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 중요한 것은 꺾여도 그냥 하는 마음, 한 3년 차 개발자의 2023년

쩡뉴·2023년 12월 24일
5

이야기

목록 보기
2/7

이번 포스팅은 개인적으로 2023년 한 해를 갈무리하려고 한다. 개발자로서 그리고 내가 내 삶의 주체로서 2023년엔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그리고 무엇을 느꼈는지, 몇 가지 키워드와 함께 정리해본다. 또한 올해의 조각을 정리한 후 내년의 목표 설정 및 액션 아이템을 결정하여 실천을 다짐하고자 한다.

들어가는 글🙋‍♀️

일을 시작한 게 2020년 11월이었으니 어느덧 나도 일을 시작한 지 3년이 지났다. 그러나, 이전에 삶의 지도에서도 작성했듯이, 올 한 해 나는 그 어느 때보다 혼란스러워 했다. 개발을 시작하고 나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진한 방황도 하였고, 방향이 뚜렷하지 않은 삶을 사는 기분이 오랜만에 들었다.
그렇지만 1년은 생각보다 짧지 않고, 여느 해와 같이 작고 큰 fluctuation은 있었다. 항상 안 좋지만도, 항상 좋지만도 않았다. 기본적으로 큰 흐름 단위로 어떤 일들이 있었고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정리해보자. 그럼 Let's go☝

분기별 키워드🔑

1분기(1~3월) : 낯섦😶

오랜만에 낯선 곳 한가운데에 떨어졌다. 판교로 회사를 다니게 됐고,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시스템으로 일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전과 비슷한 부분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낯설 때 느끼는 묘한 긴장감을 놓지 못했고, 인생 처음으로 '적응'한다는 것에 참으로 힘들어 했다.(이래봬도 난 적응왕이다 ㅎㅎ 우리 팀원 한 명도 난 어디 가서도 적응 잘할 사람이랬다) 첫 단추를 잘 꿰지 못한 느낌이 들었고 그래서 1년이 참 어렵게 풀렸던 것 같다.

이 시기에 특별히 시도했던 건, 기존에 작업했던 프로젝트(가칭 Rocky Road 프로젝트라고 하겠다)를 새로 마이그레이션 하는 것이었다. 오픈 소스를 이용하여 프로젝트를 진행해왔으나, 레거시한 코드와 Rocky Road라는 제품의 의도에 벗어난 오픈 소스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레포지토리에 백엔드/프론트엔드 코드를 각각 이전하기로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그래서 프론트엔드 개발자랑 레포 따로 파서 같이 마이그레이션 시작.

지금 와서 가장 아쉬웠던 것은, Rocky Road 프로젝트에서 오픈소스 코드를 완전히 털어내지 못한 것에 있다. 코드를 취하고 버리는 것을 판단하기 위한 명확한 기획이 부족했던 점, 있는 기획마저 정리된 문서가 없었기 때문에 비즈니스 로직에 따른 코드 구조를 파악하기 어려웠던 점, 그리고 완전 처음부터 시작하기엔 한정된 시간에 많은 것들을 해야했던 점도 한 몫 했다. 그리고 그 외의 외적인 원인은 너무나도 많았음... 내 인생 회고니까 더 쓰진 않겠다. 아무튼 코드를 옮기는 작업은 꽤나 어렵고 힘들었다.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 일단 최대한 오래된 패키지는 제외하고 회사 컨벤션에 맞게 옮기는 것부터 했다.

그렇게 Rocky Road 프로젝트 마이그레이션을 시작으로, 이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 나는 좋은 제품을 만들고 있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었다.

2분기(4~6월) : 기복📈📉

원하는 만큼 프로젝트가 진행이 되지 않으니 공부를 하고 싶었다. 어떤 방식으로든 좋았다. 그래서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려고 시도했고, 이에 데이터 분석가 3명과 함께 스터디를 하였다. 프로젝트 팀원들과 모여서 롤을 정할 때, 나는 백엔드 멘토를 하면서 프론트엔드 작업을 하기로 했다. 멘토를 함으로써 지금까지 해왔던 업무에 대한 정리도 하고 싶었고, 그와 동시에 프론트엔드 작업을 함으로써 프론트 개발자와의 협업에 있어서의 지식의 간극을 줄이고 싶었다. 그러나 얼마 못가 나는 이 프로젝트 스터디를 제대로 마무리 짓지도 못하고 그만뒀다.

갑작스럽게 회사 일정이 너무 빠듯해진 것이다. 엑셀레이터 밟은 것처럼 일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나를 포함한 회사 팀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역경의 시간을 견뎌내고 있었다. 그렇게 회사에 모든 신경이 쏠리기 시작하니 자연스럽게 스터디원들한테는 양해를 구하는 빈도가 잦아질 수 밖에 없었다. 제대로 하지도 못할 스터디를 붙잡고 있는 건 지나친 욕심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결국엔 그만두었다.

학교 다닐 때도 그랬지만 나는 하나를 시작하면 적당히를 모르는 사람이었다. 하나를 하더라도 제대로 잘 하고 싶은 마음으로 모든 일을 100의 힘으로 내달리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모든 것에 노력을 기하고 잘해내는 사람으로 기억됐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선순위가 존재하는 일의 경우에는 오히려 독이 되는 습성이었다. 그게 내가 스터디를 빡세게 하겠다며 시작해놓았지만 결국 그만두게 된 요인이지 않나 싶다. 당장에는 회사 내부 사정과 내 개인적인 삶의 균형을 잡을 수 없었고 우선순위는 회사에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행이고 감사한 점은, 성격 좋고 너그러운 스터디원들의 이해에 이어 근근히 연락하고 얘기하면서 가까운 사람으로 남았다는 것이다. 대인 관계의 면에서는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3분기(7~9월) : 환기🌞

외근지에 상주하기 시작했고 본격적으로 프로젝트가 빠르게 부풀어 올랐던 시기였다. 세상을 긍정과 낙천으로 바라보는 나였어도, 여러가지 외압에 의해 체력은 달리기 시작했고 신경은 점차 날카로워지고 있었다. 아무튼 시간 내에로 Rocky Rock 프로젝트는 끝을 내야했기에 관성처럼 일을 쳐냈다. 그와 동시에 스스로를 돌볼 시간이 나지 않으니, 나는 브레이크 없이 바퀴가 다 닳은 채로 내달리는 자동차와 같았다. 언제 어떻게 망가질지도 모르는 채. 하지만 어떻게든 정신을 붙잡아야 했다.

심신이 굉장히 지쳐있으니 집에 오면 당연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인생 전반을 거쳐 이렇게까지 체력이 떨어진 적이 없었는데, 집에 오면 그저 누워 있었다. 매번 천장을 공허하게만 바라보다 보니 스스로가 한심하다는 생각에 자책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살았다간 더이상 내게 좋을 게 없다는 사실은 너무 자명했고, 결국 내 시간이 중요하다는 것을 주변에 표명하기 시작했다. 일을 하는 것도, 공부하는 것도 결국 체력에서 기반하기 때문에 나는 가장 기본이 되는 체력 문제부터 해결하기로 맘 먹었다.

운동에 대한 의지가 너무 안 생겨서, 괜한 욕심을 부리기보단 작게 작게 실천을 할 수 있는 것부터 찾았다. 결국 집에서 할 수 있는 피트니스 게임(링피트)으로 이 문제를 풀어냈다. 처음 며칠은 죽을 거 같이 힘들었지만 맨날 누워만 있는 삶을 살기 싫다는 생각 하나로 매일 게임을 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체력이 다시 증진되고, 오랫동안 천천히 불어왔던 몸무게도 다시 줄어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체력이 좋아지니 정신적 피폐함도 줄어들었다.

4분기(10~12월) : 견고🧱

10월은 매일 야근으로 점철되었고 정말 영겁의 시간처럼 느껴졌던 한 달이었지만, 9월에 길러둔 체력 때문에 버텨낼 수 있었다. 그렇게 시간은 자연스럽게 흘렀고, 오랜 기간동안 준비했던 Rocky Road 프로젝트에 고객이 생기면서 결실을 맺었다. 게다가 Rocky Road가 어느정도 마무리 되고 새로운 팀원들이 회사에 합류하면서 변곡점이 생겼다. 슬슬 다른 프로젝트에 투입이 되면서 좀 더 R&R이 명확해졌기 때문에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숨통이 좀 트이니 슬슬 다시 개인의 성장에 눈길을 두었다. 그래서 무엇을 더 해볼지 고민하다가 글또, 메모어 등의 활동을 시작했다. 첫 목적은 올해의 1년, 내 지난 3년을 정리하기 위함이 컸다. 하지만 그 이상의 가치를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활동을 시작한지 약 한 달 돼서 느낀 바는, 서로 동기부여를 해주는 사람들을 만나고 삶과 일을 바라보는 좋은 자세를 가진 사람들을 알게 되어 정말 많이 배우고 있다. 내 생각 정리하는 것 이상으로 하고 싶은 게 많아졌다.

2024년엔?🎇

2023년을 통해 과한 욕심을 부리기보단 작은 것이라도 하나씩 실천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한 직장과 개인의 삶에서 각각 이루고 싶은 것들을 잘 정의해야겠다는 것을 느꼈다. 분명 직장에서도 배우는 게 있을 것이고 내가 다른 활동을 하면서도 배우는 것이 있을테니까.
그리고 조금은 의연하게 현상을 바라 볼 필요도 있다 생각했다. 주변이 나를 흔든다고 해고 내가 거기에 다 부응할 필요가 없음을 느꼈다. 그걸 잘 하려면 스스로를 잘 돌봐야겠다 싶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액션 아이템을 정해 실천하면서 무엇이든 이루고 배우고자 한다.

액션아이템✅

🍀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매일 30분씩이라도 가져보자.

아무리 바빠도 오늘 하루 나의 감정을 잘 돌이켜 보고 다듬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 단 30분씩일지언정. 이 때는 두 가지 프로세스를 시행하고자 한다.

첫 번째, 오롯이 나의 관점에서 하루에 일어난 상황과 그에 따른 감정 및 내 행동을 살펴보기.
두 번째, 몇 발짝 물러나서 거시적인 관점에서 그 감정들과 내 행동에 대해 다듬고 그 다음 액션 아이템 정해보기.

이 행동의 목적은 남들에게 나의 감정을 전가하지 않고, 스스로가 (특히 부정적인) 감정의 늪에 빠지지 않기 위함에 있다. 이 액션을 잘 지켜낸 후에 스스로가 얼마나 변화했는지 체크해보자.

🍀블로그 포스팅을 한 달에 최소 2개 이상 하자.

지금은 글또를 통해 강제적(?)으로라도 한 달에 2개 씩 글을 쓸 수 밖에 없지만, 이 습관을 잘 유지하자. 잘 유지하기 위해선 스스로의 동기 부여를 해야 한다.

그러므로 블로그 포스팅은 나의 지식을 정리하고 타인에게 공유하는 것에 가장 큰 목적을 두도록 하자.

그리고 여기에 연결해서 강의를 듣는다거나, 책을 읽는다거나, 스터디를 한다거나 하여 '공부'하는 그 자체에 대한 방식을 잘 정립해야할 것 같다.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자.

올해 말에 되어서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데, 한 9월 달 쯤 내가 올해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니!라는 생각이 들긴 했었다.

새로운 만남도 시도이고, 도전이다.
현명한 결정을 하고 타인에게 이로운 영향력을 주기 위해선 끊없이 인사이트를 습득해야 한다.
그 인사이트는 결국 사람한테서 얻을 수 있다.

세상에는 각양각색의 인물들이 있고, 내가 만나보지 못한 유형의 사람들도 존재할테니, 여전히 배울 거리도 너무 많다. 올해 말이 되어서야 그랬던 것처럼, 내년에는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게속 나를 다듬는 시간을 가져보자.

🍀주 2회는 꼭 운동을 하자.

얼마 전에 들은 얘기가 있다. 정확한 워딩은 생각 안나지만 대략 아래와 비슷한 내용이었다.

개발자에게 운동은 필수다. 그마저도 안하면 앉아 있기만 할테고 사람으로서 삶을 영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에서 사무실에서 일하는 어떠한 직무든 비슷한 상황이겠지만, 유독 개발자들에겐 '앉아서 일만 하는 이미지'가 있다. 뭐... 틀린 소린 아니긴 하다. 실제로도 앉아 있기만 하기도 하고, 컴퓨터하고만 얘기하기 때문에 거의 움직이지 않긴 하다.
움직이지 않으면 근육이 굳는 느낌이 들고 그게 실제로 생산성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몸소 깨달았기에, 무엇보다도 건강이 최고라는 생각뿐이다. 건강하지 못하면 아무것도 못한다. 육체도 정신도 건강해야 한다. 그 모든 것을 해결하려면 운동은 무조건 해야 한다.
지금은 링피트를 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체중 감량이 되는 것 같다. 그래도 나중에는 밖에서 활동적으로 할 수 있는 운동을 찾아서 하고 싶다.

🍀지속 가능한 취미를 하자.

취미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취미 생활을 한다는 것이 곧 정신 건강과 직결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줄이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다만 나는 원체 관심사가 많아서 취미 부자였다. 오죽하면 취미 100개를 만들어 로테이션 돌리자 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욕심부리면서 할 순 없다. 그래서 조금은 취미의 범위를 줄일 필요가 있다.
그래서 꾸준히 할 수 있는 취미를 다시 시작하자. 예를 들면 캘리그라피라든가 바이올린이라든가.

마치며🤗

어릴 때부터 한 해의 회고는 참 많이 해봤는데, 어느 해에든 마무리는 '그래도 고생했고 잘했다. 내년엔 행복하자'였던 것 같다. 난 최대한 좋은 의미만 보는 성격이라, 힘들었던 시간들도 지금은 다 내 자양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게 다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것들이었을테니까.
그리고 이젠 마냥 주니어라고 할 수 없는 4년차에 접어들었다. 고민의 깊이는 올해보단 내년에 더 깊어질 것이다. 그게 고민으로 끝나지 않게 하려면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중심을 붙들어 잡는 방법을 계속 탐색하지 않을까 싶다. 이젠 흔들리기 싫다는 생각을 하기보단 흔들려도 즐길 수 있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위의 정해둔 액션 아이템을 지키면서 내가 1년동안 얻은 노하우로 내년 이맘 때는 또다른 즐거운 회고를 했으면 좋겠다.

아무튼, 2023년도 고생했다. 쩡뉴! 내년에도 잘 부탁한다, 나 자신!

profile
파이썬으로 백엔드를 하고 있습니다. Keep debugging life! 📌 archived: https://blog.naver.com/lizziechung

2개의 댓글

comment-user-thumbnail
2024년 1월 1일

"2023년을 통해 과한 욕심을 부리기보단 작은 것이라도 하나씩 실천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저도 올해 회고를 작성하면서 깨달았어요. 하나라도 제대로 하는게 중요한 것 같더라고요!
쩡뉴님은 예전 블로그부터 정말 글을 잘쓰시는 것 같아요. (부럽..습니다...)
재밌게 읽었습니다! 😊

1개의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