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Hyeri·2021년 5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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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채경 천문학자의 에세이다. 에세이라는 것을 모르고 책을 많이 읽는 친구가 재미있다길래 빌렸다. 이제 막 독서를 좀 하려는 내가 처음부터 이 책이 에세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선뜻 빌렸을까. 아무래도 입문자에게는 소설이 편하니까.
'에세이? 재미없을 것 같은데? 게다가 천문학자? 흠 뭔가 어려울 것 같아'라고 생각할 사람에게 전혀 아니라고 말하며 추천해주고 싶다. 짧은 스토리(?)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지루하지 않을 뿐만아니라 고등학교 천체에서부터 지구과학을 포기한 나도 쉽고 재미있게 읽었다. 게다가 어디서 천문학자의 이야기를 쉽게 들을 수 있겠나! 책을 읽다가 약간 멈칫하며 집중이 깨질 때는 진화론 얘기가 등장할 때. 기독교인 나로서는 어쩔 수 없다.
그리고 지구과학 얘기를 하니 갑자기 느낀건데, 천체를 배우면서 지구과학 과목에 흥미를 느낀 친구들도 있는데... 그때 포기한 과거의 내가 조금 원망스럽다. 그정도 얄팍한 지식이라도 있었으면 나도 밤하늘을 보며 어떤 날은 감성에 젖고 어떤 날은 과학지식을 떠올릴 수 있었을텐데😂

시적허용은 허용되지 않는다.

대학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적힌 장이다. 대학생으로서의 마지막 학기가 거의 끝나가는 지금 말고 신입생 때 이 글을 읽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아니지, 신입생때는 한눈으로 읽고 한눈으로 흘렸을지도. 대학교 2학년때 읽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이 장 마지막에 있는 문장을 적는다. 지나가는 2학년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3학년도 늦지 않았다. 곧 졸업을 하는 사회초년생, 신입개발자 나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자세로 늦지 않았다.

사회의 요구에 의해 다니는 것치고는 너무나 비싼 개인적 비용과 시간을 지불하고 있는 대학생들. 대학이 그들에서 '배운 것'보다 배우는 즐거움과 괴로움을, 스스로 생각하고 자신만의 의견을 갖는다는 것의 뿌듯함을 일깨워주기를 바란다. 자신을 발견하고 받아들이고 눈을 들어 앞으로 나아갈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배우는, 그 즐거움과 괴로움을. '우주의 이해'에서도, '글쓰기의 이해'에서도, '시민교육'이나 '전자기학', '천체물리학 개론'에서도 가르쳐주길 바란다. 어쩔 수 없이 대학을 꼭 다녀야만 한다면, 대학 졸업장이라는, 그 한없이 틀에 박힌 문서 하나가 주는 즐거움과 보람을 위해 기꺼이 젊음을 바칠 수 있기를, 넘치게 바란다.

즐기세요

작가님이 연구실에서 근무할 때, 과학 공부는 아니지만 과학자라는 직업을 유지하기 위해 해야 하는 부수적인 일들, 중요도는 낮지만 마감을 넘겨서는 안 되는 종류의 일들을 해치우고, 또 손님을 맞이하다 보면 일과 시간이 끝나간다고 한다. 그래서 누군가로부터 전화도 걸려오지 않고, 누군가가 찾아오지도 않고, 복도를 오가는 사람들의 발길도 조용해지는 연구실에 홀로 남아 연구에 집중하는 밤을 근사하다고 표현한다.
외국 연구자들과 메일을 주고받다보면 "Enjoy!"로 끝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 메일을 받은 작가님의 지도교수님은 핀잔 섞인 한마디를 하시지만, 그런 동료들과 함께 일한다는 사실도 일의 즐거움 중 하나라는 듯이 사실 이미 본인도 즐거움에 미소를 짓고 있는단다.
이것만 봐도 놀랍다. 연구에 집중하는 밤이 근사하다니...! 즐기라니...! 화룡점정은 마지막에 나온다.

당직 근무자 분이 내게 좀더 길게 말을 걸어오셨다.

"저녁에 건물을 지키는 것은 제 몫입니다. 여기를 지키고 계시면 제 업무와 겹치잖아요. 박사님은 좀 들어가세요."
"아이고, 네. 조금만 더 있다가 갈게요."
"일이 그렇게 많아요?"
"아니요, 여기가 좋아서요."

와우,,,,여기가 좋다니,,, 그러니까 직장이 좋다는 말 아닌가. 다들 출근하자마다 퇴근하고 싶어하는 상황에서 자처해서 야근을 하고 있는 상황 아닌가.
내 일에 오로지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근사하고, 일을 하기에 앞서 즐길 마음가짐을 갖는다는게 사실 얼마나 멋지면서도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멋지다, 나도 근사함을 느끼고 즐기는 개발자가 되어야지' 하면서도 '될까...?' 싶기도 하고ㅋㅋㅋㅋ 곧 신입개발자가 될 내가 꽤 자주 저런 사람이기를 바란다.

최고의 우주인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에 대한 이야기가 쓰여있다. 나는 이분이 처음에 예비 우주인인 것도 몰랐고 지구에 다시 돌아왔을 때, 그 이후에 사람들이 어떻게 떠들어댔는지도 몰랐다. 지금이었다면 조금 나았을지도. 그때보단 '여성'이 인정받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으니.
그런데 작가님이 겪은 에피소드들을 보면 지금이라고 뭐 그리 크게 달라졌나 싶기도 하다. 면접관이 여성의 육아휴직 이야기를 하며 안좋게 얘기하는 거나, 대학에서 학생에게 A교수님 어떠시냐고 물어봤을 때 애가 아프다고 학교 안나오실때도 있고 그렇다는 교수라는 직업과 무관한 평을 보면. '아, 요즘도 이렇구나, 사회적으로 사람들의 인식의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아직 더 개선이 필요하구나' 속상함과 분노가 공존했다.

창백한 푸른 점

보이저는 창백한 푸른 점을 잠시 응시한 뒤, 다시 원래대로 기수를 돌렸다. 더 멀리, 통신도 닿지 않고 누구의 지령도 받지 않는 곳으로. 보이저는 수명이 다하는 날까지 전진할 것이다. 지구에서부터 가지고 간 연료는 바닥이 났다. 태양의 중력은 점차 가벼워지고, 그 빛조차도 너무 희미하다. 그래도 멈추지 않는다. 춥고 어둡고 광활한 우주로 묵묵히 나아간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우주를 만들어 간다. 그렇게, 어른이 된다.

명왕성이 사라졌다

우리가 명왕성을 행성이라 부르든 왜소행성이라 부르든 134340이라 부르든, 사회에서 의도적으로 따돌림받고 소외당하며 존재 자체를 위협받는 자의 심정을 명왕성에 이입시키려 하든 말든 명왕성은 상관하지 않는다.
(...)
그 곁을 오랫동안 지켜온 위성 카론은 명왕성의 위성으로 보기에는 너무 덩치가 커서 위성이 아니라 명왕성과 이중행성계를 이루고 있다고 보기도 한다. 그러나 카론 역시 자신을 무엇이라 부르든 개의치 않는다. 명왕성, 그리고 자신보다 더 작은 여러 위성 친구들과 서로 중력을 주고받으며 아주 오랫동안 멈추지 않을 자신들만의 왈츠를 추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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