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설국 (가와바타 야스나리)

문연수·2024년 4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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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책 정보

  • 책 이름: 설국
  • 저자: 가와바타 야스나리
  • 출판사: 민음사

3. 초서

- 1. 입지

 너무 어렸을 때에 익은 책이라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아마 중-고등학생 때 처음 이 책을 접하여 읽게 되었던 것 같다. 이 책의 외관상의 특징은 필자의 집에 꽂혀 있는 민음사 세계 문학 전집 시리즈 중에서도 독보적으로 얇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제목이 너무 멋있다는 것이다. 설국, 보자마자 얼른 꺼내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6년도 더 지난 지금 군대 독서 모임에서 설국이 언급되었다. 같은 책을 두 번 이상 읽지 않으려 하는 필자의 성향 때문에 재독하는 것이 불편했으나, 그날에 보았던 설국이 너무나 아름다웠기에 그 경험을 함께 공유해도 좋을 것 같았다.

 그렇게 다시 설국을 읽게 되었다.

- 2. 해독

 필자가 그 시절 읽었던 설국이란 이랬다: 두 눈에 아로새기는 듯한 저자의 섬세한 표현, 선명하게 그려지는 아름다운 설국의 정경, 여성의 순수미. 뭐 이런 것들로 끝났던 것 같다.

 이번에는 인물 간의 관계에 초점을 두고 집중해서 읽었다. 설국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싶었다면, 구태어 복잡한 인물 관계를 도식할 필요가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인간 관계는 저자가 보여주고 싶었던 어떤 아름다움과는 대칭점에 있는 요소가 아닌가? 지저분해진다. 필시 그럴 것이다. 저자의 의중이 궁금해졌다.

 재독으로 내가 알아낸 바는... 설국은 환상이다. 그곳의 사람들은, 그녀들은 서로 다른 이들이 아닌 하나의 요소로서 그 아름다움을 꾸며준다. 그것을 허무로서 보여준다. 국경의 긴 터널을 지나는 순간, 현실과의 연결이 느슨해진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그 터널과 닮은 구석이 있다. 점점 깊게 설국의 아름다움에 빠진다. 하지만 순서한 정신이 그 잠을 깨운다. 영화 인셉션의 Kick 이다. 그리고 모든 것이 일장춘몽이었음을 깨닫는다. 그렇게 설국에서의 잠에서 깨어나고 소설은 끝난다.

- 3. 판단

 저자는 시종일관 헛수고(허무함)의 미학에 대해 주창한다. 여기에 대해선 필자도 어떤 뜻이 닿는 바가 있다. 이는 필자에게 있어 C 다. 백악관에서 C/C++ 의 사용 중단을 촉구했다. 나도 알고 있다. Trust the Programmer 는 옛 말이다. 정말 그렇다. 이제 우리의 한계를 인정해야 될 때가 된 것이다. 메모리는 프로그래머의 영역이 아니다. 나도 알고 있다.

 알고 있지만, 나는 저자의 생각에 반대한다. 허무하기에, 그렇기에 순수하고, 그렇기에 아름답다? 도대체 어떤 일이 허무하지 않은가! 나는 저자에게 묻고 싶다. 진정 그런 것이 있는지 말이다. 저자는 시간에 흐름 앞에 스러졌다, 이 설국을 세상에 남기고. 허무한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허무해서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사실 그런건 안중에도 없었다. 그 덧없음으로 본질을 치장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 정신 자체가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이다. Trust the Programmer, 인간에 대한 믿음. 한창 C 가 쓰인 예나, C 의 사용 금지를 촉구하는 지금이나 여전히 소중하고 아름답다.

- 4. 기록

 우리는 본질에 다가감에 따라 나 자신과 멀어진다. 국경의 긴 터널 앞에서 다시 우리를 찾아야 한다. 그 여행길을 시작하게 된 계기, 그리고 다시금 방문한 그것은, 절대 헛수고 때문이 아니다. 그곳으로 이끈 본성적 단초는 헛수고 때문이 아니다. 지고의 미를 추구하는 원망(願望)이다.

 당신이 남긴 설국은 예나 지금이나 아름답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 날 본 하늘의 별무리처럼.

- 5. 의식

 사실 책의 내용적 측면 뿐 아니라 이 책에 대한 독서 모임에서의 경험이 뜻 깊었기에 이 또한 초서하려 한다.

 나는 책을 깊게 이해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저자의 의도를 파악하려고 부단히 애썼다. 초서도 그 과정 중에 하나다. 물론 모두가 책을 이렇게 읽진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어디까지 책을 읽는게 맞는 건지 궁금해졌다.

 토론 중에 다른 이들의 생각에 공감을 많이 하게 되었다. 힘 닿는 데까지 해본다. 거기까지면 충분하다. 정답이 없는 문학에서 어떻게 읽는게 옳은지 논하는 것 자체가 우문이다. 내가 읽고, 내가 생각하고, 내가 느낀 것만 있으면 된다.

 다만 하나 더 끼워 넣자면, 무언가 얻어가는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면 무용하다. 이는 초서 독서법에서도 언급된다. 언제나 뜻을 강구해야 한다.

 추가로 같은 저자의 명인 도 읽어보고 싶다. 바둑을 좋아하는 필자로선 관심가는 책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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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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