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취업하고 싶지 않은 이유

Root(√)·2020년 8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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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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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토익 시험을 봤다. 3월에 토익 점수가 만료가 되었고, 슬슬 하반기 채용공고가 뜨니 입사 조건에 맞는 영어 점수는 가지고 있자는 생각에 토익 응시를 했다. 만족할만한 점수가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 더 볼 생각은 없다. 토익응시가 세상에서 돈 제일 아깝다.

토익시험을 보고 줄곧 책만 읽고 있다. 원래 내가 가지고 있던 ‘행복한 프로그래밍’과 더불어 임백준 작가님의 책 여러 권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있다. 특히 ‘나는 프로그래머다’, ‘임백준의 대살개문’을 읽으면서 내가 프로그래머의 삶에 가슴 뛰는지 확인해보고 싶었다.

잡코리아에 가입하여 채용정보 알람을 받고 있고, 독취사 오픈채팅에 들어가 채용정보를 슬쩍 보고 있다. 사실 지금 어떤 직무를 써야하나 결정을 내리지 못하였다. 원래 내 전공인 금융, 재무 쪽을 써야하는지, 요즘 심취해있는 프로그래밍 쪽으로 써야하는지, si쪽이나 기업 전산실을 써야하는지, 아니면 분야를 가리지말고 일단 다 써제껴야 하는 것인지. 독취사 오픈채팅에서 봤던 호반건설의 경영기획 채용공고를 보고 거기를 써야하나 싶기도 했다. 나는 해보고 싶은 것들, 관심분야가 많다.

어디서 무슨 일을 하느냐는 나에게 별로 중요한거 같지 않았다. 난 호기심이 많고 무슨 일이든 동기부여를 할 수 있고 그 안에서 새로 배우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다. 분야를 가리지는 않으나 해당 분야의 기업에서 일할 기회를 얻어야 그것도 가능한 것이 아닌가. 사실 현재 나의 상태는 그런 면에서 썩 유리하지는 않다.

채용공고 알림이 꽤 많이 오는데 사실 시큰둥하다. 지원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마음 한켠에 프로그래밍 일을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크고, 그 일을 기업에서 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고 판단하는지도 모르겠다. 어느 지점까지 도달해야 준비가 된 것인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어쩌면 지금도 가능할 수도 있다.

책을 보다가 문득 든 생각이 지금 내가 취업에 시큰둥한 이유는 취업이 필요하지 않은 상태라서가 아닐까 싶었다. 취업은 나에게 있어 목표가 아니고 수단이었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돈벌이 + 일을 하면서 배울 수 있는 것 두 가지였다. 모은 돈이 많지는 않으나 지금 당장 입에 풀칠은 할 수 있다. 그리고 현재 생활에서도 배움의 갈증을 잘 해소하고 있다. 배울 것들 투성이다. 현재 나의 상태는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상태로 나아가고 있는 상태인 것 같다. 아직 정확히 도달하지는 못 하였다. 이 생활을 지속하다가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상태에 도달하고, 스스로 공부하는 것에서 배움의 욕구를 충족하지 못할 때, 실무를 통해 공부하고 싶다는 욕구가 커질 때 비로소 취업하고 싶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준비된 상태인지 아닌지는 기업이 결정할 문제이다. 하지만 내가 만족할만한 수준에 어느정도 도달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하면서도 충분히 배울 수 있다. 하지만 그간 여러 곳에서 일하면서 같은 일을 하더라도 그릇의 크기와 내 그릇의 모양에 따라서 담을 수 있는 것이 많이 달라진 다는 것을 깨달았다. 난 더 많고 내가 원하는 것을 담기 위해 그릇을 만들고 그것이 준비가 되었을 때 일을 시작하고 싶다.

후..
정리하자면 1. 어느 직무를 써야하는지 결정하지 못한 것 2. 솔직히 프로그래밍 쪽에 마음이 많이 기울었으나 준비가 되지 못한 상태
3. 현재 생활에서도 충분히 많이 배우고 있고 만족스러운 상태
이 세 가지 이유로 취업에 대한 마음이 뜨끈미지근한게 아닌가 싶다. 나이가 어린 것이 아니고, 철없는 생각일 수도 있고 주변에서도 빨리 이력서 내고 그래라 하지만, 평생 이렇게 살아왔는지라 바뀌지가 않는다. 분명 쉬운 길, 평범한 길 놔두고 자꾸 제멋대로 다니는 삶에 후회도 하고 했지만 나란 사람의 고집도 꽤나 센 것 같다.

그냥 당분간은 자료구조&알고리즘, 서버/네트워크, 특히 운영체제가 재밌어서 운영체제를 좀 더 공부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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