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12시고 내일 새벽 6:30 에 일어나야 해서 엄청 피곤하고 술까지 좀 마셔서 졸리지마는 일기는 쓰고 자야겠다. 왜냐면 일기는 1순위니까...
오늘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내가 밥을 차려주려고 했는데 룸메들도 일찍 일어나서 너나할것 없이 부지런히 밥상을 차렸다.
옆방 사람들은 요리하는 거 싫어하던데 우리 4명은 다 요리하는 것도 좋아하고 살림꾼들이라 깨끗하고 쩍지게 밥상을 차려 먹고 싶어하는 게 잘 맞는다.
양파를 썰어서 오믈렛을 하고 오렌지도 까고
양상추도 씻고
샌드위치랑 시나몬 시리얼이랑 무가당 요거트랑 해서 엄청 먹었다. 어제 너무 굶어서 먹지 않으면 더 이상 살 수 없다는 생각으로 필사적으로 먹었다.
호텔 조식 st 로 진짜진짜 맛있었다. 근데 이렇게 먹었는데도 한두시간이 지나자 금방 배가 고팠다. 이 동네 음식 배가 빨리 꺼지는 것 같다.
오늘은 날씨가 엄청 맑았지만 여전히 추웠다.
K 스퀘어 빌딩으로 출근을 했다. 여기서는 다들 조교님도 그렇고 출근이라고 표현하신다.
9시에 도착해서 어제 얘기하던 팀 프로젝트 얘기를 구체화했다. 보통 4~7명 정도가 팀을 짜는데 우리 팀은 셋 다 무조건 자동차! 무조건 자율주행!
차만 굴릴 수 있으면 어떤 방법을 쓰던 크게 상관 없는 사람들이라 팀을 조율하고 말 것도 없이 3명이서 팀을 했다.
영어를 진짜 개많이 듣고 쪼금 많이 말하고 있다. 퍼듀에서 박사를 하고 계신 조교님께 9시부터는 "어떻게 논문을 쓰는가?" 에 대해서 배웠다. IEEE 포맷으로 구성은 어떻게 되는지, 내용은 어떻게 쓰는 게 좋은지 간략하게 배웠다.
그리고는 내가 너무 배가 고팠다. 배고프냐고 묻길래 아 저 starving 한다 아주 배고프다고 그랬더니,
에릭 교수님께 아주 먹보 학생으로 각인된 것 같았다. 이후에도 내가 뭘 손에 들고 있으니까 넌 왜 맨날 먹고 있니? 이래서 ㅇㅅㅇ;; 했음.
암튼 점심은 cane's 에 가서 3 finger combo 를 먹었다. 미국에서 먹은 것 중에서는 그나마 제일 맛있었다. 여기 레모네이드는 탄산이 없는 레모네이드라서 좋다. 나 같은 탄산 찌질이는 콜라 빼면 먹을 게 딱히 없기 때문이었다.
이거 먹으면서 책임님이랑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서 스몰토크 했다. 먹는 중간에 또 다른 퍼듀 한국 학생들이 3명 들어왔었는데,
'아니 왜 여기 이렇게 한국인이 많지?' 하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밥 다 먹고는 시간이 좀 남아서 산책을 했다. 책임님이 커피 사주신대서 GreyHouse 라는 커피집에 갔다.
원래 어떤 수상쩍은 대만식 버블티집에 들어갔는데 여기 너무 이상한 것 같아서 다른 곳으로 나왔다.
막내인 내가 주문 취합하라고 해서 한 명씩 물어보고 했다. 커피 엄청 맛있었다. 가게 안에 자리가 없어서 그 앞에 있는 의자에 둘러 앉아서 커피 마셨다. 왕 행복했음.
책임님이 연말에 뭐랬지... 아마존 뉴욕지사인가? 거기서 하는 인턴 프로그램 신청 받을거라고 해서 또 귀가 솔깃해졌다.
오후에는 내내 프로젝트 얘기를 했다.
우선 이전 팀들은 어떤 종류를 했는지 들었다. 여기서는 자유롭게 주제를 구상하고 그에 대한 지원을 충분히 받을 수 있다고 나는 이해했다. 논문 쓰는 법도 배우고, 퍼듀대 현지 학생들과 소통하면서 내 연구를 좀 더 발전시킬 수 있다고도 했다.
팀워크니까 서로간의 의견을 조율하고, 이를 요약해서 영어로 교수님께 말하고, 또 궁금한 걸 물어보고 피드백을 받는 과정이 중요했다.
우리는 각자 꼭 들어갔으면 하는 키워드를 모았다.
자율주행, 자동차, 강화학습, 비전
이렇게 네 가지였다.
그래서 교수님께 '학교에서 테스트 주행을 해 볼 수 있는지, 그렇다면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차량은 어떤 게 있는지' 여쭤봤는데
우선 학교 교내 도로나 인도에서 주행하려면 퍼듀 측에 허락을 받아야 하는데, (기기의 안전성 등) 이 과정이 한 달 이상 걸릴 것 같다고 하셨다. 만약 도로 주행이 아니라면 주차장 같은 곳에서 할 수 있다고 하셨다.
만약에 일반 포장 도로가 아니면 토니 교수님께서 소유하고 있는 농장을 이용할 수 있다고도 하셨다.
여기가 미국이고 인디애나라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모든 대화의 귀결이 약간 농장에서 사용하는 ~ 쪽으로 흘러가는 것 같았다.
이곳 사람들의 삶 == 농장
아무튼 처음에 나는 비도로에서 주행하는 것도 좋았는데 나머지 팀원 두 분이 일반적인 포장 도로에서 주행하는 걸 하고 싶어 하셔서
그 부분에서 합의점이 잘 안 맞았는데,
교수님 의견도 그렇고 현실적으로 포장 도로에서는 테스트를 하는 게 많이 어려울 것 같았다. 우리 셋은 <바깥에서, 1m 이상의 큰 차를 테스트 주행하기> 라는 공통되고 확실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포장 도로에 관해서는 타협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후 토니교수님께 농장에서 어떤 종류의 자율주행이 필요하냐고 여쭤보니까
물건을 싣고 이동할 일이 많기 때문에 leader-follower 형태의 주행 카트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우리가 farm 에 관해서 전혀 몰라서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다고 하니까 내일이나, 주말쯤에 차에 태워서 농장을 구경시켜주시겠다고 하셨다.
땅의 형태가 어떤지, 수확하기 위해서는 어떤 경로로 움직여야 하는지, 장애물에는 어떤 종류가 있는지 알아봐야 할 것 같다.
아마 옥수수밭같은 대농장은 이미 John Deere 같은 곳에서 완전 자율주행을 하는 대형 트럭같은 걸 만들어서,
국소적인 부위의 tree farm 같은 곳을 노려야 연구의 독창성이 있을 것이다.
아무튼 이런 기회가 또 언제 있겠냐 싶어서 아주 기대가 된다. 에릭 교수님이 쪼그만 걸로 미리 만들어보라고 하셔서 mobile robot 플랫폼을 하나 받았다.
5시 넘어서는 퇴근을 했다. 에릭교수님이 한인 마트에 갈 사람 손들라고 해서 식료품에 목이 마른 나는 전광석화처럼 손을 들었다. 근데 교수님이 아 지금 뭐 할 게 있어서 10~15분 정도 기다리면 태워서 가시겠다고 했는데
1시간 넘게 기다렸다. 그래서 우리들은 둘러 앉아서 아 미국인들의 시간은 한 네 배쯤 뻥튀기 해서 잘 알아들어야겠다고 얘기를 했다.
한인 마트에서 싹쓸이를 했더니만 교수님이 너가 오늘의 챔피언이다, 네 카트가 제일 꽉 찼다고 하셔서
하지만 우리는 어제 100달러밖에 못 산 데다가 어제 산 걸 반이나 이미 먹어버렸다, 돈을 혼자서 다 쓰는 배드 맨이 되고 싶지는 않으니 혹시 돌려놔야 하면 말씀 해달라고 했는데
괜찮다고 하셔서 그냥 다 샀다. 먹고는 살아야 하지 않은가? ㅠ.ㅠ
위에 보이는 것은 자율주행 EV CAR 대회가 열리는 경기장. 이런 경기장이 학교에 있다니 너무 부러웠다. 학교가 진짜 Enormous 한데다가 없는 게 없다. 골프장이 있어서 골프를 쳐 볼 수도 있다고 했다.
룸메들이 장보러 가서 8시 넘어서 왔는데 나는 너무 배가 또 고파서 옆방에 가서 같이 라면을 끓여 먹었다.
먹는 얘기밖에 안 하는 것 같네... 나는 한국에서는 먹는 거에 거의 관심이 없는 편이었다.
교육생 중에 한 분이 오늘 생일이셔서 케이크를 사고 롤링페이퍼를 써서 아파트 한 방에서 깜짝 파티를 했다. 보드카는 들고 갔는데 나는 마시지는 않았다. 너무 재밌었다.
내일은 또 바쁘겠지... 정신없고 피곤하고 춥지만 너무너무 재밌는 퍼듀 생활 3일차 끝. 미친듯이 졸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