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 대기 중 폐지를 산더미처럼 리어카에 지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계신 한 할아버지를 본다. 그는 신호가 다 바뀌도록 천천히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고 있다. 그의 발걸음은 힘겨워 보였지만 어떤 결심이라도 한 듯 곧게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다. 그를 보며 일에 대해 생각해 본다. 폐지를 주워서 팔면 얼마의 돈을 버실까. 때때로 속이는 저울을 가진 장사꾼을 만나기도 하실텐데. 정직한 노동을 통해 돈을 버시는 삶이 문득 존경스럽게 느껴진다. 나 역시 오늘도 일터에 나아가 힘겹게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다. 정직한 노동을 통해 돈을 버는 사람이고 싶고, 혹 누가 나에게 속이는 저울을 들이밀지라도 나는 정직하게 모든 사람을 대하고 싶다. 초록 신호로 바뀌고 회사를 향해 차를 몰며 이름 모를 할아버지를 축복하며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