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로 회사 생활을 하면서 배운 것들
현재 지금 회사를 다니기까지 나는 크고 작은 회사 4개를 거쳤다.
첫번째 다니던 회사는 중견 SI 솔루션 회사였는데 어느 it 회사처럼 이리저리 갑을병’정’이 되어 돌아다니곤 했다.
그때 당시 꿈은 회사원이 되는거라 입사하고 3개월 동안은 즐거웠지만 그 이후 개발을 하지 못한다는거에 큰 상실감을 느꼈다. 개발보다 ppt를 수정하는 일이 훨씬 많았다. 부장님에게 문서 작성보다 개발을 더 많이할 수 있는 회사는 없냐고 물어보니 없다고 하셨다. 나는 document developer가 아닌 개발을 하는 회사로 취업하는 걸 꿈꿨다.
첫번째 회사에 내일채움공제를 했었는데 나는 3년을 다니면 3천만원을 받기로 되어있었다.
자발적인 퇴사는 다시 내일채움 공제를 할 수 없었는데 삼천만원보다 나의 미래가 더 가치있을 것으로 생각되어 과감하게 퇴사를 했다. 지금도 그 결정에 후회는 없다.
퇴사 과정도 쉽지 않았다. 열심히 할 것 같아서 뽑아줬는데 왜 뒷통수 치냐, 이 회사 편한데 왜 그만두냐.. 삼천만원 아깝지 않냐.. 이런 말도 들었다.
나에게 계속 왜 자꾸 퇴사하냐며 잔소리를 늘어놓는 10살 많은 동료에게 ㅁㅁ씨는 다시 23살로 돌아가면 삼천만원 받을래요? 아니면 하고싶은거 할래요? 라며 호기롭게 퇴사했다. 지금 생각하면 굉장히 무례했지만 나이 많은 아저씨들이 자꾸 이래라 저래라 하는게 짜증났다. 1년간 회사를 다니면서 너무 힘들어 20kg이 빠졌는데 말이 좋게 나올리가 없었다.
다음 직장은 한인숙박업소를 하는 곳에 취직 했는데 코로나가 터지면서 2개월만에 권고사직을 받았다.
그리고 몇개월간 밤새 게임을 하며 놀다가 다시 정신차리고 영어 회화 어플 서비스에 취직했다.
하지만 출근 며칠만에 회사가 이사가버리면서 도저히 다닐수가 없었고 회사에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결론이 나지 않는 회의를 계속해서 반복하는 걸 보며 금방 망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나는 왕복 4시간을 다니면서 이직준비를 하였고 3개월이 지나자마자 hr 서비스를 하는 회사로 이직하였다. 이직하고 몇달 뒤 영어 회화 서비스 회사도 폐업하였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개발자 생활이 시작되었다.
합당한 월급과 근무시간 그리고 잘하는 사수, 개발 부서를 책임지는 cto, 대화 소통이 잘 되는 ceo, 꼼꼼한 기획자와 디자이너분까지 이것저것 많이 배웠다.
하지만 나는 진개라이팅을 당하여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 해졌다.
진개라이팅이란 너가 진짜 개발자야? 진짜 개발자라면~~ 해야돼 라는 뜻이다.
(진짜 개발자 + 가스라이팅을 합한 신조어다.)
내가 개발자로서 부족한 점이 있을 수 있었겠지만 이렇게 정신적으로 힘들면서까지 회사를 다니는게 맞나 싶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눈을 뜨는게 싫었다.
아마 개발일을 해본 사람은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다 알거다.
그렇게 다시 한번 이직을 하였다. 정말 운이 좋게도 대기업에 입사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그 과정에서 나는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첫째 거절을 디폴트라고 생각하기
나는 여러 스타트업을 다니면서 내가 낸 의견이 반영되는 경우가 많았고 성과도 좋았고 인정도 많이 받았다.
그게 개발적인 부분이 아니더라도 채용이나 회사 문화적인 부분에서도 그랬다.
하지만 대기업은 그게 통하지 않았다. 내가 생각하기에 정말 좋은 의견이라도 절.대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마 많은 이해 관계가 얽혀있었던 것 같지만 아직도 잘 모르겠다.
처음에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이게 회사의 스타일이고 방식이니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납득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는 내 생각은 나의 사고를 전반적으로 바꿔놓았다.
예전에는 부탁을 거절당하면 의기소침해진적도 있고 거절을 거절하지 못하여 스트레스도 받았는데
아예 거절을 기본으로 생각하니 내 마음도 편해졌다. 내가 말하는게 전부 정답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고 어쩌면 그 영역까지 고민 할 필요가 없어서 다른 곳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쉽긴 하다..)
나는 내 의견이 거절당할것을 디폴트로 생각하고 최대한 의견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를 더 찾으려 노력했다.
둘째 정중하게 말하기
위와 비슷한 내용이지만 이전 회사들은 전부 개발자가 더 많았다.
개발자의 말하는 방식 중 대부분은 직설적으로 말하는데 현재 회사에서는 개발자보다 사업/기획/디자이너분들이 더 많다. 나도 이전 회사에서 개발자의 독설 때문에 상처를 받았고 그런 개발자가 되지 않겠다고 했지만 부족했었다.
그래서 최대한 정중하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표출하였다.
부드럽게 말하는 방법에 관한 글을 찾아보거나 오랫동안 회사에 다니신 분들이 의사소통 하는 것을 배우고 따라했다. 부탁하거나 수정사항이 있을 때는 생각나는 대로 말하기 보다는 조금 더 조심스럽게 말할 수 있는 방법을 한번 더 고민했고 좀 더 조심하기 위해 chat gpt에게도 물어보기도 했다.
이 말하기 방식이 현재 나아졌는지 스스로 판단할 수 없지만 AI가 필터링을 해주니.. 나아졌을지도..?
최근 몇년간 회고글을 작성하지 않았는데 이번에 쓰게 된 이유는 지금 회사가 또 상황이 좋지 않아 권고사직을 받을 것 같다. 회사를 그만둘 때가 되면 그동안 어떤 회사생활을 했는지 되돌아보게 되는 것 같다.
현재 회사에서 정말 오래있고싶었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이 안타깝다...
처음으로 프로젝트를 오픈해보고 유지보수를 했다. 물론 초반에는 외주사가 개발한 걸 받아서 진행했지만 이제는 내 코드가 많이 들어갔다. 외주 회사와의 소통과 이해할 수 없는 코드를 고치는 작업도 힘들었지만 그 혼란에서 중심을 잡으려고 애썼다.
2년간 많이 실수했고 또 그만큼 배웠다.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을 이해하고 할 수 없었던 것 같은 어려운 개발을 해보고 다양한 직군과 소통하며 많은 사람들과 대화했다.
다음 스텝이 어딘지는 몰라도 어딘가에는 내가 필요한 자리가 있을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