중이다. 언젠가 꼭 딸 것이다.


지금부터가 시작


사실 공부를 하긴 했어도 제대로 하진 않았다. 그래서 이제는 취업을 위해 제대로 공부를 하고싶다. Wecode에 들어가 현재 사전 스터디로 백엔드 공부를 하고있다. 걱정이 되긴 했지만 좋은 팀원분들을 만나 공부한 것을 공유하고 같이 배우며 성장하는 중이다. 남자가 씨앗을 심었으면 무라도 재배해야 하는 법(이게 아닌가). 사실 내가 하고싶어서 시작된 개발이 아니라 아는 형 따라서 신청한 2전공에서 흥미가 생겨 열심히 공부 중이지만 이것이 어찌보면 운명이 아닌가 싶다.
예전에는 코드를 봐도 '이게 뭐야...'라는 생각을 했지만 이제는 검은 바탕에 알록 달록한 색으로 적힌 글씨들을 보면 얼굴을 모니터에 쳐박고 일단 읽어보기 시작한다. 무슨 언어이고 어떤 프로그램을 개발중인지, 내가 아는 함수가 있는지.
28살이지만 이제 시작하려한다. 내 친구들 다 취업했지만 나는 이제 시작한다. 훌륭한 개발자가 되어 멋진 인생을 살고 싶다. 하드디스크를 분석하다가 허리디스크가 오는 그 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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