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기술 관련 글은 아니고 가벼운 에세이 한 편을 써 보려고 한다.
2월부터 해 온 봉사활동이 어제부로 끝이 났다. 내가 했던 봉사활동은 학령기 자녀를 둔 시각장애인 가정을 방문하여 과외를 해 주는 활동이었다. 학창 시절의 나는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는 니즈는 계속 있었지만, 아무래도 학기 생활이나 아르바이트의 우선순위가 더 높을 수밖에 없었다. 학생이다 보니 돈도 없고 시간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4학년 2학기가 끝나고, 돈도 꽤 모아놓고 시간도 넉넉해진 시기가 찾아왔었는데, 그때 운좋게 이 봉사활동의 모집글을 발견하게 되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기도 하고 관심이 있는 분야이기도 해서 고민없이 신청했던 것 같다!
내가 수업을 맡게 된 학생은 초등학교 6학년이었고, 학생과는 영어와 수학 과목을 공부하게 되었다. 내 활동 초기의 목표는 국영수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부모님이나 학교 선생님이 아니면 다른 새로운 어른을 만나기가 쉽지 않으니, 대학생인 내가 새로운 관점도 여럿 제시해 주면서 아이의 시야를 넓혀주는 것이었다. 학생을 위해서 만든 목표였지만, 결과적으로 이 목표가 내 시야를 넓혀주는 데도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1년 남짓한 시간동안 학생과 수업을 진행하면서, 사실 나는 내가 가르쳐주는 것 이상의 것을 배워 온 것 같다. 일단 내가 수업을 맡은 학생은, 그 나이대 아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의젓하고 긍정적인 사람이었다. 자세히 적을 수는 없지만 그 아이도 힘든 일을 많이 겪었고, 어쩌면 지금도 진행 중일 수 있겠지만, 불합리한 일이 일어나더라도 무너지거나 포기하려는 태도를 한 순간도 보이지 않았다. 하루는 그런 일들 때문에 컨디션이 안 좋아 보이는 날이 있었는데, 잠깐 쉬었다 해도 괜찮다는 말에도 꿋꿋하게 문제를 풀어보려 노력하고 힘든 내색을 보이지도 않으려 했다. 이 아이를 보면서 나라면 이렇게 할 수 있었을까, 그런 존경심이 많이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아이를 위로해 주려고 했던 모든 말들, 예를 들면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라든지, '자기 자신이 무너지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라든지, 그런 말들은 모두 나 스스로에게도 많은 위로와 힘이 되어주었다.
배울 점은 아이에게만 있는 게 아니었다. 아이의 아버님에게서도 삶의 태도를 많이 배웠다. 나는 매주 특정 요일에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방문 과외를 했었는데, 아버님은 2월부터 12월까지, 매주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나에게 저녁 식사를 대접해 주셨다. 이것만 해도 나는 너무 감사하고 감탄했는데, 아이의 말을 들어보니 아이가 1학년 때부터 만난 모든 선생님께 6년동안 꾸준히 해 오신 일이라고 한다!... 나는 이런 꾸준함을 가져 본 적도 없고, 어쩌면 가지려고 해 본 적도 없었던 것 같다. 누군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고 물어본다면 바로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대답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내가 이 활동을 점점 열심히 참여하게 된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런 감사한 대접을 받고 수업을 설렁설렁 대충 할 수는 없었다. 나는 이 마음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고 싶어서 10개월 동안 한 번도 빠짐없이 봉사 활동에 참여했다. 그리고 학생을 전문적으로 가르쳐 본 적 없는 나도 좋은 수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초등 수학 문해력 비밀수업'과 '자기주도학습 코칭 매뉴얼' 등등 교육 관련 책들도 틈틈이 읽었었다. 아이의 생일에는 '꿈을 찾는 10대를 위한 진로수업'이라는 책을 선물하기도 했다. 사실 그 나이대 아이들은 생일 선물로 책을 받는 게 반갑지 않을 수도 있는데, 바로 다음주에 책을 얼마나 읽었는지, 어떤 내용이 좋았는지까지 먼저 말해주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정말 성실하고 배울 점이 많은 학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 수업 날에 아이에게 싫어하는 과목이 있냐고 물어봤을 때 아이는 '수학'이라고 대답했었다. 내용도 어렵고 본인이 잘하지도 못한다고 생각해서였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한 번이라도 100점을 받아보고 싶다고도 했다. 나는 아이의 소원을 이뤄주고 싶었다. 그리고 수학에 대한 흥미를 붙여주고 싶기도 했다. 그래서 아이가 어떤 부분을 잘하고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를 차근차근 알려주려 했고, 그 부분을 발전시키거나 보완하기 위한 학습 방법도 함께 찾아나가려 했다. 아이가 어려워 하면 처음 배울 때는 누구나 어려워 하는 부분이고 반복적으로 학습하면 꼭 잘하게 될 수 있을 거라고 열심히 응원해 줬던 것 같다. 결국 아이는 올해에 두세 번 정도 100점을 받았다(ㅎㅎ) 마지막 날에는 자신이 수학을 잘하는 편인 것 같다는 말까지 해주어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ㅠㅠ
결론에서는 내가 취준생에게 봉사 활동을 추천하는 이유를 말해 보려고 한다. 사실 취준을 하다 보면 1분 1초가 소중하고, 준비해야 할 것도 너무 많아서 시간이 많이 부족하다. 나 또한 본격적인 취준을 해 본 건 아니지만 정말 바쁜 한 해를 보냈고, 인턴과 프로젝트 3개, 그리고 봉사 활동을 동시에 하게 된 적도 있었다. 하지만 한 번도 봉사활동을 하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던 것 같다. 오히려 봉사 활동을 가는 날이 나한테는 쉬는 날로 느껴지기까지 했다.
취준을 하다 보면 아마 매일매일 공부만 하게 될 것이다. 당연히 붙는 일보다 떨어지는 일이 많을 거고, 점점 아무런 보람을 느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특히 정말 대부분의 기업들이 나를 합격시켜 주지 않기 때문에, '나는 어디에서도 필요없는 사람이구나'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봉사 활동을 하면 이런 생각들에 무너지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정기적인 봉사 활동을 나가게 되면, 똑같은 일상 속에서 숨통이 트이는 날이 될 수 있고,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리프레시가 될 수도 있다. 특히 아주 큰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나는 학생이 처음으로 수학 100점을 받았다고 말해 준 순간을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그건 내 인생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큰 보람을 느낀 순간이었고,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 필요한 사람이라는 걸 체감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 얼마나 기쁘고 감사한 일인지도 알 수 있었다. 아무도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 순간에 내가 했던 행동이 정말 도움이 되었다고 말해주는 사람의 존재가 얼마나 큰 보람인지는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쓰다 보니 말이 길어졌는데 아무튼 이 봉사 활동은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될 것 같다. 이 활동을 계기로 올해 봉사 활동을 3번 정도 진행했었고, 내가 잘 모르던 사회적 약자들이 처한 상황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기회도 되었고, 10만원 정도의 소액이지만 장애인 관련 단체나 재단에 처음으로 기부도 해 보았다. 기술 공부와 취준만 하다 보면 시야가 좁아지고 매몰되는 경우가 많은데,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많이 바뀐 것 같다. 앞으로도 내가 이 마음을 소중히 간직하고 스스로가 생각하기에 옳은 길을 갈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정말 멋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