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실패를 통과하는 일’ 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책에 “남이 만든 판 위에서 아무리 열심히 일한들, 그건 결국 내 것이 아니다” 라는 문구를 보면서 저자의 의도와는 상관 없이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 사실 내가 회사를 창업해 본 적은 없기에 객관적인 생각은 아닐 수 있지만, 내가 회사를 창업했든 직원으로 일하든 회사는 내 것이 아니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는 어디까지나 언제나 부분적인 어떤 역할 안에서 맡겨진 나의 역할을 다할 뿐이지 않을까. 회사의 대표가 되면 어떤 일을 주도적으로 시작했고 또 큰 의사결정을 수행하기에 회사가 마치 내 것 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실제로 내 의사결정이 모든 것을 결정해 나가는 것은 아니며, 내가 시작했을 뿐 내가 모든 것을 만드는 것은 더더욱 아니기에 그것을 내것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나 생각한다.
지난 15년 정도의 시간 내가 소프트웨어 개발을 하면서 가장 큰 즐거움을 느낀 순간은 내가 개발한 제품이 사용자에게 사용되는 걸 가까이서 경험할 때 였다. 그래서 내가 개발한 제품에 대한 고객의 피드백을 빨리 받을 수 있는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었다. 그런 관점에서 인공위성 분야는 내가 기대하는 수준의 빠른 고객 피드백을 받기에는 너무 크고 시간이 걸리는 분야다. 그러나 요즘은 이런 기대를 조금 내려놓게 된 것 같다. 요즘은 조금 다른 생각을 하는데, 내가 한 일에 대한 성과를 직접 빨리 볼 수 있는 일은 어쩌면 굉장히 작은 일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어떤 큰 일은 내가 한 일의 성과를 내가 보지 못할 수도 있고, 심지어 그 성과는 세대와 세대를 넘어 후대에 나타날 수도 있다는 훨씬 큰 관점의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큰 일을 할 수록 나는 작은 부분을 담당하게 된다.
올 해 내가 함께 일하기 즐거워 하던 분 중 또 다른 한 분이 퇴사를 하셨다. 그는 매우 일을 잘했고, 똑똑했다. 그러나 그가 가진 능력이나 비전이 우리 회사와 잘 맞지 않는 걸 이미 알고 있어서 그의 퇴사를 안타까워하거나 말리지는 않았다. 그와 퇴사 날 점심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그가 차를 마시며 내게 물었다. 어떻게 항상 그렇게 온화한 스탠스를 유지할 수 있냐고. 그 질문을 받았을 때 순간 나는 질문이 객관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곰곰히 생각해 보니 이 회사에 와서 그렇게 화를 내거나 감정적으로 반응한 기억이 많지 않았다. 그날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질문(내가 일을 할 때 온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에 대한 내 대답은 이랬다. 나는 내가 작은 존재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내가 판세를 한 번에 뒤집어 버린다거나 어떤 거대한 일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그래서 나는 상황과 상관 없이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을 매일 하려 한다고. 그리고 나는 하나님을 믿는데 그가 반드시 모든 것을 선하게 이루실 거라고 믿는다고 말한 것 같다. 이 믿음은 내 모든 행동과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