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20] Family Friend Fools

이순간·2025년 5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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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AFTON JUN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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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 20일.
정글에서 72일을 보냈고, 앞으로 72일이 남았다.

숫자만 보면 단순한 50%지만,
내가 보낸 시간은 그렇게 균일하지 않았다.
어떤 하루는 여섯 시간짜리 같았고,
어떤 날은 이틀을 산 것처럼 무거웠다.

핀토스를 시작하고 나서는 솔직히,
코드를 한 줄도 스스로 못 짜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깃북과 코드를 읽고 구조는 그럴듯하게 이해되는데,
막상 손은 움직이지 않았다.
머릿속에선 알겠는데, 손가락은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GPT에게 묻고, 코드를 복사해 붙여넣으며 구조를 뜯어봤다.
처음엔 그게 너무 부끄러웠다.
나만 이렇게 뒤처지는 것 같고,
누군가는 스스로 풀어나가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이상하게도 점점 덜 초조해졌다.

내가 모른다는 사실을 매일 깨달았다.
처음엔 괴로웠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마저도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나는 지금 배우는 중이구나.

그걸 인정하자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생각을 베껴 따라가면서도,
어느새 내 머리와 손이 그 흐름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걸 느낀다.
나는 지금도 배워가고 있다.

그리고 그 사이, 나는 웃고 있었다.
좋은 사람들과 하루를 함께 나누고,
코어타임이 끝난 저녁엔 로또런 친구들과 함께 뛴다.

운동을 싫어하던 내가 땀이 묻은 티셔츠를
기분 좋게 빨고 있다는 사실이 스스로 놀랍다.
몸이 먼저 변했고, 마음도 따라 변해갔다.

301호는 경쟁의 공간이 아니라 협력의 공간이었다.
혼자였으면 진작 포기했을 순간들도,
누군가 옆에 있었기에 하루를 끝낼 수 있었다.

그리고 점점 알게 되었다.
이해하지 못하는 순간들,
남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느끼는
불안함, 초조함, 자괴감 같은 것들도

이곳에서는 나만의 속도와 방향을 찾기 위한 선명한 신호였다는 걸.
그 감정들은 부끄러워해야 할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진짜로 배우고 있다는 증거였다.

완전히 이해하지 못해도,
당장 따라가지 못해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말할 수 있게 됐다.
그게 이 301호가 내게 가르쳐준 가장 큰 용기였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 스스로를 부정하지 않고
끝까지 긍정하는 법을 배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괴감 끝에서 마주한 낯선 감정들 속에서도,
옆을 바라보면 여전히 같이 가고 있는 팀원이 있다.
쉽게 보이지 않아도, 그 믿음은 나를 붙잡아준다.
함께 가는 일에는 언제나 승산이 있다.

어떤 날은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해낸 것 없이 끝나기도 한다.
코어타임에 말문이 막히고,
테스트케이스 하나 통과 못 한 채 밤을 맞기도 했다.
그런데 그 밤이 슬프지는 않았다.

GPT를 쓰는 나는 토끼에 가깝다.
표범보다 약하고 느리지만,
표범보다 작아서 잽싸게 토끼굴로 뛰어들 수 있다.

처음엔 그런 나를 부끄러워했지만, 이제는 다르게 보기로 했다.
토끼는 자신을 부정의 대상이 아닌 긍정의 대상으로 바꾼다.

표범보다 약한 부정적이고 수동적인 자신을 선택하는 대신
표범보다 작아서 잽싸게 토끼굴로 뛰어들 수 있는
긍정적이고 능동적인 자신을 선택한다.

그렇게 도망치는 토끼의 뒷모습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그건 결코 수동적인 선택이 아니다.
오히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
작지만 능동적인 태도다.
도망치는 토끼가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이제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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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툴지언정 늘 행동이 먼저이기를

2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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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 21일

Figh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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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 22일

깡총 (positiv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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