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트를 체결하는 기구물과 관련된 회의에 참석한다. 제품 운영 중 진동에 의해 볼트가 조금씩 풀릴 수 있는 이슈가 있다고 한다. 볼트와 너트 사이의 갭이나 볼트를 조으는 토크가 잘 설계되어야 진동에 의해 제품이 손상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정전기가 어떻게 생성되며 어떻게 전자제품을 손상시킬 수 있는지 설명도 듣는다. 실험실에서는 저항이 높은 제전장갑을 착용함으로 ‘V=IR’ 이라는 공식에 의해 동일한 전압에 대해 저항을 높임으로 순간적으로 흐르는 전류를 낮출 수 있다고 한다. 한 마디로 스파크가 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위성에 탑재되는 카메라의 성능을 측정하는데 MTF(Modulation Transfer Function)라는 개념이 사용되고 그와 관련해 내 생전에 처음 들어보는 공간주파수라는 개념에 대한 설명도 듣는다. 모든 것이 신기하다.
이 회사에 온 이후로 기계, 전자 엔지니어들의 일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보게 된다. 내 마인드가 바뀐 것인지 회사의 분위기가 다른 건지 그들과 나 사이에 벽이 없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서 그들의 일을 이해하는 것이 내게 생동감을 준다. 그들이 처한 환경이 곧 내가 소프트웨어로 해결해야 할 문제의 도메인인 것이다. 예전에 조금 더 규모가 있는 회사를 다닐 때는 기계, 전자 엔지니어와 만나려면 큰 강을 하나 건너야 하는 느낌이 들었다면 여기서는 그냥 바로 옆에 손만 뻗으면 만날 수 있는 거리감을 느낀다. 좋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