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말 (장폴 사르트르)

문연수·2024년 12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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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 출처: https://www.yes24.com/product/goods/3105048


 긴 말 없이 바로 적겠다. 나는 그와 같은 생각을 하며 살았다. 하지만 방식이 조금 달랐던 것 같다. 나는 책장이 아니라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리고 혼자가 되는 괴로움을 달래기 위해 컴퓨터를 했다. 이건 나의 순수한 유희였다. 그러나 중학교에 들어서고 타자의 시선을 느끼게 된 뒤로 (그들은 나를 신동으로 알았다) 나의 이 일은 하나의 과업이 되었다. 그 이후론 더 이상 재미를 찾기 어려워졌다. 물론 재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만한 재미 대신 어떤 책임감을 더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이걸론 컴퓨터 공부를 지속할 수 있는 힘이 없었다. 그 일은 고되기도 하고 어떤 현실과의 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나는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을 찾게 되었다. 그리고 나를 그러한 영웅에 대입하여 어떤 시련 내지는 고통을 겪으며 성장하고 있다는 믿음을 가지기 시작했는데 당시에는 큰 도움이 됐다.

 빌려온 것은 내 것이 아니기에 이렇게 빌려온 의지와 힘조차 어떤 본질적인 의문을 멈출 순 없었다. 언제나 그 끝에는 설명할 수 없는 막연한 두려움이 밀어 닥친다. 나의 행동을 정당화 시켜주며, 나의 삶 그 자체를 인정해주는 어떤 항구적인 것들을 찾아 다녔고 그 과정에서 철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나도 갑자기 나의 자서전을 적어 버렸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다중은 이런 것들에 큰 관심이 없어 기회가 없었는데 간만에 이런 대화를 나누게 된 것이 참으로 기쁘다. (물론, 그는 관짝에 들어 갔으므로 일방통행이지만)

하지만 아쉽게도 나는 그의 생각에 완전히 동참하진 않는다. 여전히 우리는 어떤 방향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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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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