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0. 시장을 읽으면 브랜드의 기회가 보인다

배예원·2026년 9월 9일

시장 조사라고 하면 흔히 시장 규모, 매출, 성장률처럼 거대한 숫자부터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BX 프로젝트에서 필요한 것은 보고서 한 권을 만드는 일이 아니다. 중요한 건 디자인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는 변화와 빈틈을 찾는 것이다.

이번 단계의 핵심 질문은 간단하다.

시장에서 무엇이 바뀌고 있고, 그 변화가 우리 브랜드에는 어떤 기회가 될까?


01. 시장 조사는 왜 할까?

시장 조사의 목적은 큰 숫자를 모으는 것 자체가 아니다.

예를 들어,

“국내 스킨케어 시장은 약 15조 원 규모다.”

라는 정보를 찾았다고 해보자.

틀리지 않은 정보일 수는 있지만, 이 숫자를 지웠을 때 내가 만들 디자인이나 브랜드 전략이 전혀 달라지지 않는다면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그다지 쓸모 있는 정보가 아니다.

반대로,

“최근 2년 사이 ‘저자극·무향’ 제품 검색이 눈에 띄게 늘었다.”

라는 정보는 다르다.

여기서는 곧바로 새로운 질문이 생긴다.

왜 무향을 찾는 사람이 늘었을까?

이 질문의 답에 따라 브랜드의 메시지, 상세페이지 정보 구조, 콘텐츠 방향 등이 달라질 수 있다.

쓸모 있는 자료를 가르는 기준

시장 조사 중 어떤 문장을 발견했다면 이렇게 물어본다.

“이 문장을 지웠을 때 내 디자인이 달라지는가?”

달라지지 않는다면 참고 정보일 수는 있어도 결정에 쓰이는 근거는 아니다.

시장 조사의 목적은 ‘많이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02. 시장은 내가 결정할 수 없는 것들의 목록이다

브랜드가 아무리 잘해도 혼자 결정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그것이 시장이다.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것, 사람들이 실제로 구매하는 방식, 업종에서 통용되는 표현과 규칙 등이다.

예를 들어 시장에서 이미 ‘저자극’이라는 표현이 특정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면, 브랜드 혼자 전혀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고 해서 소비자가 그대로 받아들여주지는 않는다.

또 소비자가 대부분 마켓이나 플랫폼에서 처음 제품을 접한다면, 브랜드가 자사몰만 생각해서 BX를 설계해서도 안 된다.

즉 시장 조사는,

내가 마음대로 바꿀 수 없는 환경을 먼저 파악하는 일

이라고 볼 수 있다.


03. 시장에서 찾아야 할 것은 두 가지

시장 조사에서 모든 정보를 수집할 필요는 없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집중해서 찾는 것은 딱 두 가지다.

① 바뀐 것

최근 1~2년 사이 달라진 것.

이미 오래전부터 모두가 알고 있던 사실은 그 자체로 새로운 기회가 되기 어렵다.

② 비어 있는 것

아직 아무도 명확하게 이야기하지 않는 것.

누군가 이미 강하게 차지하고 있는 영역보다, 아직 아무도 자기 것으로 만들지 않은 빈 공간을 찾는 것이 좋다.

그래서 시장 조사는 전부 아는 일이 아니다.

‘바뀐 것’과 ‘비어 있는 것’을 찾는 일이다.


04. 시장에서 무엇을 봐야 할까?

조사 항목확인할 내용왜 보는가
시장 규모 Size얼마나 크고 어디로 가는가시장의 전체 방향 확인
변화 Change최근 무엇이 달라졌는가새로운 기회 발견
구매 경로 Path어디서 보고 어디서 사는가디자인이 필요한 접점 확인
못 쓰는 말 Rule업종에서 어떤 표현을 조심해야 하는가표현상의 제약 확인

이 중에서도 특히 시간을 많이 써야 하는 것은 변화다.

시장 규모는 배경을 알려주지만, 변화가 기회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05. 시장 규모 — 숫자보다 ‘방향’을 본다

시장 규모를 조사할 때 “15조 원 규모다”처럼 숫자 하나만 가져오는 것으로 끝내지 않는다.

오히려 다음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얼마나 큰가?
늘고 있는가, 줄고 있는가?
누가 크게 성장하고 있는가?

예를 들어,

“시장 규모는 약 15조 원이다.”

보다

“최근 3년째 시장 규모가 줄고 있다.”

가 디자인 의사결정에는 훨씬 유용할 수 있다.

시장이 성장하는 상황과 축소되는 상황에서는 브랜드가 취해야 할 전략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장 규모에서는 절대적인 숫자보다 변화의 방향을 읽는다.


06. 변화 — 최근 1~2년만 본다

시장 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10년의 역사를 전부 정리하려 하면 자료만 많아지고 방향을 잡기 어렵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최근 1~2년에 달라진 것을 중심으로 본다.

특히 다음 세 가지를 찾아볼 수 있다.

새로 생긴 말

잘 팔리는 상세페이지 여러 곳에서 반복되는 단어를 찾아본다.

네이버 데이터랩 등을 이용해 해당 표현의 검색량이 최근 2년 사이 어떻게 변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새로 들어온 브랜드

브랜드의 SNS 계정에서 첫 게시물까지 내려가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최근 2년 이내 등장한 브랜드라면 새로운 시장 변화의 신호일 수 있다.

사람들이 새로 쓰기 시작한 것

네이버 데이터랩이나 구글 트렌드 등을 이용해 기간을 2년 전과 최근으로 나누고, 사람들이 사용하는 표현이나 관심사의 차이를 비교한다.

여기서 핵심은 단순히 현재 인기 있는 것을 찾는 것이 아니다.

2년 전과 지금을 나란히 놓고 무엇이 달라졌는지 비교한다.


07. 구매 경로 — 어디서 보고, 어디서 사는가

BX에서는 시장의 크기만큼이나 소비자가 브랜드를 만나는 순서가 중요하다.

대략적으로 다음과 같이 나눠볼 수 있다.

단계확인할 곳디자인에 미치는 영향
처음 본다광고·유튜브·인스타그램·검색첫 화면 비율과 콘텐츠 형태
알아본다리뷰·커뮤니티·비교글사람들이 실제로 확인하는 정보
산다자사몰·플랫폼·매장판매 화면에서의 정보 우선순위

예를 들어 소비자가 브랜드의 자사몰보다 플랫폼 상세페이지를 먼저 본다면, 가장 중요한 BX 접점 역시 그곳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우리가 어디에서 보여주고 싶은가?”보다 “고객이 실제로 어디에서 보는가?”

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이 구매 경로 분석은 이후 접점 분석에서도 그대로 활용된다.


08. 업종마다 ‘쓸 수 있는 말’이 다르다

브랜드 메시지를 만들 때 디자인 톤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업종에 따라 광고와 상세페이지에서 사용할 수 있는 표현에 법적·제도적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화장품에서 의약품처럼 오인될 수 있는 치료·의학적 효능 표현을 사용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식품이나 건강기능식품에서도 질병 예방·치료를 암시하거나 인정 범위를 넘어선 기능성을 표현하는 데 주의가 필요하다.

또 업종과 무관하게,

“최고”
“1위”
“유일”

처럼 객관적인 근거가 필요한 표현도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카피를 만들기 전에 해당 업종에서 사용할 수 있는 표현과 사용할 수 없는 표현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09. 자료는 어디에서 찾을까?

시장 조사의 신뢰도는 자료의 출처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자료는 대략 다음과 같은 순서로 생각할 수 있다.

1차 자료 → 2차 자료 → 요약 자료 → AI 답변

1차 — 원본

통계청, 공시, 기업이 직접 공개한 자료 등.

가장 신뢰하기 좋지만 원문을 읽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2차 — 정리된 자료

기사, 업계 리포트 등.

읽기는 쉽지만 누군가의 해석이 들어가 있을 수 있다.

3차 — 요약 자료

블로그, SNS 요약 등.

시장 흐름을 빠르게 파악하기에는 좋지만 다시 원출처를 확인하는 편이 좋다.

주의 — AI 답변

AI는 시장 조사를 도와주는 도구로는 유용하지만 AI의 답변 자체는 출처가 아니다.

특히 숫자와 통계는 반드시 실제 원본 자료가 존재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포트폴리오에 근거로 넣을 숫자는 가능하면 1차 또는 2차 자료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 좋다.


10. 무료로 활용할 수 있는 시장 조사 자료

시장 조사에 반드시 유료 리포트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자료를 활용할 수 있다.

자료활용 방법확인하기 좋은 것
KOSIS 국가통계포털관련 업종·품목 검색시장 규모와 몇 년간의 변화
네이버 데이터랩핵심 키워드 검색·비교실제 검색어와 관심 변화
Google Trends키워드 비교관심도의 상대적 변화
DART 전자공시기업명 → 정기공시 → 사업보고서기업·경쟁사의 공식 수치
오픈서베이 트렌드 리포트관련 업종 리포트 탐색소비자가 어디서 보고 사고 있는지

특히 네이버 데이터랩을 사용할 때는 브랜드명만 검색하기보다 브랜드명 + 핵심 단어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좋다.

검색량이 적다고 바로 실패라고 판단해서도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숫자의 절대값만이 아니라 시간에 따라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가다.


11. AI는 ‘검색 보조자’로 사용한다

AI를 이용하면 시장 조사 속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위험한 사용법은 이렇게 묻는 것이다.

“이 업종 시장 자료 좀 보여줘.”

이렇게 요청하면 AI가 실제 자료와 추론을 섞거나, 존재하지 않는 통계와 기사를 실제처럼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

대신 다음과 같이 요청한다.

“출처 링크를 함께 주세요. 확인 못 한 숫자는 빼주세요.”

그리고 숫자가 나오면 반드시 출처 링크를 요구한다.

마지막으로 실제 링크를 직접 열어서 그 숫자가 존재하는지 확인한다.

즉,

AI에게 찾게 한다 → 출처를 요구한다 → 원문을 직접 확인한다.

여기까지 해야 시장 조사 자료가 된다.

AI가 준 숫자는 링크를 열기 전까지는 없는 숫자다.


12. 시장 조사 결과는 ‘한 장’으로 줄인다

조사를 많이 했다고 자료를 전부 결과물에 넣을 필요는 없다.

최종적으로는 다음 네 칸만 남긴다.

항목작성 내용분량
지금 이렇다시장 규모와 현재 방향1~2줄
이렇게 바뀌고 있다최근 1~2년 변화 2~3개각 1줄
그래서 우리에게는이 변화가 브랜드에 주는 기회1줄
근거어디서 봤는지 + 링크항목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세 번째 칸이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시장 조사가 단순 정보 수집에서 디자인 리서치로 바뀌는 지점이다.

작성 예시

1. 지금 이렇다

국내 기초 스킨케어는 크게 줄지도, 크게 성장하지도 않는 시장이다.

2. 이렇게 바뀌고 있다

최근 2년 사이 ‘저자극’과 ‘무향’ 검색이 함께 증가했다. 성분을 직접 읽고 구매하는 사람도 늘었다.

3. 그래서 우리에게는

성분을 나열하는 브랜드는 많지만, 사용 후 무엇이 달라지는지를 명확하게 말하는 브랜드는 적다. 이 부분을 브랜드의 기회로 볼 수 있다.

4. 근거

네이버 데이터랩 검색 트렌드, 관련 통계·리포트 등의 출처와 링크를 함께 기록한다.

이렇게 작성하면 3번 문장 자체가 이후 상세페이지 첫 문장이나 커뮤니케이션 전략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13. 흔한 시장 조사 문장을 고쳐 쓰는 법

자료를 찾았더라도 ‘정보 전달’에서 끝나는 문장은 한 단계 더 고쳐야 한다.

처음 쓴 문장고친 문장
시장 규모는 약 15조 원이다3년째 규모가 그대로다. 새 고객이 아니라 옮겨올 고객을 찾아야 한다
친환경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최근 2년 사이 포장재를 앞세운 상세페이지가 눈에 띄게 늘었다
MZ세대가 주요 소비층이다리뷰를 쓰는 사람의 절반이 바뀌었다. 성인 이름을 그대로 쓴다
온라인 시장이 성장 중이다이 브랜드는 올리브영 비중이 크다. 썸네일 한 장에서 살지 말지가 정해진다

핵심은 문장에 다시 질문하는 것이다.

“그래서 뭘 바꿔야 하지?”

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아직 정보를 수집한 상태이지, 디자인 의사결정에 사용할 수 있는 인사이트로 가공된 상태는 아니다.


시장 조사 한 장 만들기

앞서 만든 질문 카드에서 하나를 골라 시작하면 된다. 모든 시장 정보를 다 조사할 필요는 없고 질문에 답이 되는 정보만 찾는다.

구성

항목분량확인할 것
지금 이렇다1~2줄규모보다 방향
바뀌고 있다2~3개최근 1~2년 변화
우리에게는1줄“…할 수 있다”로 끝내기
근거항목마다링크 또는 자료 위치

예를 들어 네이버 데이터랩에서 브랜드 이름 + 핵심 단어를 최근 2년으로 검색하고 그래프 하나를 캡처한 뒤, 그 결과를 ‘바뀌고 있다’에 연결할 수 있다.

자료가 잘 안 나올 때

시장 조사에서 자료가 부족하다고 바로 막힌 것은 아니다.

자료가 안 나오면 업종을 넓힌다.
‘토너 시장’ 자료가 없다면 ‘스킨케어 시장’으로 범위를 넓혀본다.

숫자가 없으면 상세페이지를 직접 세어본다.
상위 제품 10곳의 첫 화면 문구를 적는 것 역시 유효한 자료다.

변화가 안 보이면 기간을 나눠 비교한다.
2년 전과 지금을 직접 비교하면 달라진 요소가 보이기 시작한다.

직접 수집해서 만든 자료도 엄연한 근거가 될 수 있다.


💡 오늘 기억해둘 것

1. 지웠을 때 디자인이 달라지지 않는 정보는 굳이 넣지 않는다. 시장 규모나 통계 자체보다 그 정보가 어떤 결정을 바꾸는지가 중요하다.

2. 시장에서는 ‘바뀐 것’과 ‘비어 있는 것’을 찾는다. 모두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보다 최근의 변화와 아직 아무도 차지하지 않은 영역에서 브랜드의 기회가 나온다.

3. AI가 준 숫자는 원문을 확인하기 전까지 근거가 아니다. 숫자나 통계를 사용할 때는 출처 링크를 따라가 실제 자료를 확인한다.


🔖 참고자료
https://nedrug.mfds.go.kr/index
https://www.ftc.go.kr/www/index.do
https://kosis.kr/index/index.do
https://datalab.naver.com/
https://trends.google.co.kr/trends/
https://dart.fss.or.kr/
https://blog.opensurvey.co.kr/category/trend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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