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Log #5] [회고] 내 경험이 만들어낸 편견이 깨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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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 기업들의 특징 중 하나는 프로젝트에서 철수하고 본사로 출퇴근하며 쉬다가 다음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것이다. 본사에 출근하여 할 일이 없어 무료한 시간을 보낼 바엔 공부라도 하려고 했으나, 내가 속했던 회사는 사내에서 공부하는 걸 썩 좋아하지 않았다. 개인의 역량을 높여 회사의 이름으로 프로젝트에 나가 일을 잘 마무리하면 회사 입장에서도 좋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이해할 수 없었지만, 사내에서 공부하는 걸 지양하니 무료한 시간을 그저 앉아서 보내며 일과를 채웠다.

현재 진행 중인 지방 거점 시중은행 웹·모바일 접근성(장차법) 개선 프로젝트가 순탄치 않은 모양이었다. 본사 대기 인력 중 내가 지원을 나가게 되었다.

이번 지원 프로젝트와는 적당히 거리를 두며 깊이 동화되지 않으려 했다. 지난 SI 경험 속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생긴 일종의 방어기제였다. 예전에는 시키면 시키는 대로 무리하게 일정을 맞추다 몸과 마음이 크게 축나기도 했다. 여러 프로젝트를 거치며 내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와 내 몫의 범위를 명확히 알게 되면서부터, 나도 모르게 점점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게 된 것이다. 특히 사람들과 친분이 두터워지면 무리한 야근과 특근 요청을 거절하지 못하고 떠안게 되곤 했는데, 이번만큼은 그런 상황을 경계하고 싶었다.

그렇다고 해서 늑장을 부리거나 맡은 일을 소홀히 하겠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럴 성격도 못 되었다. 딱 내 몫만큼 확실히 해내어, 지친 팀원들에게 나만큼의 숨 돌릴 틈을 만들어 주는 것. 그것이 내가 생각한 지원 인력으로서의 존재 가치이자 바라는 바였다.

하지만 실제로 겪어본 그곳은 지금까지 만났던 팀원들 중 가장 돈독했던 곳으로 기억에 남는다.

이미 팀워크가 굳어지고 마무리 단계에 다다른 프로젝트에 뒤늦게 투입된다는 건, 마치 단단한 돌 틈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는 일과 같았다. 이미 결속이 단단한 팀원들 사이에서 어떻게 적응해야 할지, 그 안에서 어떻게 선을 지키며 온전히 ‘지원 인력’의 자리로만 남을 수 있을지 고민이 깊었다. 불길이 활활 타오르는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들어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싶어 머릿속이 참 복잡했다.

그때 내가 택한 방법은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이었다. 옆자리 팀원의 업무가 버거워 보여 내 몫으로 덜어오며 조심스레 다가갔고, 모르는 부분은 다른 분들께 적극적으로 물어가며 굳건한 돌 틈 사이에 차츰 안착해 나갔다.

점점 상황이 악화되는 와중에도 PL은 팀원들이 지치지 않도록 야근과 특근을 제한하며 스케줄을 세심하게 조율해 주었다. 팀원들 역시 서로를 물심양면 도우며 버텼지만, 끊임없이 쏟아지는 결함을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대부분 프리랜서였던 팀원들이 하나둘 계약 기간 만료로 철수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어려워졌다.

서울과 지방에서 업무를 나누어 진행했던 프로젝트였는데, 서울의 프로젝트 룸과 프리랜서 팀도 계약 기간이 만료되어 나 역시 더 이상 서울에서 업무를 이어가기 어려워진 시점에 결혼식 날짜가 다가왔다. 사실 결혼식이 없었다면 내가 어떻게 일을 이어가고 있었을지 잘 모르겠다. 결혼식을 치르고 신혼여행을 다녀와 보니 서울에서는 더 이상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없었고, 지방으로 내려가기에는 아내가 임신 중이라 그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그렇게 지원 프로젝트에서 철수해 본사로 복귀하면서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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