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을 회고한다.

shleecloud·2021년 12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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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크리스마스까지 폭풍 같은 프로젝트를 마치고 느긋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얼마 만에 이런 여유를 만끽하는지. 그동안 못 만났던 그리운 얼굴들도 만나고 못 잤던 잠도 실컷 자고 햇빛도 열심히 쬐고 있다. 아직 일주일밖에 안됐는데 벌써 추억이 되어가고 있다.

사실 프로젝트를 끝내고 살짝 번아웃이 왔었다. 부트 캠프 과정이 24일에 끝났지만 3일 정도는 무언가 끝내지 않은 불안함 때문에 제대로 쉬지 못했다. 더.. 뭔가 해야 될 것 같은 느낌. 멍 때린다고 해야 되나? 사람들을 만나도 약간 멍하고 붕- 떠있는 기분. 프로젝트는 끝났는데도 쉬어도 쉰 것 같지 않고 쫓기는 기분이 들었다.

배를 오래 탄 사람들은 육지에 오면 오히려 멀미를 한다. 어색할 만도 한 게 아침 9시에 일어나서 새벽 1시 넘어서까지 계속 작업하는 나날을 6주를 했다. 주말도 하루만 쉬고 나머지 하루는 일과를 수행했다. 심지어 프로젝트 마감날은 아침 8시가 되어서야 프로젝트 발표 녹화를 끝내고 팀원들도 쉬러 갔다. 지칠 만도 하지. 한동안 코드는 거들떠도 안 봤다. 수료식을 마치고 거의 5일이 지나서야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정신없이 달리다 보면 내가 얼마나 지쳤는지 모르게 된다. 아무 생각 없이 쉬다 보니까 얼마나 지쳤었는지 알게 됐고 다시 여정을 출발하고 싶은 간지러움도 느껴진다. 프로젝트만 하다 보니 한 해가 갔구나. 시작한 게 여름이었는데.. 분명 여름이었는데 어디 갔지? 나의 2021년...

2021년을 회고한다.

봄, 방황

2021년 5월까지는 방황기였다. 전 직장의 임금체불 건이 한참 치열하게 진행되던 시점이라 이렇다 할 여력이 없었다...... 하지만 전부 핑계였다. 진짜 이유는 공부의 방향을 잃었었다.

이직을 하기로 결심하고 닥치는 대로 공부하던 시기였다. 이정표 없이 공부하니 어디까지 공부해야 되는지 선을 알 수 없었던 시기였다.

개발자는 알고리즘과 포트폴리오고 시간을 가장 많이 쓰고 어려운 게 알고리즘이다. 그래서 알고리즘만 하루 종일 하는데.. 그럼 포트폴리오는 언제 어떻게 만든담?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막연하게 생각하던 시기였다. 지금 돌아보면 정말 무계획이다. 행동력은 좋은데 방향이 없으니 잘 될 리가 있을까?

그 외로는 글쓰기에 재미를 붙이고 있던 시기다. 매일 일기 쓰기를 하면서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지 고민하던 시기였다. 글을 쓰는 건 중요하다. 지금 이렇게 선명하게 돌아볼 수 있는 것도 그때 쓰던 일기가 남아있어서다. 그날의 감정은 연기 같아서 하루만 지나도 사라진다. 시간이 갈수록 흐릿해진다. 일기는 그날 쓰는 게 제일 좋다. 어떤 주제를 쓸지도 고민하던 시기다. 동시에 어떻게 하면 좋은 글을 쓸지 고민하던 시기기도 하고. 물론 지금도 고민하고 있다. 달리기는 무릎 부상이 점점 나아지고 있었다.

여름, 새로운 시작

6월은 굉장히 바빴다. 패스트 캠퍼스 네카라쿠배 부트 캠프 전액 무료! 과정에 도전했다. 이벤트성 과정답게 깐깐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신청자 2000명 가운데 합격자는 단 21명!!! 엄청난 경쟁이면서 나 자신에 대한 시험이었다. 마침 언어도 내가 배우던 파이썬이니까 그동안의 실력을 확인하기는 딱 좋았다. 참고로 부트 캠프란, 군대의 신병 훈련소라는 뜻이다. 한 마디로 개발자의 신병 훈련소다.

약 2주 동안 진행됐고 강의를 듣고 시험을 매일 봤다. 시험 시간이 30분이라서 엄청나게 촉박한데 문제도 어렵고 여러 개 답을 선택하는 객관식이 마구 등장했다. 마지막엔 면접까지 진행했다. 결과는 안타깝게도 불합격. 정말 힘들었다. 설명하지 못하면 모르는 것이라는 말이 뼛속 깊이 느껴지던 시기다. 아쉽긴 했지만 무언가 성장한 기분이 들었다. 삶의 자세라던가. 긴장감과 방향성의 필요를 느꼈다. 나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게 되었다. 무엇이 문제였는지도 보였다. 비록 탈락했지만 크게 성장했다.

탈락 발표가 나오자마자 다른 부트 캠프를 찾게 되고 가장 빠르게 시작할 수 있는 코드 스테이츠 부트 캠프 과정에 참가하게 된다.

가을, 부트 캠프

부트 캠프는 비전공자를 대상으로 개발자의 기초를 다져준다. 코드 스테이츠에서 마음에 들었던 점은 절대 떠먹여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친절하지 않은 게 오히려 장점이라니. 친절하지는 않지만 길은 제시해 준다. 이쪽으로 가라고. 적당히 어려운 문제를 내면서 페이스를 조절한다. 나는 전공자면서 IT 비 개발 직군에서 오래 근무를 했기에 금방 적응했다. 코드 스테이츠는 재밌는 시스템이 많았다.

첫 번째로 페어다. 특정 과제나 과목을 진행할 때, 랜덤으로 2인 팀을 만들어서 같이 진행시킨다. 그 과정에서 상대방에게 설명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공부가 된다. 커뮤니케이션 스킬도 자연스럽게 늘어나고 인맥도 생긴다. 소위 말하는 '인싸력'이 중요하다. 개발자는 소통해야 된다. 그리고 설명하지 못하면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을 알려준다. 후반부로 갈수록 과제가 엄청나게 어려워져서 '그냥 각자 하시죠'라고 벽을 치는 경우가 많아졌다. 난 그래도 꿋꿋하게 페어의 효능을 설명했고 끝까지 활용했다. 나... '인싸'일지도?

두 번째 장점은 기수 이동이다. 테스트에서 떨어지거나 정말 따라가기 힘들다면 한 달 과정만큼 다시 들을 수 있다. 떨어져서 좌절하시는 분도 계셨다. 전혀 좌절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시스템을 100% 활용하는 방법이다. 기수 이동을 시킬수록 코드 스테이츠는 손해를 본다. 하지만 교육생의 퀄리티를 타협하지 않는 점이 코드 스테이츠의 장점이다. 한 달 늦어지면 뭐 어떤가? 자신이 완벽하게 배우고 넘어가는 게 중요하다.

이렇게 다양한 시스템에도 불구하고 결코 쉽지 않았다. 끝까지 적응하지 못해서 하차한 사람도 많았다. 섹션 1에선 170명이었으나, 섹션 2 160명, 섹션 3 150명, 프로젝트는 70명이 남았다. 특히 섹션 3는 테스트에서 한 문제라도 틀리면 기수 이동이라 더 심한 것 같다. 기수 이동한 사람은 매 세션마다 40% 정도 꾸준하게 있었다. 숫자가 그대로인 이유는 이전에 기수 이동한 사람이 다시 들어와서다.

섹션 1 끝날 때쯤 스터디를 만들었다. 스터디에서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수료까지 끝까지 같이 달렸다. 나중에 프로젝트 팀을 만들 때도 스터디 안에서 만들게 됐다. 연말 모임도 하기로 했는데 시국이 시국인지라 거리 두기가 완화되길 기원한다.

겨울, 프로젝트

배우기만 할 때가 좋았다. 아침 9시에 일어나서 저녁 10시까지 꾸준히 공부하고 스터디했었다. 프로젝트는 아침 9시에 일어나서 새벽 1시까지 작업한다. 이 일정을 매일이다. 혼자가 아니라 네 명이 다 같이.

좋은 팀원들을 만나서 즐겁게 작업했지만 꽃 길은 아니었다. 팀을 만들고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서비스 기획과 개발과 문서 작업까지. 작업량도 많았고 그만큼 이슈와 버그들도 많았다. 기술적인 이슈는 기술로 풀어내면 된다. 정말 어려웠던 것은 일정 관리와 커뮤니케이션이었다.

작업 단위를 나누고 작업 기간을 산정할 때 어떻게 해야 되는지. 애자일한 개발에 방법론까지 자연스럽게 도착하게 됐다. 현업에 계신 분들에게 조언을 받을 기회가 있어서 간단하게 정리해둔다.

  1. 애자일의 기본은 회고와 개선을 정규 이벤트로 만들고 반복
  2. 경험이 쌓이면서 데이터가 쌓이고 그걸 기반으로 예상 시간을 산정
  3. 외부 요청을 최대한 배제할 것. 아니면 외부 요청까지 계산에 넣어서 시간 산정

커뮤니케이션도 할 말이 많다. 팀장 역할을 수행하면서 의견을 내는 과정에서 몇 번 마찰이 있었다. 팀장은 결정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팀장이 낸 의견에 큰 힘이 실리게 된다. 팀장이 너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거나 밀어붙이면 팀원들이 의견을 내기가 힘들어지고 팀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안 좋아진다. 팀장은 팀원을 서포트 하는 역할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수용만 해서도 안된다. 그 모호한 경계에 대해서 고민이 많았다.

오죽했으면 이렇게 메모까지 해놓고 책상 앞에다가 고정해놨을까. 목소리가 높아질 정도로 갈등이 있었던 적도 있었다. 결국 훈훈하게 잘 해결됐고 더 사이가 돈독해졌지만 팀장 포지션이나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본 기회가 됐다. 다른 사람들 속에 있을 때 내가 모르던 내 모습이 보인다.

많은 우여곡절 끝에 프로젝트를 잘 수행해서 이렇게 마음 편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이렇게 쭉 돌아보니 많은 일이 있었구나. 배포된 사이트를 볼 때마다 가슴이 뭉클해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마치며

많은 일이 있었구나. 퇴사를 하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알차게 한 해를 보낼 수 있었을까? 계속 그 분야에 있으면서 성장하는 것보다 훨씬 큰 성장을 이뤘다.

  1. 개발자의 기초를 닦아서 이제 조금은 개발이란 것을 거침없이 할 수 있게 됐다.
  2. 자산 관리도 성공해서 교육비의 반 이상은 복구했다. 돈이 돈을 어떻게 벌게 만드는지. 자산이란 무엇인지 알게 됐다.
  3. 수많은 역경과 고비를 해치면서 내적 성장을 이뤘다.

쉬운 게 없었다. 나에겐 전부 도전이었고 넘어야 할 벽이었다. 개발 블로그를 개설해서 첫 글을 돌아보면 시작하기 전에 느끼던 막막함들도 어느 정도 가셨다. 이제 또 새로운 도전이다.

2022년 계획은 일단 최우선으로 취업 준비다. 알고리즘과 이론 그리고 이력서 돌리기. 프로젝트 사이트 개선도 꾸준히 진행한다.
이제 쭉쭉 나아가기만 하면 된다. 2022년도 화이팅! 잘 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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