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는 참여자로 들어왔지만 이번에는 한번 진행을 돕는 퍼실리테이터를 하고 싶었다.
나에게 테오의 스프린트는 참 많은 것을 얻게 해준 고마운 존재다. 14기와 15기를 참가하면서 다양한 분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내가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원활한 협업이 가능한지를 일깨워준 곳이기 때문이다.
스프린트를 통해 알고 지낸 분들 중 일부는 아직까지도 자주 연락하고 안부를 물을 만큼 친하게 지내고 있다. 내가 2023년에 세웠던 목표 중 하나였던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하고 이야기를 들어보기" 를 이룰 수 있게 해준 일등 공신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정도다.
그래서일까, 테오가 디스코드에 17기 퍼실리테이터를 구인한다는 공지를 올리자마자 나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참가하고픈 마음을 꾹꾹 눌러담아 테오에게 신청글을 보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이 넓어진다는 것은 인지했지만, 테오가 메인 진행을 맡고 나는 보조 역할만 하면 되기 때문에 비교적 만만하게 (?) 생각하고 지원을 했었다.
하지만 정말로 테오 없는 스프린트일줄은 몰랐다.
하지만 내가 테오의 스프린트를 진행하면서 얻었던 "협업 경험" 을 다른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은 진심이었고, 테오의 스프린트 외에도 테오의 컨퍼런스의 진행을 담당하면서 퍼실리테이팅에 재미를 느꼈기에 그때의 그 감정을 다시금 느끼고 싶다는 개인적인 욕망도 담았다.
무엇보다 기껏 협업 기회를 잡으려 힘들게 스프린트에 참여했는데, 서로 어색한 분위기를 보인다면 그것만큼 아쉬운 상황이 없기 때문에 최대한 딱딱하지 않고 말랑말랑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겠끔 돕고 싶다는 어필도 더해 지원서를 마무리지었다.
그렇게 총 9명의 퍼실리테이터가 모이고, 3월 8일 화요일에 첫 온보딩 시간을 가지면서 대략적인 스프린트 일정을 산출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3월 말에는 정상적으로 스프린트 준비가 끝날 것이라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이번 스프린트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온보딩 시간에는 우리끼리 팀 캔버스 (1일차에 했던 그 세션이 맞다) 를 작성해보고 우리가 세운 목표와 규칙, 이번 퍼실리테이터를 참여함으로서 얻고자 하는 목표, 우리 모두가 스프린트를 진행하면서 가지는 목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거의 대부분 싱크가 서로 맞아서 상당히 재밌었다.
이후 MC 를 선정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모두의 예상대로 이지가 당선되었다. 차분하게 의견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모두가 이지를 최고의 MC 감으로 이미 내정했기에 (?) 예정된 결과였다고 생각한다 ㅋㅋㅋㅋㅋ
이후 스프린트를 위해 논의해야 할 점과 우리의 Next Action 에 대해서 정의하는 시간을 가지고, 테오에게 스프린트와 관련해서 궁금한 점을 묻는 시간도 잠깐 가졌다. 스프린트 세션 별 의도를 묻는다던가, 스프린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라던가 등등... 여러모로 재밌고 유익한 시간이었다.
그 다음으로는 기존의 템플릿을 보면서 새롭게 추가하거나 수정해야 할 점은 없는지, 그 외에 개인이 떠올린 아이디어나 논의해야 할 점은 없는지를 서로 작성하고 이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템플릿의 경우 이미 각 세션 별로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배치된 경우가 대부분이었기에, 이를 수정하기보다는 참가자들이 세션 별 목적을 보다 명확히 알 수 있도록 부가 설명이나 예시를 붙이는 방식으로 결정되었다.
이때 정말 다양한 의견과 번뜩이는 아이디어들이 나왔다고 생각하는데, 팀별 작업물을 공유하기 위한 노션 아카이빙 페이지나 완성된 프로젝트를 서로 사용해보면서 느낀 점을 자유롭게 공유하는 데모데이와 같은 의견이 화수분처럼 튀어나왔다.
나는 개발이 진행되는 주말을 활용해서 참여자 분들 간의 네트워킹을 진행하면 어떨까 싶은 마음에 아이디어를 하나 던졌다.
모두가 성공적인 스프린트를 진행하고 싶다는 목적을 가지고 모인 만큼, 우리도 직접 스프린트를 진행하면서 어떻게 하면 17기 스프린트를 잘 마칠 수 있을지를 고민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퍼실리테이터 스프린트를 진행했다.
우리가 만들 프로덕트를 "테오의 스프린트" 라 설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기존 스프린트 방식과 동일하게 서비스 타겟을 정하고, 목적을 정한 후 "어떻게 하면 ~ 할 수 있을까?" 파트에서 우리 모두의 의견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후에는 스프린트 진행에 필요한 단계 및 기능을 작성하고, 이를 일별로 정렬하여 Day 1 ~ Day 6 사이에 어떤 세션과 프로그램이 존재하는지를 정리하여 스프린트 진행 흐름을 정리하는 과정을 거쳤다.
개인적으로는 스프린트 방식을 기반으로 프로그램의 운영 방식을 결정지은 것이 "신의 한수" 라 생각할 만큼 효율적인 의사결정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만약 이러한 방식 없이 자유롭게 개인의 의견을 듣고 정리하는 방식으로 진행이 되었다면 3일은 커녕 3주가 지나도 정리된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덕분에 나는 스프린트 방식이 단순히 프로덕트를 개발하는 곳에서만 쓰이지 않는다는 걸 이때 깨달았다. 정말 스프린트 만만세다.
그 외에도 다양한 세션들에 대한 논의를 정리한 내용들이 정말 어마무시하게 많은데 이걸 다 담았다가는 포스팅이 터질 것 같아서 대략적인 내용만 첨부했다.
후기를 위해 피그잼을 다시 펼쳐서 보는데 빼곡하게 적힌 모두의 의견을 보니 "우리 정말 열심히 준비했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우리는 스프린트를 진행하기 위해 총 4개의 조 (운영 / 스프린트 / 스프린트 외 / 디자인) 를 신설하고 각 인원이 본인의 역량에 부합하는 팀에 자유롭게 들어가도록 했다.
나는 스프린트와 스프린트 외 팀에 소속되었는데, 팀원 분들 모두 정말 의욕적으로 스프린트 진행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기에 이에 질 수 없다는 마음으로 열정을 불태웠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은 이때 하필 회사에서 업무가 급격히 몰렸던 시점이라 매일 퇴근을 10시 가까이 하거나 넘게 했었고... 이 탓에 회의를 종종 불참했다.
하지만 현생 이슈가 있었음에도 괜찮다며 걱정해준 우리 퍼실리테이터 팀 분들 정말 최고로 고맙고 날개 없는 천사들임이 분명하다. 이렇게 착한 사람들이 또 있나..
이번 17기는 퍼실리테이터가 주관하는 첫 스프린트인 만큼 준비할 사항들이 많았는데, 그 중에서도 큐시트를 준비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참여자 분들에게 어떤 내용을 중점적으로 설명할지, 각 세션 별로 어떤 목적을 가졌는지를 명료하게 설명하기 위해서 스프린트 팀은 오프라인으로 한 차례 만남을 가졌고, 겸사겸사 한강 나들이까지 재밌게 즐기고 왔다.
부끄럽지만 협소한 인간관계를 가졌던 터라 인생 처음으로 한강에서 돗자리를 펴고 피맥을 먹는데.. 정말 이렇게 행복한 순간이 또 있을까 싶었다.
17기 스프린트는 시작부터 많은 분들의 관심을 안고 시작되었다. 그만큼 우리도 모든 분들을 수용하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이번 스프린트는 60명의 제한을 두고 모집을 받았다.
퍼실리테이터 팀 내부에서도 최대한 많은 분들을 참여시키고 싶었지만 인력의 한계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인원 제한을 두게 된 것에 대해서는 모두가 아쉬움을 표했다.
1일차는 참가자 분들의 아이디어를 1분씩 소개하고 투표를 통해 최종 아이디어를 선별하는 시간을 먼져 가졌는데, 정말 참신하고 재밌는 내용들이 많이 나와서 발표를 들으면서도 "아 나도 개발자로 그냥 참여하고 싶다" 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최종 선발된 아이디어는 10개가 전부였기에 내가 속으로 좋다고 생각했던 아이디어가 투표를 통해서 떨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내심 아쉽기도 했다.
내가 담당하게 된 3, 4조의 아이디어는 각각 지하철과 개발 용어와 관련된 서비스였는데 개인적으로 둘 다 재밌겠다고 생각했던 주제였어서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이후 팀 별 ZEP 으로 이동해서 팀 캔버스를 진행하도록 안내하고 각 조 별로 MC 를 선발하도록 공지하는 임무까지 마치고 나서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나의 우려 (?) 와는 다르게 3, 4조 모두 호응을 너무 잘 해주셔서 속으로 얼마나 안도를 했는지 모르겠다.
정말 팀으로 만났다면 즐겁게 같이 개발했을텐데 이번에는 그러지 못한다는 사실이 내심 아쉬울 정도였으니 이 정도면 말 다했다.
이번 스프린트 진행에 필요한 MC 를 선발하는 자리에서 나는 호기롭게 이틀차 MC 를 맡는다고 선언했고, 그 발언을 Day 2 스프린트가 시작되기 두 시간 전부터 급격히 후회하기 시작했다.
그만큼 엄청난 긴장을 했다는 소리다................................
사람 마음이라는 게 참 간사해서, 이전 테오콘 MC 를 맡았을 때도 80명이 넘는 인파 앞에서 나름대로 잘 진행했다고 생각했기에 나름의 자신감을 가지고 지원했는데, 이번 스프린트의 MC 진행을 맡았을 때는 이상하리만큼 긴장을 많이 했다.
다행히도 진행 자체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Day 2에서 중요하게 짚어야 하는 여러 포인트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놓친 점이 조금은 아쉬웠다.
가령 많은 분들이 어려움을 겪었던 고객 여정 맵이나 기능 나열하기 같은 파트에서는 보다 쉬운 이해를 돕기 위해 설명을 명확히 했어야 했는데.. 이 부분은 회고를 진행하면서도 아쉬운 포인트였다.
그래도 별 탈 없이 진행을 마무리 지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별로 티가 안나서 망정이지 진행하는 내내 몸이 얼마나 떨렸는지 모르겠다 ㅋㅋㅋㅋㅋ...
이틀차에서는 많은 팀들이 의견을 발산하고 수렴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포인트가 있었고, 이를 최대한 돕기 위해 퍼실리테이터 팀 모두가 각 ZEP 을 돌아다니며 도움을 주려고 노력했다.
특히 고객 여정 맵과 기능을 나열하는 부분에서 "수렴이 아닌 결정" 을 하려는 움직임이 다수 포착되었고, 이 부분은 추후 섹션 소개와 템플릿 내 예시를 개선해야 할 필요성으로 이어졌다.
3일차에는 이제 우리가 세웠던 여러 의견과 아이디어들을 결정하고 UX/UI 와 태스크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를 위해 팀 내에서 UX 최고존엄 결정자와 PL 을 정해야 했는데 대부분 이미 각자가 생각하는 내정자가 있었는지 빠르게 결정이 되었다.
깨알 같이 선정된 분들을 위한 드립을 날렸는데 다들 잘 받아주셔서 내심 다행이었다 ㅋㅋ
이후 MVP 선정을 위한 임팩트 매트릭스와 BDD 를 각자 진행하는 모습을 보면서 약간의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부분은 도움을 드렸고, 기술 스택 관련 논의가 너무 길어지지 않도록 프로젝트에 중요한 요소를 먼저 논의할 것을 안내드리면서 3일차를 마무리 지었다.
모든 진행이 끝난 후에 퍼실리테이터로 참여한 모두가 모여 회고를 진행하는데 아쉬움과 후련함이 공존했던 그때의 감정은 정말 잊지 못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번 스프린트 퍼실리테이팅을 준비하면서 스프린트를 구성하는 각 장치들의 목적에 대해서도 보다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고, 덕분에 추후 다른 협업을 준비하더라도 보다 수월하게 스프린트 체계를 도입할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이전에 "테오 없는 테오 스프린트" 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처음에는 많은 걱정과 불안감도 들었지만 참가자 분들이 좋은 협업을 경험했다는 이야기를 아낌없이 주시니 진행을 맡은 나도 참 뿌듯한 마음과 행복한 감정이 동시에 들었다.
그리고 이번 스프린트를 통해 정말 다양한 분들과 여러 이야기를 짤막하게나마 나눌 수 있었는데, 각 조마다 협업을 진행하는 방식도 모두 달라서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고, 개발과 관련한 이야기도 많이 나누었기에 개인적으로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덕분에 비록 한 달간의 스프린트 준비 기간과 6일 간의 스프린트 여정은 이제 마무리 되었지만,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지식을 교류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 커졌다.
이렇게 소중한 기회를 준 테오에게 정말 감사하고,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다같이 고생하면서 좋은 스프린트 경험을 주기 위해 노력한 체다, 이지, 경, 솔싹, 맛김, 도모, 라울, 루프에게도 정말 수고했다는 이야기를 꼭 하고 싶다!
그리고 이번 17기 스프린트를 참여해주신 모든 참가자 분들에게도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부디 이번 스프린트를 통해 좋은 협업 경험을 얻으셨기를 바라며, 이만 후기를 마치도록 하겠다.
테오는 없었지만 최강MC루키와 다른 퍼실리테이터분들이 있기에 훨씬 더 즐거운 스프린트가 된 것 같아요! ㅎㅎ
다음 18기때도 퍼실리테이터로 만나뵐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