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프린트 하는 걸 도와달라고해서 함께 시립도서관에 간다. 공용 컴퓨터에서 프린트가 되지 않아 프린트 설정을 열어 IP를 확인하고 명령 프롬프트를 열어 ping을 날려본다. 안된다. ping이야 프린트쪽에서 포트를 막아둔 것일 수도 있어서 별 의미는 없는 것 같다. 다른 해결책이 없어서 사서분께 문제를 말씀드리니 지금 네트워크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당장 사용이 어렵겠다고 한다. 사서가 가고 나서 프린터 뒤로 가서 이더넷 케이블을 뺏다가 꽂아 본다. 그러니 된다. 출근 시간이 다가와서 아내에게 공용 컴퓨터에서 프린트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건 포기하고 내가 빨리 프린트를 연속해서 날린다.
아내와 오후에 통화를 하는데 오늘 내가 하는 걸 보고 정말 놀랐다고 한다. 오늘 정말 프로페셔널해 보이고, 우리 남편 진짜 개발자구나 싶었다고 한다. 내가 집에서 온갖 코드를 짜고 있거나 큰 개발자 컨퍼런스 발표 준비를 하고 있을 때도 한 번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는데 오늘 겨우 ping 한 번 날려보고 이더넷 선 한 번 뺏다 꽂는걸 보고 이런 감개무량한 말을 듣다니. 결혼 이후 처음 듣는 나를 향한 찬사다.
오늘 내가 한 일은 내 전문 분야가 아니라고 머슥해서 둘러대는데, 엄청난 기술이 있어야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는 일을 할 수 있는 건 아니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