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남아있는 나날 (가즈오 이시구로)

문연수·2023년 12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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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출처: https://m.yes24.com/Goods/Detail/4251243

 군대에서 동기와 개인정비 시간에 여러 이야기를 주고 받던 중 북토크, 책리뷰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왔다. 책을 좋아하던 나로썬 그의 권유가 더할 나위 없이 기뻤고 그 과정에서 선정된 첫 번째 책이 남아있는 나날이었다. 사실 둘이 숙고하여 고른 것은 아니고 동기가 먼저 제안했고 내가 승낙했다.

 처음 듣는 작가의 처음 보는 제목이었으나, 유난히 제목이 마음에 들어 대화를 나눈 바로 다음날 휴게실에 꽂힌 그 책을 들고 나와 읽기 시작해 당일 다 읽게 되었다.

 소설의 전개 방식이 굉장히 산만한데 주인공이 여행을 하는 과정에서 과거를 회상하며 현재와 과거 시점을 이리저리 옮기며 이야기를 진행한다. 이러한 전개 방식이 처음에는 집중이 안되고 불편했으나 종장에 이르러선 과거와 현재가 대비를 이루며 극적인 효과를 주었다. 저자의 필력에 경탄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읽는 내내 소설 속 주인공의 역겨운 이중성에 불쾌함을 느꼈으나, 그 삶의 내력과 그가 살아온 시대상이 점차 드러나면서 그 불쾌함은 오히려 연민으로 변해갔다.

 그 무수한 갈림길 속에서 후회한 지난 날의 나를 떠올린 것은, 그 끝이 무엇보다 비참하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내가 구가한 삶의 방식이 그의 삶과 별다를바 없다고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지나간 시간을 후회로 살아갈 순 없다, 아직 남아있는 나날이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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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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