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데이터팀에서의 4개월 인턴기간 동안 배우고 느낀 점 - 개발자라는 진로를 선택하기까지

Root(√)·2020년 8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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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 글을 적기 시작하면서 지난 4개월간의 인턴생활에 대한 간단한 소회를 기록하려 하였다. 하지만 써내려가면서 인턴생활이 4개월치고는 너무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게 해줬고, 진로 결정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기에 현재의 진로를 설정하게 되는 과정의 큰 맥락을 함께 적기로 마음 먹었다.
장문의 글이 될 것 같다.


인턴을 신청하기까지

공인회계사 공부를 그만두고

2019년에 복학하면서 공인회계사 수험공부를 중도에 그만두고 진로를 원점에서 다시 고민해봐야하는 시점에 놓여있었다. 그래서 당시 첫 학기에는 학점에 대한 고민, 취업에 대해서는 생각 하지 않고 관심가는 분야의 수업을 듣고 책을 읽으며 내가 무엇과 잘 맞고 무엇을 신나게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였다. 학부 시절 막연한 두려움으로 피해다녔던 계량경제 과목을 수강하였다. 계량, 수리경제 쪽이 우리 과의 핵심 커리큘럼이었지만 솔직히 내가 회계사 붙고 복학할 줄 알고 수강 안하고 피해다녔다. 하지만 복학하고나니 계량 쪽 수업을 듣지 않으면 남은 학기 동안 들을 수업이 거의 없다는 것을 깨닫고 2학년 과목인 계량경제를 듣게 되었고, 이 수업은 나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데이터, 통계, 코딩을 접하면서

1학년 때 들었던 경제통계분석 이후로 통계 관련된 것을 거의 공부한 적이 없었던터라 계량경제 수업 따라가기가 매우 벅찼다. 이론 공부 외에도 GAUSS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실습을 하였는데, 당시에 '코드를 짠다는 것'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던지라 도대체 내가 하고 있는 행위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라이브러리가 대체 무엇인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오기가 생겼고 다른 과목은 거의 제쳐두고 수업을 따라가기 위하여 한 학기동안의 여가시간을 계량경제 공부하는데 할애하였다. 기초통계학을 다시 공부하였고, K-Mooc을 활용해 이해가지 않는 부분을 혼자 공부하기도 하고, GAUSS와 관련된 오래된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보고 따라해보기도 하였다. 나는 교수님에게 열성적으로 질문하는 몇 안되는 학생이었고, 덕분에 교수님과 친분이 생겨 많은 조언과 격려도 들을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좋은 성적을 받기는 했지만 그 수업에 대한 이해도는 10%도 채 되지 않았던 것 같다.(수업이 나만 어려운건줄 알았는데 다들 똑같이 나가떨어져서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코드를 짜보고 버그도 고치며 데이터를 가지고 어떤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이 재밌었다. 그동안 들었던 수업은 이론 공부에만 그쳐 뜬구름 잡는 소리같았는데 이 수업은 바로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어서 그런지 진짜 무언가를 배우는 기분이 들었다. 무엇보다 코딩하는 것에 흥미가 생겨서 여름방학동안 '점프투파이썬' 책을 보며 처음 python을 공부하였다. 2학기에는 1학기 때 생긴 데이터와 코딩에 대한 흥미를 좀더 발전시켜보기 위하여 python을 활용한 프로그래밍 교양수업과 R과 python을 활용한 데이터 분석&머신러닝 수업을 수강하였다.

역시 1학기 때와 마찬가지로 결과물을 바로 확인하고 수정해나가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과제가 좀 버겁기는 했으나 수업 때 배운 이론과 실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선형회귀분석과 머신러닝을 이용한 분석을 해보고, 컴퓨팅 사고를 습득하고 간단한 프로그램을 작성하는 과정이 재밌었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서울데이터과학연구회'라는 학회에 소속되어 머신러닝과 관련한 수업도 수강하고 다양한 분야의 실무자 분들과 교류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갈수록 'so what..?'이라는 의문부호가 생겼다. 데이터를 가지고 분석한 후의 다음 step은 겪어볼 수 없었고, 이게 진짜 실무에서는 어떤 식으로 활용이 되는 것인지, 이 데이터들은 대체 어디서 오는 것이고 누가 어떻게 만드는 것인지가 궁금해졌다. 그리고 막연히 데이터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고는 하지만 실무에서 어떻게 업무가 세분화 되어있는지, 그리고 그중에서 내가 정확히 어떤 것을 하고 싶은 것인지 알지 못하였다. 마지막 학기, 전공심화 학점 9학점이 남아있던 나는 전공심화에 듣고 싶은 과목도 없었고, 더이상 학교에서 배우기보다는 관심분야(당시로서는 막연하게 그냥 데이터 쪽)의 실무와 업무환경 등을 경험해보고 싶었다. 운이 좋게도 학교에 현장실습을 통해 학기를 대체하고 학점을 이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었고, 해당 프로그램을 신청하게 되었다.

인턴 지원

인턴 지원은 한 번에 한 곳만 지원할 수 있었다. 지원 곳에 불합격하여야 다른 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처음에 금융데이터를 만들고 분석하고 퀀트전략을 짜는 듯한 기업에 지원하였다. 회사이름은 기억나지 않고 홈페이지도 없었다. 지원자격은 python이나 R을 능숙하게 사용하고 데이터 전처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포트폴리오도 요구하였다. 서류 통과하면 코딩테스트도 있었다. 솔직히 자격요건에 부합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것은 내가 아닌 그 기업이 판단할 문제라고 생각하였다. 그래도 내가 경제금융 전공이고, 투자동아리 활동도 했기 때문에 이부분에서는 플러스 요인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지원하였고 코딩테스트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건방지게 서류는 통과할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서류통과를 하지 못하였다.

그다음으로 지원한 곳은 프롭테크(이 때 이 단어를 처음 접하였다) 스타트업의 데이터팀이었다. 부동산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하였지만 늘 배우고 싶은 욕심이 있었고, 데이터 업무가 어떻게 세분화 되어 있는지와 데이터를 전처리하는 과정 등을 배울 수 있을거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사실 사업팀에서도 채용공고가 있었는데, 그간 내가 쌓아온 스펙이 사업팀에 부합하기도 하였고, 사업팀 업무도 재미가 있어보여서 잠시 고민을 하긴 했으나 원래의 목적대로 데이터팀에 지원하였다.

한 명을 모집하고 있었는데 지원자가 나밖에 없었다. 1차에 지원한 곳과 다르게 경쟁자가 없어서 그래도 다행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면접을 가게 되었다. 정형적인 면접 질문, 가령 자기소개 해보세요 성격 장단점이 뭔가요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준비해서 같는데 그런 것들을 전혀 물어보지 않으셨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테이블에 같이 앉았고, 회사 소개를 10분 가량 해주시고 데이터팀은 어떤 업무를 주로 하는지 설명해주셨다. 면접이었지만 오히려 내가 질문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내가 들었던 질문은 스펙으로 봤을 때 사업팀에 적합할 것 같은데 왜 데이터팀에 지원을 하였는지, 어떤 업무를 하게될 것을 기대하고 지원하였는지, 기대와는 다른 업무를 맡게 될 수도 있는데 그것은 괜찮은지, 만약 데이터팀이 아닌 사업팀에서 일하게 되어도 괜찮은지 등이었다. 나는 드라마 같은 곳에서 식당에 들어가 요리를 배울 때 재료 손질만 몇 년 주구장창하고 요리를 배우거나, 취권 같은 영화에서 물 긷는 등의 잡일 몇 년하고 본격적으로 무술 배운다거나 하는 것들이 생각나서, 데이터는 비즈니스의 재료이고, 그 재료를 어떻게 공수하고 어떻게 가공하는지 등을 배우는 것부터 시작하면서 비즈니스를 경험해보고 싶다고 대답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내가 데이터를 직접 가공하거나 코딩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답해주셨는데 나는 그런 것은 상관이 없었다. 무엇을 하든 그 업무에서 배움이 있을 것이고, 아직 내가 구체적으로 진로를 계획한 것도 아니었고 실무가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 업무가 어떤 식으로 세분화되어 있는지 등을 알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면접동안 이런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면접관께서 현장실습 기간동안 어떻게 하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더 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함께 고민해주셨는데 이 과정이 매우 인상적이었고, 회사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합격 통보를 받았고, 맡게될 업무는 설명을 들었던 것처럼 데이터 전처리를 직접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새로 구축하고자 하는 데이터와 관련된 것들에 대해 조사, 어떤 식으로 데이터를 구축할 것인지에 대한 기획 작업이었다.

인턴 기간동안 배우고 느낀 점

부동산 관련 지식

나는 부동산 관련 지식이 거의 없었다. 어릴 때부터 신문을 읽을 때 부동산 섹션은 거의 건너뛰고 읽었고, 금융 전공이긴 했으나 부동산 금융에 대해서는 흥미가 별로 없었다. 그래서 관련 비즈니스와 용어에 대해 무지하였다. 그래서 거의 한 달동안은 국토계획법, 건축법, 주택법, 지구단위계획, 재정비촉진사업, 가로주택정비사업 관련된 자료들을 뒤적거리면서 용어 법률 공부를 하였다. 법 전공은 아니었지만 CPA 공부하면서 상법 같은 것을 공부해서 그런지 법 문서를 읽을 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이렇게 한 달을 보내고나니 회사에서 진행하는 사업이나 미디어에서 접하는 부동산, 건축 관련된 것들을 관심있게 보게 되었고, 이해도 또한 높아졌다. 앞으로 내가 개인적으로 투자할 때나 금융, 부동산 쪽에서 일을 하게 된다면 이때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기업 문화,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에 관하여

스타트업에서 일해본 것은 이번이 두 번째이다. 2016년에 학기를 병행하면서 OTA(Online Travel Agencies) 관련 스타트업에서 일한 적이 있다. SNS 마케팅과 기타 잡일을 맡았었는데, 직원이 4~5명 밖에 되지 않았고, 당시 성장성이 좋은 기업은 아니었던 것 같다.

반면에 이번에 인턴한 기업은 성장성, 역동성 같은 것이 느껴졌다. 투자도 유치하였고, 입사일인 3월에 비해 퇴사할 무렵 회사 인원이 30%가량 늘었고 계속해서 채용을 진행하였다. 그 와중에 퇴사자가 많지는 않았지만 조금 있었다. 사무실 규모가 커지다보니 누가 누군지 모르기도 하고, 다른 사람은 어떤 업무를 하는지, 이 팀은 어떤 일을 하는 것인지 모르는 경우가 꽤 있었던 것 같다. 회사가 빠르게 성장함에 따라 마주 하는 문제점, 가령 조직 구성, 의사소통, 채용 프로세스 등을 어떻게 해결해나가는지와 기업문화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을 관찰하는 것은 매우 재밌었다. 현재 회사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어떤 일을 진행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식으로 나아갈 것인지에 대해 적절하게 공유하고 동기부여하는 리더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생각되었다. 경영학 배울 때 슬쩍 보던 이론들이 단순히 이론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무에서 적용해보기도 하고, 피드백도 하는 것을 보는 것도 재밌었다.

이곳에서 일하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수평적인 조직문화였다. 난 지금까지 아르바이트를 포함하여 20여곳에서 일을 해봤는데, 이렇게 수평적인 기업에서 일해본 적이 없다. 직책 같은 것도 크게 없었다. 모두 ~님이라고 불렀고, 나도 그렇게 불렸다. 자율성을 최대한 부여하되, 성과를 공유, 측정하여 책임을 지는 문화였다. 야근도 강요하지 않고, 자율출퇴근을 하였다. 매우 합리적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리고 이런 기업문화는 CEO가 주도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닌 모두가 만들어나가고 있었다.

아무튼 말이 주절주절 길어졌는데, 이곳에서 인턴을 해서 나중에 다른 문화를 가진 곳에서 일을 하게 되면 초반부에 꽤나 고생할 것 같다.

주로 진행한 업무

내가 주로 맡은 업무는 특정 데이터를 구축하기 위한 데이터 구축 기획 업무와 데이터 가공 관련 정부 지원 사업에 신청하기 위한 사업계획서, 발표자료 작성, 외부 협력업체와 소통 등이었다. 인턴이었지만 단순 반복 업무나 페이퍼 보조 업무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주도적으로 책임을 지고 인턴치고는 꽤 큰 업무를 하였다. 처음에는 조금 부담스럽기도 하였으나, 이 과정에서 많이 배울 수 있어서 나중에는 회사에 고마움을 느꼈다. 8,000만원 정도의 지원 사업이었는데 신청 후 선정 결과까지 보고 나오지는 못했으나 후에 선정되었다고 듣고나니 밥값은 하고 나왔구나 싶었다.
이 외에도 보조적으로 제품 QA, 사용자 문의 대응, 개발 업무 보조 등도 진행하였다.

개발 문화와 협업 방식

이곳에서 일을 하면서 초반에 가장 어려웠던 것은 애자일(Agile)스럽게 일하는 것이었다. 이런 문화를 접해본 적이 없었다. 더군다나 나는 모든 일을 그렇게 계획적으로 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어서 더욱 애를 먹었다. 애자일 방식과 그에 대비되는 폭포수 방식이라는 것도 처음 들어보았다. OKR, 스크럼, 스프린트, 칸반 같은 개념도 생소하였다. 주기적으로 플래닝, 회고, 리뷰하고 성과 공유하는 자리는 좀 곤혹스러웠는데, 인텀 끝날 무렵에는 이런 문화에 조금 익숙해지고, 왜 이렇게 해야하만 하는지 조금 배웠다. Ally, Notion, Slack, Jira, Github 등을 실무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다. 특히 그간 사용하지 않던 Jira를 우리팀에서 실험적으로 도입하여 사용해보면서, 조금씩 우리 팀 사정에 맞게 목적 중심, 스쿼드 방식으로 일하기 위하여 필요한 기능을 추가하고, 필요한 기능 빼기도 하는 등 시스템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은 아 내가 스타트업에 일하고 있구나라는 것을 체감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그간 github을 혼자 프로젝트 관리용으로만 사용할 때는 몰랐던 Pull Request라는 것, 그리고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도 배울 수 있었다.

객체지향 프로그래밍, 디자인 패턴, 설계에 관하여

인턴 기간 마지막 한 달동안 개발관련된 업무를 서포트하게 되었다. 기존에 R로 되어있던 스크립트를 python으로 포팅하는 업무였는데, 나는 그냥 line by line으로 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싶었지만, 사수께서는 유지보수를 최소화하고, 효율적인 코드를 짜기 위하여 기존 스크립트를 분석하고 설계하는데 시간을 많이 할애하셨다. 단순히 코드를 구현하는 것보다 설계하는 과정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처음 깨달았다. 나는 기존 R 스크립트를 다이어그램을 통해 분석하고 표현하면서 해당 업무를 서포트하였다. (그리고 이것이 UML이라고 불리는 것을 알게 되었고, 학부 과정에 한 과목으로 운영된다는 것 또한 알게 되었다)

학교와 책에서 배웠지만 이해가 되지 않았던 객체지향 프로그래밍의 개념을 좀더 이해할 수 있었고 실무에서 어떤 식으로 프로그래밍이 되는지 직접 코드를 볼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ORM, 테스트 주도 개발(TDD), 디자인 패턴, Airflow, Spark, Hadoop, ETL 등을 접하면서 내가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상태로 조금은 업그레이드 할 수 있었다.

개발자라는 진로를 선택하면서

인턴 생활을 하면서 많은 분들께 도움을 받았지만, 보통 회사로 따지면 팀장님급 정도 되는 시니어 개발자님이 많은 도움을 주셨다. 나와 같이 경제학 전공자셨는데, 내가 개발자라는 진로를 선택할 수 있게 많은 도움와 응원을 해주셨다.

인턴을 하면서 그 방향을 잡고자 하였지만, 여전히 진로의 방향을 명확히 정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이 분과 대화하면서 나를 더욱 이해하게 되었다. 작년에 파이썬을 이용한 통계분석 수업의 과제를 하면서 내가 즐거웠던 것은 어떤 분석 결과물을 만들어냈던 것이 아닌 밤을 새워가며 에러를 고치고 코드를 수정하였던 과정임을 깨달았다. 나는 학교 생활 대부분을 주식 투자 동아리를 하면서 분석하고 가치평가하고, 경제학적이 분석을 하면서 보냈기에, 내가 당연히 분석 쪽을 좋아하고 취업도 그런 방향으로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하였다. 하지만 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면서 분석 쪽 보다는 엔지니어링 쪽이 더 나에게 맞지 않을까라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컴퓨터 공학, 프로그래밍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덕분에 현재는 개발자로서 커리어를 시작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내가 개발자로 진로를 트는 것이 늦은 것이 아니냐고 질문을 드렸을 때(사실 이건 바보같은 질문이면서도 현실적인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전혀 늦은 것이 아니라고, 나이보다는 이 일이 재밌고 적성에 맞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라고 격려도 많이 해주셨고, 공부를 어떤 식으로 해야하는지, 커리어는 어떤 식으로 가져가는 것이 좋은 것인지 조언해주셨다. 내가 개발팀에 속해있기는 했으나 주업무가 개발업무도 아니고 프로그래밍을 잘 하지도 못 했는데, 인턴 생활 막판에 일부러 개발 관련 업무를 주셔서 최대한 배우고 나갈 수 있게 배려해주셨다. 그리고 내가 원래 계약 기간보다 더 일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기 위하여(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지는 못 했다) 노력해주기도 하셨다.

진로의 방향을 확실히 잡고 이 방향에 확실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 이번 인턴 경험의 가장 큰 성과가 아닐까 싶다. 학교에서 운영하는 현장실습 프로그램의 취지와 완전히 부합하는 인턴생활이었다.

솔직히 며칠동안 틈나는대로 쓰다보니 내용이 장황해지고 산으로 간 느낌이지만.. 뭐든지 초고가 완벽할 수는 없다. 지금 다시 읽어보니 정확히 내가 담고 싶었던 내용을 포함하지 못한 것도 많이 있는 것 같았다. 원래 의도에 있지 않던 내용이 즉흥적으로 많이 포함되었다. 좀 아쉬운 글이지만 곧 다시 이 글을 가다듬을 기회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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