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22280138
책 제목: 인생
저자: 위화
역자: 백원담
출판사: 푸른숲
읽기를 많이 고민했다. 책을 들었다 놓기를 십수번 반복한 것 같다. 제목도, 디자인도 너무 좋았지만, 중국 문학 작품이라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웃기다. 그게 뭐라고. 나에게는 나 자신에게조차 설명할 수 없는 반중 감정이 있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계속 눈에 밟혔다. 이 참에 고정관념을 깨고 여러 작품에 도전해보자는 생각으로 책장에서 뽑아 내었다.
주인공 푸구이는 지금까지의 삶을 술회하며, 책의 서문에서 말하듯, 개인이 마주한 부조리한 운명을 어떻게 해쳐 나가는지를 담담하게 설명한다.
그 과정에서 발생한 중국의 역사적 변천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으나, 필자는 중국 역사에 대해 아는 바가 전무한지라 실제인지는 잘 모르겠다. 해설에서는 실제 있었던 일들이라 하나 역사에 대해서는 이것저것 들어봐야 확실하다는 생각하므로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묻어두려 한다.
개인이 어찌할 수 없는 일도 분명히 있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성공하는 것은 아니고, 성공한다 해서 꼭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내일 죽을 수도, 아니 지금 바로 죽을 수도 있다. 저자는 이러한 삶의 부조리함을 정말 잘 보여준다.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매이고, 눈물이 핑 돌았다. 부자에서 한 순간에 빈자가 되고, 고된 노동과 기아에 허덕이고, 가족들과 지인들이 먼저 세상을 떠나는데 어찌 제 정신으로 살 수 있을까?
이러한 삶의 시련에 대한 저자의 답변은 바로,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운명에 순응하라는 것이 아니라, 그 운명을 피하지 말고 의연히 마주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만난 이들을 동무 삼아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다.
어머니 말씀이 사람은 즐겁게 살 수 만 있다면 가난도 두렵지 않은 법이라 하셨지. - 83pg.
자전에게도 그렇게 말했더니 그녀는 이로 실을 끊으며 이렇게 말하더군. "저는 복 같은거 바라지 않아요. 해마다 당신에게 새 신발을 지어줄 수만 있다면 그걸로 됐어요." 자전의 말이 맞아 가족끼리 매일 함께 할 수만 있다면 복 따위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 117pg.
사람 목숨이 아무리 질겨도, 일단 자기가 죽겠다고 마음 먹으면 무슨 수를 써도 살 수가 없는 법이라네 - 248pg.
나는 솔직히 이러한 상황 앞에 버텨낼 자신이 없다. 나 또한 인생에서 많은 후회를 남기고, 슬픔을 삼키며 살아 왔지만 세상이 나를 포기하고 버리면, 나도 내 자신을 붙잡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나에게도 시련이 찾아올 것이다. 그때 다시 이 책을 꺼내 읽어보며, 삶의 자세를 떠올려 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