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늦게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했다.
지금 와서 하는 말이지만
깨어난 지 4시간이 지날 때까지
오늘이 일요일인 줄 알았다.
왜냐하면 나는 2주마다 이발을 하려고 노력하는데
보통 일요일에 미용실을 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도 미용실을 가게 됐는데
미용실을 가니까 일요일이다, 라는 흐름이 작용했다.
사실 나만무 발표 후 일요일에 갔어야 했는데
못 가서 오늘 가게 되었다.
아무튼 날씨는 파스텔빛이었다.
미용실에 가는 길에
아바라를 사서 마시면서 갔다.
만약 13일에 퇴소하게 된다면
미용실에 한 번 더 오게 될 것 같다.
그리고 오는 길엔 다이소를 들러 밴드를 샀다.
피부가 원상 복구되는 데에는 한 달 정도가 걸릴 것 같다.
복귀하는 길에 우리 팀원 두 명을 만났는데
둘이서 피시방에 다녀오는 길이라고 했다.
그렇게 복귀해서
오늘이 화요일인 걸 깨닫고
화요일은 로또런 하는 날이라는 기억이 떠올라
러닝을 하기로 하고 22시에 맞추어 나갔다.

오랜만에 뛰니까 심박수도 높고 너무 힘들었다.
온도와 습도 때문만은 아닌 것 같고
그냥 나만무 때 못 뛰어서 그만큼의 차이가 나는 것 같았다.
그래서 3km를 뛰고 그만두었다.
13일까지 화, 목, 토를 다시 뛴다면
6번을 뛸 수 있는데
나는 몇 번이나 뛸까?
이제 마음이 가령 아무 글자도 적혀 있지 않고
아무 개념도 담겨 있지 않은 흰 종이라고 가정해 보자.
그것은 어떻게 채워지는가?그 종이는 어떻게 인간의 분주하고 무한한 공상에 의해
거의 무한할 정도로 다양하게 그려지는
광대한 내용을 획득하게 되는가?그것은 어떻게 이성과 지식의 모든 재료를 갖게 되는가?
이에 대한 내 대답은 한마디로,
‘경험으로부터’라는 것이다.스티븐 핑커의 『빈 서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