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혼자 직무 탐구 🔎 | 2. 시작은 테크니컬 라이터부터였다

KwanHong·2022년 11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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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니컬 라이터?🤔

썸바디 헬미 🙋🏻

개발자라면 스택오버플로(StackOverflow)는 늘 함께하는 친구일 것이다. 연차가 쌓일수록 생각보다 내가 마주한 이슈를 뾰족하게 정의하고 여러가지 접근법과 해답을 효율적으로 검색하는 것도 스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조금씩 개발과 엔지니어링의 세계에 익숙해졌지만, 힌트와 답만 얻고 떠날 뿐 커뮤니티와 생태계에 한 발짝 가까이 관여하는 일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맡은 과제를 붙잡고 머리를 싸매면서 마뜩찮은 검색 결과 앞에 좌절하고 있었다. 대한민국의 주소 DB를 테스트 용으로 구축해야하는 상황에서,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은 주소 데이터를 어떻게 가공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 심각한(?) 상황이었다. 주변에 마땅히 접근법을 물어볼 만한 사람도 없었기 때문에, 결국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라는 말처럼 인터넷에 처음으로 질문을 남기게 된다. 🙋🏻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당시의 나는 스스로도 웃길 정도로 시야가 좁았다. 포럼, 커뮤니티, 메신저 등 수많은 커뮤니티가 있는데도 내 인식 안에 깊숙이 자리잡지 않았고, 더군다나 비슷한 해법이 없으면 물어보면 된다는 걸 미처 알지 못했다. 그렇게 유일하게 발견한 블로그에 간절한 마음을 담아 질문 댓글을 남기게 되었고, 그 결과는...

다행히도 블로그 주인 분 께서는 댓글을 확인해주시고 나에게 자신의 접근법과 함께 안내를 친절하게 해주셨다.

그 때까지만 하더라도, 팀 내에서 아니면 기껏 해봤자 지인 몇에게 물어보던 상황에서 벗어나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는 일이 없었다. 돌이켜보면 그 때의 기억은 생각보다 나에게 큰 의미로 기억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 뒤로 극적인 변화가 있었다...는 당연히 아니고, 깃헙과 스택오버플로 등에서 조금씩 질문과 댓글을 다는 일이 생겼고,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던 정도였다.

테크니컬 라이터에 대한 소소한 기억 💭

이전 회사의 막바지 무렵에 기업/개인의 기술 블로그, 깃헙 활동 등에 관심이 생겼다. 처음에는 '와, 이런 기술을 어떻게 이렇게 적용했지?'라는 부러움과 약간의 좌절이었지만, 나중에는 '기술에 대한 이야기' 로 관심의 방향이 옮겨갔다. 블로그에서는 '기술'이라는 이해와 커뮤니케이션에서 비교적 높은 장벽을 가진 소재를 가지고 최대한 청자를 충분히 고려하고, 일관된 보이스로 이해가 쉽게 전달하고 있었다.

그 당시 개발자로서, 한 사람으로서 나에게 소통이라는 키워드가 자리잡던 시기였다. 테크니컬 오디언스(Technical Audience)라고 하더라도, 심지어 같은 분야라고 하더라도 언제나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오해가 생기기 마련이다. 팀 내에서 회고를 할 때나, 팀 내 메신저에서 소통을 할 때도 매순간 느꼈던 점이다. 더군다나 말(verbal)이 아니라, 글과 다이어그램으로 표현하는(non-verbal)에서 충분히 소통하는 일은 상당히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글과 언어, 기술 그리고 소통으로 커먼 그라운드(Common Ground)에 도착해 오해를 줄이는 일. 얼핏 그런 일을 할 수 있다면, 머리는 조금 아파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역시 사람이 어떤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 그것을 지속적으로 들여다보게 되고 그러다 보면 기존에는 알지 못 했던 지점에 도달하게 된다. 단순한 우연이었다. 회사를 나오기 전에 우연히 테크니컬 라이터(Technical Writer)라는 직무를 알게 되었다. 직무 공고에 설명된 내용은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카카오 테크니컬 라이터 공고 업무내용 중 일부>
카카오의 기술 자산과 개발 도구에 대한 가이드 문서 등을 개발자들에게 이해하기 쉽게 작성하고, 현행화하며, 나아가 기술적 성취를 외부에 전달하는 문서를 작성하는 업무를 맡게 됩니다.
그 범위는 카카오의 공통 기술인 인프라와 클라우드를 위한 각종 툴에 대한 가이드를 재작성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궁극적으로는 카카오의 모든 기술 자산에 대한 문서가 포함되어야 할 것입니다.
...
이를 위해서, Technical Writer는 개발자와의 소통이 어렵지 않아야 하고, 늘 등장하는 신기술에 대해서 빠르게 이해하여 설명 가능한 문서로 생성할 수 있는 센스가 중요합니다.
Technical Writer는 전문 용어에 의존하지 않고, 복잡한 정보를 명확하고 간결하며 정확하게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아 이런 일을 하는 직무가 있구나'라는 걸 알게 되었다. 복잡한 내용과 정보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일, 어쩌면 번역과도 비슷한 일이자 커뮤니케이션이 중심인 일이었다. 그건 내가 추구하고 본질적으로 내적 동기를 불러일으키는 일이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이직보다는 안식년 쪽으로 무게가 기울었던 터라, 귀중한 발견은 잠시의 호기심으로 머무르고 말았다.

한 번 해보고 싶다는 마음 😎

개발자로서의 일이 아닌, 조금 피보팅 된 일로 다시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사실 경력을 이어나가는 결정으로는 조금 무모한가 싶은가라는 생각이 들긴 했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확신이 들었던 건, 나는 '소통 지향' 기질이고 이것을 풀어내는 일과 이를 포함한 삶을 살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나에게 더 가치있고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는 건 기술에 대한 숙련도가 아니라, 누군가의 연결 고리, 커뮤니케이터이자 인터페이스의 역할을 하는 일이었다. 기존의 나의 도메인에서 그런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피보팅이라면, 도전해도 충분하다, 오히려 내가 좋아서 열심히하고 개인과 일의 방향성을 일치시킬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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