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14일 우리의 첫 번째 지구 관측 위성 BlueBon을 SpaceX의 Falcon9에 실어서 발사했다. 발사는 성공했고 위성은 목표했던 궤도에 안착했다. 우리의 위성은 북미 항공우주 방위사령부(NORAD)의 우주감시 시스템에 의해 관측되어 추척되기 시작했고 드디어 꿈꾸던 NORAD 아이디(62688)도 부여받았다. 우리는 월요일과 수요일, 금요일이면 우주에 있는 우리 위성에 미션을 업로드 한다. 그리고 지구상의 의미있는 곳들을 촬영하고 촬영된 영상을 다운로드 받아 분석한다. 위성이 촬영해 준 지구 영상은 때때로 아름답고 경이로웠으며, 때때로 참혹한 광경이기도 했다. 뉴스를 거의 보지 않는데 올 한해 위성 영상 때문인지 국제 정세에 꽤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다. 그리고 조금 특별한 성과도 이루었다. 우주 궤도를 돌고 있는 위성에 새로운 기능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 하는 일을 했고, 위성이 촬영한 영상을 우주에서 직접 처리하는 에지 컴퓨팅 실험도 진행했다. 이 실험은 성공적으로 수행되었고 위성에 탑재된 NVIDIA GPU 컴퓨팅 인프라의 안정성을 확인시켜줬다. 이제 지상에서 위성까지 연결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및 에지 컴퓨팅 인프라로 우주에서 뭐든 해 볼 수 있는 길이 열렸다. 2026년이 더욱 기대 된다. 새로운 고객을 탐색하고 있고, 위성 에지 컴퓨팅을 위한 사내 연구도 활발해 지는 것 같다.

블루본 위성을 발사하던 날 새벽 우리는 카페를 대관해서 발사를 관람하기로 했다. 밤이 깊어 갈 즈음 모두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지금까지 정말 어려운 과정을 통과했고 여기까지 온 우리가 대견했다. 그러나 여전히 근심거리들이 많았다. 발사의 성공을 기뻐할 사람들은 SpaceX 직원들이지 우리가 아니었다. SpaceX의 로켓을 타고 우주로 간 위성의 미션은 이제 시작이었다. 회사의 C레벨들이 모인 자리에서 앞으로의 운영 소프트웨어 대한 논의가 잠시 이루어졌다. 이제 다음 단계를 지체 없이 준비해야했다. 우리는 그날부터 우리 손 밖에 있는 일들은 하늘에 맡기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시작했다. 가장 긴급한 일은 고 생각한다블루본 위성의 촬영 미션을 계획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일이었다. 회사에 지상 시스템을 개발하는 전담 팀이 아직 없었고 이 일을 잘 할 만한 사람도 보이지 않아 일단 내가 아주 작게 핵심 기능만 존재하는 CLI 기반 MPS(Mission Planning System)를 파이썬으로 개발하기 시작했다. 흔히 위성 운영 소프트웨어 하면 멋스럽게 위성 궤도 정보를 표시하는 GUI 기반 시스템을 상상하는데, 우리 시스템을 몇 달간 운영해보니 CLI 기반 시스템도 꽤 괜찮았다. 아무튼 올해 내가 가장 잘 한 일 중 하나는 이 촬영 미션 계획 시스템을, CLI 기반 파이썬 스크립트로 개발한 것이다. 한 동안 위성 운용을 직접하며 시스템을 최적화 하는 일을 계속 했는데 시스템이 일정 궤도에 올라간 후에는 이 일을 다른 팀에 공유하고 다른 분께 이 일을 위임하게 되었다. 지금도 종종 이슈가 있으면 위성 운영 업무에 참여하곤 하지만 일을 위임한 것은 잘한 결정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올해 이 일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위성 운용에 대해 많이 배운 것 같다. TLE를 통해 위성 궤도를 예측하고 타겟을 지나는 패스를 식별하는 것, 타겟 지역의 날씨 정보(특히 구름), 우주 날씨와 태양의 고도(낮과 밤 판단을 위해) 그리고 타겟 촬영을 위한 위성의 Tilt 각도를 계산하는 것 까지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많이 경험하게 된 것 같다.
우리의 두 번째 위성 개발도 한 해 동안 함께 진행되었다. 감사하게도 블루본의 토대 위에 시스템을 더욱 견고하게 개선해 나갈 수 있었고, 지구 대신 별을 촬영해 과학적인 연구를 돕는다는 이 미션은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나의 심지를 굳게 해주었고 흔들렸지만 넘어지지 않고 곧게 한 해를 버틸 수 있게 해주었다. 비록 다른 기관에서 의뢰한 위성이지만 마치 우리의 위성인 것처럼 일할 수 있었다.
연말 즈음 조금 늦었지만 우리의 세 번째 위성 개발에서 서서히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조금 볼륨이 커진 이 위성은 2026년 우리의 주력 사업이 될 것 같다.

2024년 회사에 나에 대한 평가서를 내면서 현재 하고 있는 일들의 가치에 공감이 안된다는 말을 적었었다. 회사의 배려였을까? 올 한해 실제 비지니스와 영상 활용과 관련된 (우리 팀의 일과는 직접적으로 관련 없는) 슬랙 채널들에 예외적으로 나를 많이 초대해 주셨고 실제 위성 영상이 활용되는 여러 분야들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작년의 나에게 위성 영상은 그냥 지구를 촬영한 사진에 지나지 않았다면 올해는 다양한 위성 영상의 가치를 경험한 것 같다. 역시 알고 경험한 것 만큼 가치를 깨닫게 되는 것 같다. 그 중 인상적인 몇 가지를 기록해 본다. 우선 위성의 카메라 센서는 하나의 씬(Scene)에 대해 빛의 다양한 파장 대역 별로 독립적인 영상을 생성할 수 있다. 이런 카메라 센서를 다중분광 카메라라고 한다. 사람이 색을 인식할 수 있는 것은 대상체가 특정 빛의 파장대를 반사하기 때문인데 다중분광 카메라를 활용해 특정 대상체로부터 반사되는 빛을 분석하여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예를들면 건강한 식생은 근적외선 파장대를 강하게 반사하는 특징을 가지는데 이를 활용하면 위성 영상으로 식생의 건강지수를 모니터링 할 수 있다. 또한 위성은 넓은 지역(블루본 기준 20km x 80km 지역)을 한 번에 촬영하고 이를 분석하기 때문에 광범위한 지역의 현상을 관찰하고 분석하는데 용이하다. 지구에서 사람이나 CCTV로 이런 일을 하기는 거의 불가능하고, 위성과 유사하게는 드론으로 관찰하는 것이 가능한데 위성보다 관측 범위가 좁고, 운용 비용이 많이 든다. 물론 위성은 초기 개발 비용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들지만 한 번 궤도에 안착하고 나면 정기적으로 쉽게 특정 지역을 모니터링하는게 가능하다.

2025년에는 여러 기술 컨퍼런스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특별히 ‘한국 리눅스 커널 개발자 모임’에서 받은 인상이 남달랐는데, 그 날 낮에는 바이브 코딩 관련된 행사에 참여했다가 연이어 들른 극명히 다른 두 행사의 분위기 때문인지 리눅스를 유지 보수한다는 그들의 이야기가 내게 더 특별하게 다가왔다. 바이브 코딩으로 사람들이 예쁜 조립식 집을 짓고 있는 느낌이라면 그들은 IT 세계를 떠받치는 안전하고 두터운 기둥을 만들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모임에 다녀온 뒤 한 동안 잊고 있던 리눅스에 대한 열정이 다시금 불타올랐다. 그 때문이었던 것 같은데 우리 위성에 탑재되기도 한 데비안 운영체제의 국내 커퍼런스에 연사로 신청하여 귀한 자리에서 발표를 하는 기회도 얻었다. ‘우주에 있는 리눅스’라는 제목으로 발표를 했는데 데비안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분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11월 즈음에는 우리 위성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Edge 컴퓨팅과 관련된 기사가 났는데 기사를 보고 우주항공청에서 세미나 요청을 해주셨다. 연말에 이걸 준비하느라 무리를 해서 몸이 조금 안좋았는데 그래도 한 해 동안 거둔 우리의 성과를 정리하고 외부에 공유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너무 좋았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