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한지 어느덧 딱 4주가 흘렀다. 항상 다가오지 않을 것만 같은 미래의 순간을 정해두고 있자면 보란 듯이 내 앞을 지나가 버리곤 한다. 전역하는 날이 그랬고, 개강하는 날이 그랬고, 오늘도 그렇다.
아직은 서늘한 공기가 코 끝을 감돌긴 하지만, 집에 다녀온 주말 동안 학교에는 수많은 벚꽃나무들이 만개를 코앞에 두고 봄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보통 시험공부를 하며 지친 마음을 꽃 풍경으로나마 달래며 벚꽃의 숨겨진 꽃말을 되새기곤 했는데, 어째 점점 개화시기가 앞당겨지고 있는 것 같다. 이러다 개강 시즌에 개화하겠어. (오히려 좋다)
교수님께서 두 번째 task를 쥐어주신지도 벌써 2주가 넘게 지났다. 하지만 사실 그런 것치곤 진행 단계가 아직 미미하다. 독한 감기에 걸려 며칠을 앓아누워있기도 했고, 앞선 논문 발표를 마치고선 듣고 있는 강의에 대한 공부를 우선순위에 두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아직 서로 다른 과제들의 기간이 겹친 적이 없었을 정도로 학업적인 로드가 적어 다행이었다.
물론 요샌 차라리 끝이 보이는 과제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과제는 적어도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진 않는다. 충분한 시간을 성실하게 투자하면 보통 좋은 성적으로도 이어진다. 물론 지금 하고 있는 게 연구랄 것도 없지만, 연구가 과제를 비롯한 학업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면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의 문제가 포함된다는 거다.
사실 과제가 명시된 끝이 있는 반면 연구는 그렇지 않다는 점은 내겐 크게 중요치 않다. 공부에 남아있는 갈증과 나를 시험해 보고픈 도전의식으로 선택한 길이기에 공부해야 할 것들이 무한히 많다는 것은 오히려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나의 능력에 대한 의심은 곧 집중력을 흐트러뜨린다. '이 논문 열심히 읽어봤자 내가 곧잘 적용시킬 수나 있겠어?'하는 생각은 논문을 정독하길 주저하게 만들고, 그저 이런저런 논문들의 제목 사이에서 배회하게 만든다. 내게 요새 부족한 건 이런 의심 없이 무지성으로 부딪혀보는 깡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네. 그동안 깡이 부족해서 또다시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2주를 어영부영 허비하느라, 교수님께 얼른 유의미한 결과를 가져다드려야겠다는 조급함이 느껴질수록, 더 추진력 있게 부딪혀봐야 했는데 뭣하러 물러나있었나 싶다. 앞으로 2주는 좀 더 무식하게 용감해져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