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반이나 남은 2023년이지만 지난 날을 생각해보면 참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다. 휴학 결정, 동아리 합격, 42프로젝트, 여기톤(해커톤) 참여 등... 작년과 비교했을 때 너무나 보람찬 반년이었다.
처음에는 괜히 2년씩이나 휴학한건 아닐지 걱정하기도 했는데, 결과적으로 괜한 걱정이었다.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기록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참고하고자 2022년 12월~2023년 7월까지의 회고록을 적어본다.
작년에 1년동안 휴학했기 때문에 올해는 복학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여전히 부족한 프로젝트 경험이 발목을 잡았다. 웹/앱 개발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상태에서 복학을 해도 될까...? 하는 생각때문에 여러 사람들과 상담했다.
다들 정신차리고 졸업이나 하라고 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휴학을 추천하는 사람이 많았다. 멘토링을 해준 멘토님도 내 상황을 이해하곤 조심스럽게 휴학을 권하셨다. 다만, 막연히 휴학하는 것은 비추고 뭐든 보험을 들어놓으라는 조언을 해주셨다.
내 상황에 적당한 보험이 뭐가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다보니 일단 뭐든 해보자 싶어서 IT동아리에 들어가기로 결심했다. 당시 아무런 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개발 경험이 전무한 사람들을 뽑는 피로그래밍에 지원했다. 그리고 바로 떨어졌다. ^_^!!
이때를 회고하자면 간절함이 부족했다. 나는 내가 잘났다고 생각하고 살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적당히 있는 그대로를 쓰면 붙을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와서 그 자소서를 읽어보니 나 잘났다고 자랑만 할 뿐 동아리에 대한 어떠한 애정도 보이지 않았다. 지금에 와서야 보이는거지만 동아리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에 서류 준비도 미흡했고, 그때문에 떨어진게 아닐까싶다.
그래도 탈락 후 두가지를 얻어갈 수 있었다. 동아리 서류에서 강조해야 할 것과 파이썬에 대한 얄팍한 지식이었다. 서류에 첨부된 코딩테스트를 해결하기 위해서 점프 투 파이썬을 정독하고, 당시 꾸준히 풀었던 백준도 파이썬으로 풀었다. 파이썬을 처음 다뤄봤기에 많이 미숙했지만 그때의 학습덕에 이후 득을 보는 일이 생겼다.
동아리 탈락이 큰 자극이 되어서일까, 아는 사람들을 모아서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동아리에 넣을 소재를 늘리려고 시작했던 작은 프로젝트인데 생각보다 기간이 길어지고 규모도 커졌다.
42서울에 계신 카뎃 지인분들을 모아서 작은 팀을 꾸려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처음에는 42ence라는 가제로 시작해서 지금은 42wekey가 됐다. 여기서 웹개발을 처음 하게 됐다. 웹개발이 처음이라서 아는게 하나도 없었는데, 무작정 팀을 꾸리고 회의를 하다보니 뭔가 진행되는게 눈에 보였다.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으로 html, css, 자바스크립트를 공부한 뒤에 바로 리액트를 학습했다. DOM? spa? 처음 들어보는 개념이 너무 낯설었기에 학습도 어려웠다. 모든걸 독학으로 해결해야 했기 때문에 나와 마찬가지로 웹개발 경험이 전무한 팀원분들께 의지하며 공부했다.
그 과정에서 다가오는 42서울 블랙홀을 해결하기 위해 중간 중간 프로젝트를 쉬고 과제를 하는 등... 각자의 여러 사정으로 인해 프로젝트 진행이 굉장히 더뎠다.
그래도 뒷심있는 팀원분들 덕분에 필수적인 기능을 구현한 뒤 aws를 이용해서 배포까지 해볼 수 있었다. 지금은 aws 계정 회수로 인해 확인 불가능하다.
배포가 됐기 때문에 구글에 프로젝트를 검색했을 때 검색결과에 우리 프로젝트가 상위노출된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앞서 말했듯 이 프로젝트는 아직 진행중이라 언제 끝이 날지 모르겠다. 그래도 하나의 프로젝트에서 42 oauth2.0, 리액트, 리코일, 무중단 배포 등 프로젝트에 필요한 다양한 기능을 경험해봤기 때문에 의미있었다. 무엇보다도 팀원들이 너무 좋은 사람들이라 진행과정이 즐거웠기에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프로젝트였다.
42내의 커뮤니티가 너무 마음에 들었기에 과제도 놓지 않았다.
내 나름대로 cs도 배우고 스스로 코드짜는 능력도 기르고 하다보니 어느새 4circle 과제를 단 하나만 남기고 있는 상황이 됐다. 아직은 갈 길이 태산이지만 남은 5, 6circle을 올해 안에 끝내는 것을 목표로 과제도 열심히 하려고 한다.
조촐했던 홀리그래프가 조금씩 차는 것을 보니 기분이 이상하다. 멤버 될 날이 기다려진다.
피로그래밍 탈락에 절치부심하여 이제는 동아리에 무조건 들어가겠다는 생각으로 멋쟁이 사자처럼에 서류를 넣었다. 지인 분들 중 학부생 시절 멋사 출신이었던 분들께 부탁해 서류 팁을 물어봤다.
다들 분량만 꽉채워서 작성하면 된다고 하셨으나 작년 경쟁률이 꽤나 치열했던 것을 봐서 그런지 불안했다. 분량도 꽉 채우고 내용도 알차게 쓰려고 노력했다.
이에 대해서는 따로 후기를 작성했다.
멋쟁이 사자처럼 합격 후기
멋사 합격은 사실 올해 도전한 일들 중 가장 잘한 일 같다. 정~~~말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열정적이었던 운영진분들 덕분에 일주일에 2번, 각 2시간씩 정기세션을 진행했다. 그 세션에서 운영진 분들이 스프링부트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알려주면 아기사자들이 실습하고 과제를 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학교 동아리가 이정도로 빡셀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지만, 빡세서 좋았다. 애매하게 힘든 것 보다는 아예 힘들고 얻어가는게 많은 쪽이 좋았다.
정기세션에서 스프링부트를 배웠다면 동아리 스터디에서는 장고를 학습했다. 스터디는 당연히 독학이었고, 운영진분들이 스터디 꾸릴 시간을 주고 팀을 짰다. 우리 팀은 인프런 강의 하나와 책 한권을 뗐다. 약 세달만에 강의 하나, 책 한권, 프로젝트 하나를 완성시켰다. MTV, DRF를 모두 학습했다.
어마무시한 진도였지만 스터디라는 책임으로 묶이게 되니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 해보는 백엔드 공부는 되게 재밌었다. 환경설정 때문에 머리털 뜯길뻔한 기억이 많지만 어떤 결과물이 보여지는게 너무 행복했다. 내가 생각한 로직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프론트와 연동되고 하는 경험이 신기했다. DB설계는 어렵지만 프로젝트 과정 중 제일 재밌다고 느낀 부분이기도 했다.
1월에 프론트엔드로 웹개발을 처음 접해본 나로써는 이제 풀스택 개발자가 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성장하는 기분을 느꼈다.
짧은 시간이지만 웹개발을 한번 접한 뒤에 백엔드에 대해 배우니 이해도 잘 되고 같은 기수의 부원들보다 한발짝 앞서있는 기분이었다.
1학기 정기세션이 마무리되고 2학기부터는 직접 세션을 기획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하는데, 벌써 주제를 생각해뒀다. 아주 기대된다.
개발과 관련된 내용은 아니지만 집에 큰 일이 있었다. 3월 말 옆집에서 큰 화재가 발생했다. 옆집은 전부 타버렸고, 우리집까지 불이 번진 와중에 대피가 늦어졌다.
화재 진압 후 살펴본 집은 그을린 자국 외에는 크게 이상이 없었지만, 현관문이 휘고 심한 탄내로 인해 거주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 그래서 한달동안 임시로 살 숙소를 구해서 가족들이 다함께 이사가게 됐다.
교통이 불편한 산골짜기에 숙소가 있었기 때문에 밤 늦게 돌아다니는건 생각조차 못했다. 그렇게 한달동안 숙소에 틀어박혀 공부하고, 학교가고, 학원가고를 반복했다.
화재 대피할 때도 맥북만 챙겨서 나왔다. 당시에는 무서웠지만 리모델링 후 방이 더 쾌적해져서 지금은 좋게 생각하려고 노력중이다.
멋쟁이 사자처럼 여대 연합 해커톤 여기톤에 참가했다. 여기톤 시작 전 교내 멋사에서 여기톤 대비 프로젝트도 진행했기 때문에 프로젝트를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에 대한 감도 잡혀 있었다.
솔직히 자신 있었고 수상 욕심도 났다. 더군다나 대회가 14일~15일이었는데, 내 생일이 15일이었다ㅎㅎ. 생일에 대회장에 있어야 해서 고민을 하다가 신청한만큼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랐다.
대회 시작일보다 일찍 모여서 팀끼리 프로젝트 진행 후 대회 당일에 마무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기획해주신 프론트엔드 개발자님이 디자인도 잘 하고 개발실력도 뛰어나서 얹혀가는 느낌이었다. 물론 나도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개발에 참여했다.
나는 팀 내에서 회의 일정을 조율하고, 개발 방식을 정하는 일을 도맡아 했다. 커밋컨벤션, pr날리고 단톡에 말해주기 등 깃허브 사용규칙을 정리하고 개발 파트를 나눴다.
기획 부분에서 내가 참여한 비중이 낮아서 다른 부분에서 팀에 도움이 되고자 노력했다. 정리하는건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회의일정을 잡아서 미리 회의 주제를 정리하고, 회의 진행 후에는 회의록을 정리하고, 코드리뷰도 성심성의껏 하고자 했다.
욕심이 과했던 탓에 백엔드에서 해야 할 대부분의 개발을 나 혼자 해버리는 일도 있었지만, 함께 한 백엔드 팀원분이 나서서 아직 진행되지 않은 작업들을 맡아주셨기에 적절한 역할 분배로 프로젝트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참가한 17개 팀 중 대부분의 팀에 기획 및 디자이너가 있었지만 우리팀에는 없었던 점이었다.
대회 당일에 기획자는 사실상 발표 준비에 모든 시간을 쏟을 수 있는데, 우리팀은 모두 개발을 해야 했기 때문에 발표 준비에 많은 공을 들일 수 없었다. 그래서 마감 2시간 전에 급하게 ppt를 만들어서 제출했던 부분이 크게 아쉬웠다.
하지만 다재다능한 프론트엔드 개발자님이 발표까지 잘해버리는 바람에 본선에 진출하게 됐다. 자랑하자면, 우리 팀이 기획자가 없는 팀 중에서 유일하게 본선에 진출한 팀이었다. 히히
2차 발표에서 아쉽게 수상하지는 못했지만, 본선까지 간 것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개발은 우리팀이 가장 완벽했다고 믿었기에 아쉬움이 많았지만 그래도 좋은 포트폴리오를 얻은 것 같다.
생일이었기 때문에 상을 내 생일선물로 받아보자 하는 욕심이 있었는데 이루지 못한게 아쉽긴 하다.
팀 레포
적어놓고 보니 참 다양한 일들이 있었다. 8월 중에 또다른 해커톤에 참여하기로 해서 23년 하반기 회고록도 알찰 것 같다. 사실 주변에 취업한 친구들을 보며 휴학을 잘 한건지 계속 불안한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내 행보를 지켜보고 계신 팀원분이 이렇게 말씀해주셨다.
네이버는 꿈도 꾸지 않지만 내 휴학 생활을 칭찬해주는 사람이 있다는게 기분 좋다. 상반기의 경험들이 실패로 끝나든, 성공으로 끝나든 모두 의미있는 경험이었다.
앞으로도 잘 헤쳐나가 보자!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