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딸과 대일밴드

주싱·5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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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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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 함께 서점에 갔다가 호주머니에 손을 넣어 휴대폰을 더듬는데 순간 손이 따끔하다. 최근에 바꾼 휴대폰 케이스에 붙어있던 달 모양 장식이 살짝 떨어져 나오면서 손이 베인 것이다. 많이 베였는지 피가 볼록하게 맺힌다. 피가 나는 손을 잠시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중학생 딸이 깜짝 놀라며 다가온다. 왜그러냐며, 편의점 가서 밴드를 사오겠다며 카드를 달란다. 당장이라도 편의점으로 달려갈 것 같은 아이의 표정을 보며 아픈 손가락과는 달리 마음 한 켠이 든든해 진다. 어릴 때 나를 그렇게 애타게 찾던 아이인데 요즘 사춘기인지 통 나에게 관심이 없고 다가가면 튕겨져 나오기 일쑤인 중학생 딸의 낯선 모습이다. 그런 딸을 괜찮다고 안심시키고 피가 마르도록 기다렸다가 조심조심 서점 쇼핑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 편의점에 들렀다. 딸이 직접 밴드를 붙여준다. 아이가 이제 내게서 멀어진 것 같아 내심 섭섭했는데, 아이의 마음은 내 곁에 계속 머물러 있었나 보다. 그냥 이제 조금 큰 것 뿐이였단 생각이 든다. 딸아이에게 고맙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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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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