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컨퍼런스들은 엄청난 능력을 가진 분들이 자신의 스킬을 이야기하는, 소위 "별들의 전쟁" 같은 곳이었다.
때문에 처음에는 컨퍼런스의 규모 (무려 코엑스였다) 에 한번 놀라고, 이 넓은 공간을 가득 채운 인파에 두 번 놀라고, 마지막으로 강연이 끝날 때마다 물밀듯이 올라오는 정보의 향연에 세 번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작년에는 운이 좋아 Naver DE:VIEW 에 참석하여 FE 세션을 들었다.
하지만 모든 일정이 끝나고 혼자 외로이 삼성역으로 털레털레 걸어가던 그때의 기억은, 좋으면서도 뭔가 아쉽다는 느낌이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지금 문득 생각해보면 말이다.
그때의 외로움은 서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며 생긴 동경심이 아니었을까?
나도 저렇게 자유롭게 대화에 참여하고 싶다는 부러움. 그게 가장 컸던 것 같다.
아마 이때였을거다.
내가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이야기를 나눠야겠다고 다짐하게 된 때가 말이다.
어쩌다 보니 테오의 컨퍼런스가 세 차례 진행될 동안 MC 자리를 맡게 되었다.
첫 번째 컨퍼런스는 정말 긴장의 연속이었고, 두 번째 컨퍼런스도 긴장을 애써 누르느라 진땀을 뺐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래도 행사에 참여해주신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경험이 정말 특별했기에, 테오에게서 세 번째 컨퍼런스의 MC 제안을 받았을 때는 얼떨떨하면도 내심 기분이 좋았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에이" 하시겠지만) 아직 부족한 나에게 MC 를 제안해준 테오에게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살면서 MC 라는 역할을 맡아본 적이 없던 내가 이렇게 많은 분들 앞에서, 그것도 세 번이나 진행을 하게 되다니.. 정말 감개가 무량하다.
이번 컨퍼런스는 네트워킹의 비중이 이전보다 더 늘은 만큼, 진행에 있어서도 꽤나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2회차에도 네트워킹 세션이 있었지만 이번에 비하면 정말 작은 수준이었고, 이에 아쉬워했던 참가자 분들의 피드백이 있었기에 3회차에는 그 비중을 더 늘려 준비했다고 테오가 말씀해주셨다.
팀원들끼리 서로 서먹해지지 않도록 재밌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할 필요가 있었고, 사전에 설계한 팀 빌딩 활동 이후에 있을 아이스 브레이킹도 어떤 게임을 해야 좋을지 고민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 외에도 네트워킹 규칙 사전 공유, 팀 빌딩 과정에서 강조하면 좋을 내용들, 진행 리허설을 반복하며 스크립트를 자잘하게 수정하는 작업 등등... 전날까지 행사 진행에 필요한 것들을 챙기려 노력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사실 개인적인 욕심도 살짝 있었다고는 말 못하겠다.
그렇지만 즐거운 분위기에서 아이스 브레이킹을 하며 도파민을 터트리는 분위기... 이건 못 참지.
토요일 아침, 컨퍼런스 장소에 도착하고 나서도 긴장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오죽하면 스탭 필드가 그때 루키 울기 직전이었다고 말할 정도였으니... (그때는 스태프 분들과 초면이었다)
그래도 언제까지고 이렇게 벌벌 떨 수는 없으니 긴장을 풀기 위해서 별 짓을 다 했던 기억이 난다.
물도 막 마셔보고, 목이 아플까봐 사왔던 이클립스도 하나 씹어주고, 그렇게 참가자 분들이 자리를 채우는 와중에도 정신을 가다듬느라 심력을 쏟아야 했다.
하지만 이런 걱정이 무색할 만큼 컨퍼런스 분위기는 화기애애 그 자체였다.
정말 누구보다 네트워킹에 진심으로 참여해주시고 재밌게 컨퍼런스를 즐겨 주신 개발자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양일 모두 그 열기가 대단해서 11월의 날씨에도 땀이 송골송골 날 지경이었으니 말 다했다.
컨퍼런스가 끝나고 집에 딱 도착하는데 긴장이 삭 풀리면서 웃음이 실실 나오더라.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언제 사람들 앞에서 또 진행이라는 임무를 맡을까.
지금 후기를 쓰면서도 컨퍼런스 MC 하기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정말 감사하게도 이번 컨퍼런스를 진행하면서 평생 들어볼 칭찬을 몰아 들은 기분이다.
이번 컨퍼런스에 많은 도움을 주셨던 항해 플러스의 관계자 분도, 컨퍼런스에 참여해주신 개발자 분들도 정말 재밌었다며 덕담을 아끼지 않으셨다.
행사가 끝난 뒤에도 내가 개발자인지 전혀 예상을 못하셨다며 명함을 받아주신 분도 계셨다.
덕분에 평생 자랑할 거리가 하나 생긴 기분이라, 혹시 이 글을 보셨다면 다시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덕분에 하루가 진짜 너무 행복했습니다)
이제 나도 어엿한 MC 로서 인정 받았다며 쉬는 시간에 뿌듯한 마음으로 썰을 풀었는데 이를 듣던 테오도 빵 터졌던 기억이 난다.
나는 20대 초반에 꽤나 조용한 성격이었다.
그래서 처음 식당에서 일을 할 때도 말주변이 없어 꽤나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그때 이후로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사람을 대하는 법을 조금씩 익혀서인지, 지금은 그때보다 많이 나아졌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그리고 이번 컨퍼런스를 마치면서 더 많은 사람들과 대화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욱 커졌다.
사실 작년에도 "100 명의 개발자 분과 이야기를 나누고 Github 팔로우하기" 라는 목표를 달성했는데, 내년에는 더 많은 분들과 경험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 무럭무럭 자랐다.
그리고 이번 컨퍼런스에 스피커로 참여한 분들의 세션을 들으면서, 다음에는 진행도 좋지만 스피커로서 나의 경험과 이야기를 풀어내면 어떨까라는 생각도 든다.
물론 그만한 경험과 노하우를 쌓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고민이 필요하겠지만, 일단 다짐한 것만으로 절반은 먹고 들어갔다고 생각한다.
어느덧 세 번째 진행된 테오의 컨퍼런스도 끝이 났다.
이번 컨퍼런스를 진행하고 한 명의 방청객으로 참여하면서 정말 이루 말할 수 없는 인사이트를 받은 기분이고, 다른 분들도 부디 나와 같은 마음이기를 바란다.
언젠가 스피커로서 많은 분들 앞에서 나의 경험을 풀어낼 기회가 올 때까지, 앞으로 정말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컨퍼런스를 준비하고 진행해주신 스태프 분들과 테오, 그리고 스피커로 참여하여 본인의 경험을 멋지게 풀어낸 하이안, 앤드류, 토마토, 김첨지, 동훈, 병스커, 해피에게 정말 고생 많으셨다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다.
그리고 컨퍼런스에 참석하여 자리를 빛내주신 120명의 개발자 분들에게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마법 같았던 주말이 지나고 이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빠르게 회고를 남겨서 참 다행이다.
루키~ 스태프로 같이 활동한 케시입니다. 양일간 테오콘 MC로 정말 고생 많았어요! 특히 진행을 정말 매끄럽고 재미있게 해주셔서 행사 내내 너무 든든하고 재밌었습니다. 행사 내 웃음꽃의 큰 지분이 루키의 진행에서 나오지 않았나 생각해요 ㅎㅎ 다음 스태프 뒷풀이 할때도 같이 봬요~!
함께 해줘서 고마워요! 맨날 레전드를 갱신하면서 모두를 즐겁게 만들고서는 아쉽다 떨린다 하는 모습이 참 멋집니다! MC루키의 활약은 TEOConf의 꽃이라 생각해요! 고마웠어요~ 내년에도 함께 하기를 바래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