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24] 그래, 우리는

이순간·2025년 6월 25일

KRAFTON JUN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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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는 마치 안개 속을 걷는 듯한 기분이었다
프로젝트 주제를 정하기 위해 팀원들과 모여 다양한 의견을 나누었지만
뚜렷한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시간을 보냈다

처음에는 주제가 자꾸 바뀌는 상황이 큰 문제라고 느꼈고
빠르게 결정하지 못하는 스스로의 모습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다른 팀들이 하나둘씩
자신들의 방향을 정하고 나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초조함과 불안감이 마음 한구석에 피어났다

가부를 나눌 수 없는 무수한 문제 속에서
우리는 자주 구겨지고 찢어지며 괴리를 겪었다

해답을 구하고 싶은 마음으로 의견을 주고받았으나
써 내려간 아이디어들은 미답으로 남았다

그러나 구겨지고 찢어지면서도 계속되는 고민은
분명 유의미하다고 믿는다

그 일그러진 괄호는
우리가 질문을 놓지 못하도록 부추기는 단초가 될 테니 말이다

시간이 지나고 계속된 논의 속에서 나는
우리의 이 망설임과 고민이
결코 무의미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각자의 의견을 충분히 탐색하고 검토하며
익숙한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다르게 접근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
오히려 우리 팀의 강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문제로만 보였던
반복된 망설임과 변화가 오히려
우리 팀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가고 있음을 느꼈다

그 과정들이 우리를
더 깊이 있는 질문과 본질적인 고민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그것은 마침내 하나의 작은 결정을 세공해냈다
그 결정이 완벽하지는 않을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거쳐온
깊은 고민과 토론의 시간이 있었기에
이 결정은 충분히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주어진 길을 따라 앞으로 나아가며
오늘 우리가 겪었던 어려움과 고민들이
앞으로의 계획에서 중요한 디딤돌이 될 것이라 믿는다


이 슬픔은 오래 만졌다
지갑처럼 가슴에 지니고 다녀
따듯하기까지 하다
제자리에 다 들어가 있다

이 불행 또한 오래되었다
반지처럼 손가락에 끼고 있어
어떤 때에는 표정이 있는 듯 하다
반짝일 때도 있다

손때가 묻으면
낯선 것들 불편한 것들도
남의 것들 멀리 있는 것들도 다 내 것
문밖에 벗어놓은 구두가 내 것이듯

갑자기 찾아온
이 고통도 오래 매만져야겠다
주머니에 넣고 손에 익을 때까지

각진 모서리 닳아 없어질 때까지
그리하여 마음 안에 한 자리 차지할 때까지
이 괴로움 오래 다듬어야겠다

그렇지 아니한가
우리를 힘들게 한 것들이
우리의 힘을 빠지게 한 것들이
어느덧 우리의 힘이 되지 않았는가

<오래 만진 슬픔 - 이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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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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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 26일

화이팅~~~

1개의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