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 태어나서
절대다수의 인간은
여러 가지 직업 중 하나를
택하게 된다.
한국에서 창업을 한다거나
사업을 한다는 말을 들으면
멋지다는 생각과 동시에
저 사람 망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따라온다.
사업을, 창업을 하고
실패하게 된다면
재기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인데
이는 한국의 인력 시장이
굉장히 정적이기 때문이다.
한 번 사람을 뽑으면
정년까지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사람을 뽑을 때
굉장히 신중해지게 되고
못 미덥더라도 일을 시켜보고
자르면 되는 게 아니기에
신입에게도 상당 수준의
검증을 요구한다.
이는 회사가 나빠서도 아니고
개인의 자질이 부족해서도 아니다.
구조 자체의 문제점은
그 구조물의 일부분인 채로는
판단하기 어렵다.
조금 다른 이야기를 했지만
다시 돌아와서
자본주의, 자유시장경제에서의
창업은
건국의 일종이다.
왜냐하면
어떤 회사에 취직하게 된다면
그 회사의 규칙에
따르게 되는데
예를 들어 09:00까지 출근이
그 회사의 규칙이라면
사원으로서 따라야 한다.
이를 조금 멀리서 바라보면
국가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회사의 규칙은
국가의 법보다 더 지독한데
국가의 법은 최소한의 존엄을
지켜주기 위해 존재하지만
회사의 내규는 개인의 삶에
더 깊고 가까이 파고들기
때문이다.
헌법은 9시에 출근하여
18시에 퇴근하라고 하지 않는다.
법은 개인에 대하여
인사고과를 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국가보다 더 신중히
회사를 선택해야 하는데
우리는 너무나 쉽게 월급을 대가로
나의 삶을 제약당하는 것에
익숙하다.
나의 한 달을 주고
한 달 치 생산량에 대한 숫자가
통장에 기입된다.
여기 적혀 있는 숫자는
단순한 아라비아 숫자가 아닌
거의 모든 종류의 물건과
치환이 가능한
상당한 가치를 지닌 숫자이다.
그렇다면 이미 존재하는 회사에
들어가서 나의 시간을
남의 돈과 교환하는 것 말고
보통의 우리에게 남은
선택지는 무엇이 있을까?
굶어서 죽거나, 남에게 기생하거나
존재하지 않던 회사를
존재하게 하는 것이다.
어제까지 없던 회사를
오늘은 있게 만드는 것,
그것은 어떤 의미일까?
나의, 우리의 국가를
건설해 보겠다는 것이다.
나의 하루를, 한 달을, 일생을
남이 세운 규칙에
갇혀 사는 것이 아닌
다른 이의 생각을 실현하는 걸
돕는 게 아닌,
내 안에서 피어나는 나의 생각을
나의 의지를
실체화시키는 것이다.
그 실체화된 생각을 통해
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것.
나의 존재로 인해
세상이 달라지는 것을
말하는 것 같다.
나는 가끔 상상한다.
누군가가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었다고 상상해 보는 것이다.
부모님, 친구, 어떤 사람이든지
예외는 없다.
나조차도 말이다.
그렇게 한 명씩 없애다가 보면
어느 한 사람이
태어나지 않았던 여러 세상을
상상하게 되는데,
대부분의 사람은
그 사람이 없어져도
세상은 그대로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이 알 법한
사람이 태어나지 않았었다고
상상해 보면
그 세상은 확 달라진다.
어떤 사람이 없었다면
이 세상이 더 좋았을 것이고,
어떤 사람이 없었다면
이 세상의 발전이
500년은 느려졌을 것이라고.
모두가 창업을 하는 세상이
가장 좋은 세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금은
창업을 하겠다는 게 너무나
예외적인 생각인 것 같아
아쉽다.
누구나 자신의 꿈이 있기 마련이고
나는 인간이 이룰 수 있는 것만을
꿈꾼다고 믿기 때문에
창업을 하는 것도
어떤 회사에 취직하듯이
일반적인 선택지 중 하나가
되었으면 한다.
길바닥에 작은 돌이 놓여 있다.
저 돌을 주워서
옆으로 옮길 수 없는 사람은
창업을 하면 안 된다.
그러니까
저 돌을 주워서 옆으로 옮길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생각만으로
돌이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움직여야 한다.
이게 얼마나 의미 있는 가치인지,
모두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자신이 원하는 쪽으로
세상을 움직일 수 있는데.
나는 종종 어떤 마을을
상상하고는 한다.
이 마을은 컨테이너들의 집합인데
위성사진으로 보면 아주 큰 행렬
(매트릭스)처럼 보이는 마을이다.
컨테이너 하나는
하나의 스타트업이다.
가끔씩 펍이나 식당 역할의
컨테이너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각자에게 일거리도 주어진다.
알록달록한 저마다의 색깔을 가진
컨테이너들은
미친놈들의 소굴이다.
이 세상을 자기의 입맛대로
바꾸려는, 제정신 아닌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저마다의 꿈을 가지고 있고
서로의 꿈이 너무 작다고
티격태격하며
서로가 더 큰 꿈을 꾸게 하고
더 큰 돌에 계란을 던지게
하는 곳이다.
그렇게 서로의 생각을 발전시키고
실현해 나간다.
바깥에서는 이해 못 하는 일들이
매시간 일어나는 곳을
상상해 본다.
이 마을의 이름은
황금의 오솔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