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가 퇴사하고 컨설턴트가 되었지만 복학했습니다 - Tate 용태의 2023년 회고

Tae 김용태·2023년 12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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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를 시작하기에 앞서 먼저 간단한 자기 소개를 해보겠습니다. 저는 Tate 혹은 용태로 불리는 뇌공학도 김용태입니다. 지난 3년 동안 여성 패션 플랫폼 A사와 게임 플랫폼 U사에서 백엔드 엔지니어로 일하며 다양한 프로그래밍 경험을 쌓아왔습니다. 현재는 대학에 복학하여 뇌공학을 전공으로 공부 중입니다.

2023년이 저물어가면서, 이 해는 특별한 일들이 많이 일어난 해로 기억됩니다. 이번 해에 경험한 사건들과 제가 정한 방향은 이전의 것들과는 다르게 제 삶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글을 통해 이번 해의 큰 전환과 결정들을 요약하고 회고하고자 합니다. 이 글이 저뿐만 아니라 저처럼 인생의 방향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봄: 인터뷰를 통한 진로 찾기

올해 초에는 제 자신을 둘러싼 주요 관심사 중 가장 큰 주제가 바로 진로 고민이었습니다. 작년에는 산업기능요원으로의 근무가 점차 끝나가면서 복학 결정을 내렸던 시점이었습니다. 그 뒤로는 어떤 길을 걸어갈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는데, 혼자서는 진척을 내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주변 어른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기로 했습니다. 이 아이디어는 당시 여자친구에게서 나왔는데, 혼자 고민하기보다는 이미 해당 분야에서 성취를 이뤄낸 어른들의 조언을 듣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이 생각이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습니다.

저는 최선을 다해 다양한 분야에서 성취를 이뤄낸 어른들과 소통하려 노력했습니다. 특정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시야를 열어볼 목적이었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특정 직군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삶의 방향을 탐색하여 가능성을 찾아내는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삼성서울병원 의사, 카이스트 인공지능 분야 교수, 인공지능 회사 개발자, 바이오 벤처 대표, 바이오 산업 컨설턴트, 전문 상담심리사와의 대화에서 다양한 시각에서 귀중한 조언을 받았습니다. 이를 글로 기록하기에는 너무 방대하여 언젠가 공유할 기회를 찾아보겠습니다.

상담사 선생님의 지혜 중 하나가 특히 큰 영감을 주었습니다. 진로 고민의 선행 주제는 직업이 아닌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이며, 그를 위해 저 자신이 어떤 것에 행복함을 느낄지를 파악해야 한다는 말이었습니다. 이는 인생의 방향을 설정하는 핵심 방법론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제 행복의 여러 원천을 살펴보고 다양한 키워드를 추출하면서 제만의 방향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바이오, 심리학, 인공지능, 컨설팅, 경영 등의 키워드들을 중심으로 제 꿈을 구체화시키려고 합니다. 연구, 기술 개발, 창업 등 다양한 전략을 고려하며, 미국 대학원 유학이 이를 실현하는 효율적인 수단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물론 진로는 제 행복의 한 부분에 불과합니다. 건강, 안전, 친구 등 여러 가지 측면을 함께 고려해야 하지만, 가장 장기적인 목표를 설정한 것에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이것은 초기 설정일 뿐이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진로 방향을 조율해 나갈 것입니다.

여름: 이별, 퇴사, 그리고 커피챗

날씨가 더워지면서 저는 마치 매미가 우화하듯 두 가지 큰 변화를 겪었습니다. 첫 번째는 전 여자친구와의 이별이었고, 두 번째는 몸 담고 있던 A사에서의 퇴사였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결과적으로 소중한 소울메이트를 만나게 되었고, 대한민국 사회 생활의 지혜와 훌륭한 개발 실력를 선사해준 이전 회사의 경력을 얻게 되었습니다.

산업기능요원 만료와 함께 복학을 위해 퇴사한 것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기간이었지만, 첫 사회생활이었던만큼 마음이 약간 시원섭섭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넉넉하게 생긴 점 하나는 기분이 좋았습니다. 직장에서는 점심 시간을 제외하고 해를 못 봤었는데, 강남의 건물 사이에서 따사로운 햇볕을 받으며 산책하는 것이 좀 어색한 느낌이었습니다.

퇴사 직전에는 배송팀의 사수인 백엔드 개발자님, 프론트엔드 개발자님, 안드로이드 개발자님과 함께 감사의 말을 나누었습니다. 또한 일본사업팀의 팀장님과 백엔드 개발자님도 큰 도움이 되었는데, 이들에게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회사에서도 좋은 분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이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네요.

그래서 이 기간 동안은 이전에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과, 새로운 개발자들과 커피챗을 나눴습니다. 그러나 조금 많이 했습니다. 보통은 사람을 자주 만나는 편이 아니었는데, 어쩌다 한 달 내내 매일 새로운 사람과 커피챗을 잡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만나보니, 물론 내향적인 성격이었던지라 감당하기 벅찬 일정이었지만, 재미있었습니다. 어쩌다보니 커피챗이라는 새로운 취미를 찾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새로운 사람들은 얘기하면서 매우 흥미로웠고, 꼭 개발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근황, 진로, 취미, 친구, 회사 등 다양한 주제로 다채로운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기뻤습니다. 이 과정에서 상대방이 도움을 받는 경우도 있었고, 제 생각을 정리하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친구들이 많아진 점도 기쁩니다. 그리고 그들과 언제든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 더 기쁘고, 제가 어디에 있더라도 이들과 함께한 순간을 기억한다는 것이 가장 기쁩니다. 그리고 이들과 얘기하면서 생활의 지혜라고 할 수 있는, 도움이 되는 사고방식을 구체화하고 공유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메타인지입니다.

또한 늘 갖고 있는 생산성 도구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일이 많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나눈 주제는 옵시디언이었습니다. 제텔카스텐도 가능하고, 제 2의 뇌도 가능하고, 일기와 회고도 가능한 고급 메모장인데, 지금 이 글의 초안도 옵시디언에 작성했습니다. 옵시디언의 초기 허들이 너무 높다는 약점을 알게 되어, 한국어 사용자를 위한 옵시디언 튜토리얼을 작성하여 공유했습니다.

가을: 메타인지 세미나와 컨설팅

메타인지라는 개념은 상당히 오랫동안 알려져 있으며, 한국에서도 꽤 널리 알려진 개념 중 하나입니다. 수많은 커피챗을 통해 알게 된 것은 제가 평소에 하던 사고방식이 메타인지를 많이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특별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자신이 일상에서 습관적으로 취하는 태도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특별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커피챗 중에 만난 많은 친구들의 도움과 조언을 통해 제 생각을 구체화하고 목표를 명확히 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메타인지 이야기를 하는 것이 흥미로웠고, 일상 속 순간들에서 메타인지가 필요한 순간을 발견하여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방법을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여러 가지 형식을 고려한 끝에 세미나 형식을 택하여 제 생각을 강의하는 것을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세미나를 어떻게 진행할지 몇 주 간 많은 고민을 하고, 친구들의 도움도 많이 받았습니다. 그 결과, 만족스러운 세미나 컨텐츠를 구성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세미나 도중에 만난 새로운 친구가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었는데, 처음에는 일반적인 강연으로 끝날 뻔한 세미나를 전문적으로 마케팅하고 체계적인 세미나로 만들어주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한 달 간의 노력 끝에 토요일 오전마다 열리는 세미나를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10여 명 정도가 구글 밋에 참여해 제 강연을 듣기 시작했는데, 4회에 걸친 세미나를 통해 입소문과 후기를 통해 학습자들이 점점 늘어났습니다. 성공적이라고 확언할 수는 없지만, 제가 만족할 만한 퀄리티의 강연이었고, 강연 이후 질의응답을 통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세미나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세미나를 진행하다가 어느 날, 학습자들 중에는 일반적인 메타인지 활용 지식보다는 더 개인화된 컨설팅을 원하는 수요가 생겼습니다. 기존 커피챗 내용 중 메타인지를 응용하는 방법에 대한 내용을 강화하면 컨설팅과 다를 것이 없었기 때문에, 컨설팅을 신청받아 열게 되었습니다. 내담자의 상황을 더 깊이 들어보고 문제를 발견하여 메타인지로 해결 가능한 부분을 분류하고 방법을 공유하였습니다.

여러 번의 컨설팅을 거치며 많은 내담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습니다. 컨설팅 이후에는 복학을 준비하며 교환학생을 위한 토플 시험을 한 달 동안 준비하고 시험을 치렀습니다. 기존 3달간의 계획보다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더 밀도 있게 준비하여 적당한 성적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내년에도 한 번 더 시험을 볼 계획입니다.

휴학이 끝나고, 저는 대전에 있는 대학으로 돌아와 개학을 맞이했습니다. 오랜만에 학교에 돌아와 대학 친구들을 만나니, 복학생 몇몇을 제외하면 대부분 대학원생이 되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3학년이니 다들 석사 과정에 있을 나이여서 그런 것 같습니다. 다시 만난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새로운 인원이 많이 생긴 문학 동아리 친구들도 만나서 즐거웠습니다.

겨울: 미래를 꿈꾸는 복학생

저는 이제 학부생입니다. 매달 월급이 입금되지 않고, 출퇴근이 없으며, 대신 강의 출석과 과제가 있는 학부생으로서의 일상을 살고 있습니다. 학부생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며 수강 신청, 수업 참여, 과제 수행, 동아리 활동, 뒤풀이, 다음 날을 위한 수업 준비 등 다양한 경험을 했습니다. 축제를 즐기고, 외국인학생 버디와 식사를 나누기도 하며, 학생사회 선거에 참여하여 투표하는 등 학부 생활을 즐기고 있습니다.

학과에서는 "계측"이라 불리는 필수 과목이 있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의 실험 참여가 필요하며, 실험 전과 후에 보고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이 과목은 일주일에 3일을 계측을 위해 할애해야 하는 어려운 과목으로 악명이 높았습니다. 이번 학기에 수강했는데, 매우 시간이 촘촘히 계획되어 사용되어야 했습니다.

한편, 뇌과학대학원 연구실에서 연구 인턴을 진행하여 연구 역량을 증진했습니다. 랩미팅 참여를 통해 실제 연구실에서의 생생한 경험과 대학원생 선배들과의 소중한 이야기를 나누며 학계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학회 참가 경험은 연구자로서의 길을 선택하는 데 큰 힌트를 주었습니다.

학기 말에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치르는 동안 교환학생 기회를 얻었습니다. 제가 재학 중인 대학에서는 미국 동부의 대학과 공동캠퍼스 협약을 맺어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서 신청했는데, 운이 좋게도 합격했습니다. 이 교환학생 경험은 미래의 활동을 위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겨울방학이 시작되면서 저는 서울 본가로 돌아와 교환학생 준비와 함께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교환학생 프로그램 후에는 여름에 인턴십 프로그램을 신청하여 연구 역량을 향상시키고 미국 문화에 적응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또한 대전에서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과 서울에서 매일 만나 친분을 쌓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렇게 2023년은 혼돈과 변혁의 한 해로 지나갔습니다. 많은 변화가 있었고, 무엇보다 제 인생의 방향을 어느 정도 구체화한 것이 큰 성취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원하는 미래를 향해, 바이오와 IT 분야의 혁신을 이끄는 사람이 되기 위한 계획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교환학생, 연구 인턴, 대학원 유학 등 다양한 도전을 통해 계속 성장해 나갈 것입니다. 이렇게 지금까지 저의 2023년 회고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커피챗 신청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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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하는 뇌공학도 김용태입니다. 뇌공학은 어떤 미래를 만들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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