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까지 아이디어를 찾고 이를 검증하기 위한 가벼운 리서치들을 진행했다. 사실 지금까지 과정은 더블 다이아몬드의 발견하기(Discover) 단계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더블 다이아몬드는 서비스 디자인 개발 단계를 도식화 한 것으로 발산과 수렴을 반복하며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지금까지는 문제를 정의하기 위한 리서치를 진행하면서 생각을 확장하는 단계였고 다음 단계인 정의하기 단계에서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다시 하나의 결론(해결하려는 문제점)을 도출하게 된다.
5Whys(다섯 가지의 왜?) 기법은 문제의 근원을 찾기 위해 꼬리를 물며 질문을 하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리서치 결과를 토대로 다음과 같이 다섯 단계의 질문을 던져 보았다.
먼저 첫 번째 질문은 바로 설문에서 물었던 질문처럼 "왜 예산 관리에 실패하는가"이다. 설문에 의하면 예산 관리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이 바로 예산보다 큰 소비였다. 그렇다면 왜 예산보다 큰 소비를 할 수밖에 없을까? 바로 예측 불가능한 지출이 항상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출은 원천적으로 막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예측이 틀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예측 자체가 불완전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 아닐까? 소비 내역을 모아 분석하면 어느 정도 데이터 기반 추적이 가능하지 않을까? 결론적으로 마지막 질문은 다음과 같다. "짧은 단위로 소비 데이터를 확인하고 수정하는 절차를 반복적으로 진행할 방법은 무엇일까?". 개발자로서 익숙한 개념이 떠올랐다.
애자일이 해결하려는 문제와 비슷한데?
개발 과정도 waterfall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작은 단위로 쪼개고 반복적으로 수정하는 애자일 방식을 따르게 되었다. 어찌 보면 예산관리의 문제도 지속적인 수정을 통해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정리된 내용을 통해 간단한 가설을 세워보려 한다. How Might We는 만약 우리가 __ 한다면 어떨까? 라는 구조로 서비스의 가설들을 간단하게 정리하는 방법이다. 5Whys를 통해 도출된 마지막 결론을 토대로 HMW 질문을 완성해 보았다.
이제 어느 정도 해결하려는 문제와 해결방안이 정리되었다. 이를 토대로 가치 제안 캔버스(Value Proposition Canvas)를 채워 보려 한다. 가치 제안 캔버스는 린 캔버스의 Unique Value Proposition과 고객 세그먼트를 설정하고, 프로덕트-마켓(혹은 사용자) 핏을 찾기 위한 기본 틀을 제공한다.
위에서 최종적으로 정리한 문제점은 바로 예측불가능한 지출로 인한 예산관리의 실패 및 포기였다. 이를 해결할 방법으로 애자일 예산관리라는 Pain Reliver를 설정하였고 앞으로 이 둘의 핏이 과연 얼마나 맞을지 확인하기 위해 MVP를 제작해 볼 것이다.
앞서 읽었던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에 따르면 두루뭉술한 가설을 어떻게 해서든 숫자로 표현하는 것은 검증할 수 있는 가설 설정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럴 때 사용되는 방법이 바로 XYZ 가설로 "X 퍼센트의 Y는 Z 할 것이다"라는 문장에 각자의 가설과 수치를 대입하는 방법이다. 이 가설은 매우 중요한데, 실제로 검증해 볼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단은 말이 안 되는 가설이라도 세워보기로 하였다.
정말 모든 사회초년생 인구 중에서 25퍼센트가 주기적으로 앱을 사용한다면 150만 명의 MAU를 얻는 셈이다(주민등록 인구통계 참고). 이 정도면 현재 뱅크샐러드의 MAU와 비슷한 수치로 매우 무모하고 비현실적이지만 일단은 최종적인 서비스 목표로 삼고 달려가 보기로 한다.
여기서 문제는 XYZ 가설은 최종적인 서비스의 가설이기 때문에 당장 검증할 수 없다. 따라서 xyz 가설이라는 비슷한 구조의 작은 가설들을 여러 개 설정하고 하나씩 검증해 나가기로 한다. 먼저 첫 번째 미니 가설인 "25퍼센트의 사회초년생은 테스트 사용자가 되기 위해 개인 이메일을 제공할 것이다"라는 설문조사를 통해 훨씬 높은 46퍼센트의 제공을 받았기 때문에 전체 사회초년생에 대입해 보아도 채택될 수 있지 않을까 라고 혼자 생각해 본다. 물론 표본의 수가 늘어날수록 실제 이메일을 제공하는 사람의 수는 더 크게 줄어들겠지만 그래도 가설의 목적은 빠르게 가능성을 체크하는 것이기 때문에 통과했다고 보려 한다.
다음 가설들은 런칭 목표와 수익 목표이다. 런칭 후 지속해서(회원가입 후에 한 달 이상 정도는) 재접속하는 사람의 비율이 15퍼센트 이상 되지 않으면 서비스를 접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물론 계산 기준은 추후 런웨이에 맞춰 수정해야 한다). 또한 지금 단계에서 수익모델을 생각해 보면 정교한 보고서 기능은 유료 구독모델로 제공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지금까지 대부분의 이런 서비스들이 수익모델 없이 성장에 집중하다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천천히 수익모델을 고민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내가 만든 서비스는 시작부터 구조적으로 지속 가능했으면 한다. 물론 데이터를 수집하면 대출 및 투자상품 연결, 카드 추천 등 여러 B2B 판로가 생길 것으로 예상되지만 근본적으로 사용자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혜택에 대한 대가를 사용자에게 직접 받는 것이 건강한 구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수익모델은 언젠가 다시 고민해 보기로 하고 이제 다음 글부터는 실제 구현 단계로 넘어가 보기로 하자.
Reference
서비스·경험디자인 이론서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