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차부터는 파트 2의 BX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파트 1에서 이미 브랜드를 고르고 비주얼을 만들어봤다면, 이번에는 곧바로 디자인에 들어가기보다 “우리가 무엇을 바꾸려는가?”를 먼저 정의하는 과정을 다룬다.
핵심은 리서치를 많이 하는 것 자체가 아니다. 이미 가지고 있는 감을 버리는 것도 아니다. 내가 가진 감에 근거를 붙이고, 아직 모르는 것을 질문으로 바꾸는 것이 이번 단계의 목적이다.
파트 1에서는 브랜드, 키워드, 메시지, 색 등을 비교적 빠르게 결정하고 실제 결과물까지 만들어봤다.
파트 2에서는 그때 했던 선택을 다시 보면서 계속 “왜?”를 붙여본다.
| 파트 1에서 정한 것 | 처음 생각했던 이유 | 다시 물어볼 질문 |
|---|---|---|
| 브랜드 | 평소에 쓰던 거라 익숙해서 | 왜 이 브랜드여야 하는가? |
| 키워드 3개 | 브랜드 느낌이 그래서 | 실제 사용자도 그렇게 느끼는가? |
| 메시지 | 이게 제일 잘 팔릴 것 같아서 | 왜 그렇게 판단했는가? |
| 색 | 깔끔해 보여서 | 누구에게, 어떤 인상을 주기 위해서인가? |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과거의 선택이 틀렸다는 뜻이 아니라는 점이다.
설명할 수 없는 감을 발견하는 과정에 가깝다.
디자인에서 감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다. 오랫동안 디자인을 하다 보면 경험에서 비롯된 직관도 생긴다.
문제는 그 판단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 없을 때다.
“왜 파란색이죠?”
“시원한 느낌이라서요.”
여기서 끝나는 것보다,
“리뷰 300개에서 ‘시원하다’는 표현이 가장 많이 나왔고, 경쟁 브랜드는 대부분 따뜻한 계열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시원함을 강조하기 위해 파란색을 선택했습니다.”
처럼 말할 수 있다면 판단의 설득력이 달라진다.
리서치는 감을 없애는 과정이 아니라, 감을 남이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이다.
BX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비슷하게 사용되는 세 용어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 용어 | 의미 | 쉽게 말하면 |
|---|---|---|
| 브랜드 Brand | 사람들이 기억하는 인상 | 내가 못 바꾼다 |
| 브랜딩 Branding | 그 인상을 만들어가는 모든 활동 | 회사가 다 같이 하는 일 |
| 브랜드 디자인 Brand Design | 그중 눈에 보이는 부분을 설계하는 일 | 디자이너가 주로 다루는 영역 |
예를 들어 로고를 새롭게 바꿨다고 해서 브랜드 자체가 곧바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로고가 바뀌어도 브랜드는 안 바뀐다. 경험이 바뀌어야 브랜드가 바뀐다.
그래서 BX 프로젝트에서는 단순히 로고나 그래픽을 예쁘게 바꾸는 것보다 사람들이 현재 이 브랜드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브랜드 프로젝트에서 BI와 BX 역시 자주 함께 등장한다.
BI — Brand Identity
브랜드를 알아보게 하는 시각 체계다.
로고, 색, 서체, 그래픽 모티브 등 파트 1에서 만들었던 것 대부분이 여기에 해당한다.
BX — Brand Experience
사람이 브랜드를 만나면서 경험하는 모든 순간의 총합이다.
광고를 본 순간, 상세페이지를 읽는 순간, 택배를 열어보는 순간, 문의했을 때 답장을 받는 순간 등도 모두 브랜드 경험에 포함된다.
따라서,
BI는 BX의 일부이다.
로고를 새로 만들었다고 브랜드 경험 전체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패키지를 열었을 때의 경험이나 고객 응대 방식 하나가 브랜드에 대한 기억을 크게 바꿀 수도 있다.
BX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흔히 이런 식으로 생각하기 쉽다.
“카드뉴스를 만들어야 하는데…”
“로고를 바꿔야 하는데…”
“패키지를 만들어야 하는데…”
하지만 이렇게 결과물부터 정하면 디자인을 만들고 난 뒤에야 “그래서 이게 어떤 효과가 있지?”를 고민하게 된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반대로 시작한다.
“사람들이 이 브랜드를 ___하게 만들고 싶다.”
먼저 바꾸고 싶은 행동이나 인식을 정한 다음, 그것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찾아가는 것이다.
즉,
무엇을 만들까 → X
무엇을 바꿀까 → O
이 차이는 이후 리서치의 방향을 결정한다.
BX 프로젝트의 전체 흐름은 더블 다이아몬드(Double Diamond) 구조로 이해할 수 있다.
발견 Discover → 정의 Define → 발전 Develop → 전달 Deliver
앞쪽에서는 넓게 살펴본 뒤 문제를 좁히고, 뒤쪽에서는 다시 여러 해결책을 탐색한 뒤 하나의 결과물로 완성한다.
현재 파트 2-1에서 집중하는 것은 앞쪽의 발견과 정의다.

| 단계 | 하는 일 | 지금의 태도 |
|---|---|---|
| 발견 Discover | 넓게 조사한다 | 판단하지 않고 최대한 본다 |
| 정의 Define | 문제를 하나로 좁힌다 | 무엇을 해결할지 정한다 |
| 발전 Develop | 해결책을 여러 개 만든다 | 여러 가능성을 시험한다 |
| 전달 Deliver | 하나를 완성한다 | 실제 결과물로 만든다 |
여기서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결론을 정해놓고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조사하지 않는 것이다.
지금은 넓게 보는 구간이다.
결론을 서두르지 않는 것이 이 단계의 규칙이다.
앞쪽 절반은 약 13일에 걸쳐 조사하고 방향을 좁히는 과정으로 구성된다.
| 단계 | Day | 하는 일 | 남기는 결과 |
|---|---|---|---|
| 시장·경쟁 조사 | 09~12 | 시장·경쟁·브랜드 접점 조사 | 표와 보드 |
| 고객 조사 | 13~15 | 고객의 말과 행동 수집·분류 | 인사이트 문장 |
| 방향 정하기 | 16~19 | 문제·타깃·포지셔닝·경험 정의 | 결정 한 줄씩 |
| 최종 정리 | 20~21 | 아이디어를 모아 연결 | BX 리서치 보드 |
하루마다 거대한 결과물을 완성할 필요는 없다.
글로 정리하는 날에는 문장과 근거 하나, 보드를 만드는 날에는 판단 근거가 잘 보이는 한 장 정도를 남기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리서치를 하다 보면 처음 잡았던 방향이 틀렸다고 느낄 수도 있다. 이때 모든 것을 처음부터 갈아엎을 필요는 없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브랜드 자체는 유지하고, 해결하려는 타깃과 문제는 조사에 따라 수정할 수 있다.
브랜드를 바꿔버리면 앞서 만든 자산과 조사 기준까지 다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조사하기 전에는 목표 · 조건 · 질문 · 가설 네 가지를 먼저 정한다.
| 항목 | 의미 | 스스로 물어볼 것 |
|---|---|---|
| 목표 Goal | 무엇이 바뀌면 성공인가 | 무엇을 바꾸고 싶은가? |
| 조건 Limit | 프로젝트에서 바꿀 수 없는 것 | 시간·자료·범위의 제한은 무엇인가? |
| 질문 Question | 현재 모르는 것 | 무엇을 확인해야 다음 결정을 할 수 있는가? |
| 가설 Guess | 현재 예상하고 있는 답 | 아마 무엇 때문일 것 같은가? |
“브랜드를 세련되게 바꾸고 싶다.”
이런 문장은 목표로 사용하기 어렵다. ‘세련됨’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어렵고, 프로젝트가 끝났을 때 성공 여부도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좋은 목표는 누가 · 언제 · 무엇을 하게 만들 것인가가 드러난다.
예를 들면,
“상세페이지를 처음 본 사람이 첫 화면에서 향이 없는 제품이라는 점을 알아보게 하고 싶다.”
처럼 쓸 수 있다.
이 경우 프로젝트가 끝난 뒤 실제로 그 정보가 전달되는지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목표는 결과물의 모양이 아니라 사람의 행동이나 인식 변화를 기준으로 작성한다.
조건을 먼저 정해두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불필요한 고민을 줄일 수 있다.
| 조건 | 예시 |
|---|---|
| 시간 | 13일 안에 완료 |
| 못 바꾸는 것 | 제품과 가격은 유지, 화면과 메시지는 수정 가능 |
| 사용할 수 있는 자료 | 공개 리뷰와 사이트만 사용 |
| 하지 않을 것 | 로고는 변경하지 않음 |
조건은 창의성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결정의 범위를 정하는 장치다.
처음부터 바꿀 수 없는 것을 알고 있다면 이후 아이디어를 판단하기 쉬워진다.
“시장을 더 알아봐야겠다”, “고객을 이해해야겠다”는 아직 질문이 아니다.
무엇을 찾아야 할지가 정해져 있지 않아 검색을 시작하면 끝없이 넓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질문은 답을 찾을 장소와 확인 방법이 떠오른다.
예를 들어,
“이 브랜드를 쓰는 사람은 왜 다른 브랜드로 잘 갈아타지 않을까?”
라고 질문하면 자연스럽게 재구매 리뷰나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단어를 찾아볼 수 있다.
좋은 질문의 조건은 세 가지다.
어디를 봐야 할지 알 수 있고, 답이 예/아니오로 끝나지 않으며, 답을 얻으면 다음 결정이 바뀌어야 한다.
특히 마지막 조건이 중요하다.
확인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아직 충분히 좋은 질문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가설은 질문에 대한 현재의 예상이다.
“아마 이런 이유일 것이다.”
라고 미리 적어두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가설: 사람들은 순해서 이 브랜드를 살 것이다.
조사 결과: 리뷰에서는 ‘싸서’라는 표현이 더 많이 나타났다.
이때 가설이 틀렸다고 실패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내가 예상했던 것과 실제 고객의 판단 기준이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 자체가 중요한 리서치 결과다.
따라서 가설은 맞히기 위해 만드는 것이 아니다.
조사해서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만드는 임시 답이다.
리서치 질문을 관리하기 위해 한 질문을 하나의 카드로 정리할 수 있다.
| 항목 | 작성 방법 |
|---|---|
| 질문 | 지금 내가 모르는 것을 한 문장으로 |
| 왜 궁금한가 | 이 답을 알면 어떤 결정이 바뀌는지 한 줄로 |
| 어떻게 확인하나 | 어디서, 몇 개나, 무엇을 볼지 한 줄로 |
여기서 특히 중요한 것은 세 번째 칸, ‘어떻게 확인하나’이다.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질문이 너무 추상적이거나 범위가 넓을 가능성이 있다.
카드 1
질문 - 쓰는 사람은 왜 다른 걸로 안 갈아타나?
왜 궁금한가 - 남는 이유를 알면 고객 접점을 설계할 수 있어서.
어떻게 확인하나 - 재구매라고 적힌 리뷰 30개에서 반복되는 단어를 센다.
카드 2
질문 - 경쟁 브랜드는 무엇을 앞세워 파나?
왜 궁금한가 - 나중에 더 쓰는 말을 피해야 유리가 보여서.
어떻게 확인하나 - 비슷한 브랜드 4곳의 상세페이지 첫 화면 문구를 비교한다.
카드 3
질문 - 처음 산 사람은 무엇을 보고 결정했나?
왜 궁금한가 - 첫 구매 이유가 카드뉴스에 들어갈 내용이라서.
어떻게 확인하나 - 첫 구매 리뷰 20개에서 ‘보고’, ‘때문에’가 붙은 문장을 찾는다.
이처럼 질문은 거창할 필요가 없다. 실제로 확인할 수 있는 질문이어야 한다.
처음 질문을 만들다 보면 범위가 너무 넓은 표현이 자주 나온다.
| 처음 쓴 질문 | 고쳐 쓴 질문 |
|---|---|
| 고객을 더 이해하고 싶다 | 산 사람과 안 산 사람은 무엇을 다르게 봤나? |
| 이 브랜드는 인지도가 높을까? | 이름을 아는 사람은 무엇으로 처음 알았나? |
| 요즘 트렌드가 뭘까? | 최근 1년 안에 생긴 경쟁 브랜드는 무엇을 다르게 하나? |
| 어떤 디자인이 좋을까? | 지금 화면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놓치는 정보는 무엇인가? |
고치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그래서 어디를 보면 되나?”
를 질문 뒤에 붙여보는 것이다.
어디서 무엇을 확인해야 할지 답하기 어렵다면 질문을 좀 더 구체적으로 좁혀야 한다.
| 항목 | 권장 분량 | 작성 내용 |
|---|---|---|
| 검증할 것 | 1~2개 | 물음표로 끝나는 문장 |
| 목표 | 1개 | 누가·언제·무엇을 하게 만들 것인지 |
| 조건 | 3~4개 | 못 바꾸는 것·하지 않을 것 |
| 질문 카드 | 3장 | 카드마다 세 칸 |
| 가설 | 2개 | “아마 ~일 것이다” |
질문 카드의 내용이 많아지더라도 처음부터 모든 것을 조사하려 하지 않는다.
이번 단계에서는 지금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 정확히 드러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목표, 질문, 가설이 생각나지 않을 수 있다. 그럴 때는 처음부터 완벽한 답을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목표가 안 써질 때는 “지금 이게 없어진다면?”이라고 바꿔 생각해본다. 무엇이 사라지면 불편하거나 문제가 되는지를 보면 목표가 드러난다.
질문이 안 나올 때는 파트 1의 결과 보드를 다시 본다. 그때 왜 그렇게 결정했는지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새로운 질문 후보가 된다.
가설이 안 써질 때는 주변 사람에게 “이 브랜드 왜 살 것 같아?”라고 물어봐도 된다. 몇 명의 대답만으로도 초기 가설을 만드는 데 충분하다.
중요한 것은 완벽한 질문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질문은 조사하면서 계속 바뀐다. 그것이 정상이다.
1. 브랜드는 사람들이 기억하는 인상이다.
따라서 BX 프로젝트에서는 무엇을 만들지 결정하기 전에 사람들이 현재 무엇을 기억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2. 지금은 넓게 보는 구간이다.
발견과 정의 단계에서는 처음부터 결론을 정해두지 않고 시장, 경쟁 브랜드, 고객을 폭넓게 살펴본다.
3. 질문에는 확인 방법이 들어 있어야 한다.
“궁금하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디에서 무엇을 찾아야 답을 얻을 수 있는지가 명확해야 실제 리서치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