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대학생 신분의' 저를 아껴주시고 즐겨주신 여러분께 이런 소식을 전하게 되어 매우 죄송합니다.
아울러 그간 '대학생 신분의' 저에 대한 응원과 격려를 보내주신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20대의 초반부터 중반까지 지냈던 대학을 떠났다.
사는 방식의 템플릿이 많이 바뀌고 있는 요즘, 내가 느꼈던 단편적인 생각들을 일기장에 적듯 두서 없이 적어내려 한다.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싶다는 생각은 어렸을 때부터 했던 것 같다. 중학교 2학년?
별 계기는 아니었는데, 그 때 당시 부모님께서 첫 스마트폰을 사주셨다. 기종은 갤럭시 S였다.
중학교 2학년이 스마트폰으로 어떤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었을까.. 😎 그 때 당시에는 휴대폰 게임을 엄청 했었던 것 같다.
유행했던 게임 중에는 '팔라독', '드래곤 플라이트' 등이 있었다. 둘 다 엄청 재미있게 했었다.
2012년의 휴대폰 게임들은 지금처럼 안티 치트가 잘 되어있지 않았던 것이 기억난다.
2012년의 스마트폰은, 기본 어플을 돌리기에도 성능이 충분하지 못했다. 최신 게임은 정말 최신 기기에서만 플레이가 가능했었다.
램 최적화를 수동으로 종종 해줘야 했음은 물론이고, 그마저도 부족해서 기기가 프리징되는 경우가 꽤 있었기에 하드 리부팅을 했었다.
초창기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사용자 경험은 정말 좋지 않았다.. OS / UI 자체의 최적화가 지금처럼 잘 되어 있지 않았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루팅과 커스텀 롬 적용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knox와 같은 보안 솔루션이 적용되기 전 ~ 막 도입되던 시기)
루팅을 한 이후에는 해외의 사이트를 돌아다니면서 서너개의 커스텀 롬을 번갈아가면서 적용해봤던 것 같다.
스마트폰은 컴퓨터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던 그 시절 나의 장난감이었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 보니 컴퓨터로 자료를 뭔가 찾아보는 시간이 많아졌기 때문이었을까?
어느 날 서점에서 Javascript + CSS + HTML 책을 봤었다. 나는 뭔가 홀린 듯 그 책을 사들고 집에 와서 예제 하나 하나를 따라해보면서 신기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물론 그 책에 있는 내용은 지금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
<div>
태그 대신 <table>
태그를 사용한 구조가 종종 있었던 것이 기억난다.프로그래밍에 관심을 가지게 된 나는 인생에 있어서의 첫 번째 큰 결심을 하게 되는데..
2016년 추운 겨울, 나는 수시 원서 8장 (6+2)를 모두 컴퓨터 공학과 진학 원서로 작성했다.
원서 대부분이 주제를 모르고 썼던 상향 지원이었기 때문에, 7불합의 쓴 맛을 맛보고 마지막으로 합격 발표된 곳에 입학을 하게 되었다.
대학 생활은 즐거웠다! 게임도 많이 했었고, 술도 많이 마셨다.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었고, 대부분은 지금까지도 친하게 지내고 있는 좋은 사람들이었던 것에 감사한다.
2학년까지의 대학생으로써의 나는, '갓생'을 살아야겠다는 다짐은 전혀 하고 있지 않았던 한량이었다.
(하스스톤 전설 도전을 하다 결국 찍지 못했던 것이 기억난다)
그리고.. 2학년을 마치고 2019년 초에 입대를 하게 된다.
19개월이 좀 넘는 군 생활을 마친 복학생들이 다들 그렇듯, 나도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 달라진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는데, 복학을 한 후에는 '컴퓨터 공학과'를 바라보는 사회적인 시선이 달라졌었다. 내가 입학했을 때와는 달리 입결 자체도 엄청나게 올라가 있었다.
전역했더니 도내 S랭크 초 인기 학과의 복학생이 되어 있었던 건에 대하여
'Java 두명 타요' 짤로 대표되던 개발자 인식이 단 몇 년 사이에 굉장히 많이 좋아졌던 것이 기억난다. 이유는 몇 가지가 복합적으로 있었던 것 같은데,
'갓생'을 살고자 다짐한 나는 이런 개발자 열풍 속에서 고민했다.
나는 왜 개발자가 되고 싶은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개발자가 된다면 그 속에서 나는 어떤 특별함을 가질 수 있을까?
사실 나는 꽤 최근까지 졸업 후 진로에 대한 방향을 명확하게 하지 못했다.
대학원 진학과 취업 사이에서 고민했었고, 4학년 2학기를 앞두고도 교수님과 상담을 진행했었다.
결국 인턴을 하면서 겪었던 개발에 대한 긍정적인 기억이 졸업을 앞두고 취업을 선택하도록 이끌었다.
8개월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인턴을 하며 정말 많은 것을 배웠던 경험이 내 결정에 용기와 힘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Thanks to JY님, HS님, S팀장님)
20대 초중반 대학생 중 자신이 선택한 앞날에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내가 걸어가는 이 길이 옳은가? 만약 내 생각과 너무 다르면 어쩌지? 라는 고민을 했었고
4학년이 되어서는 화려한 모습의 내 또래들을 보며 한없이 작아지는 나 자신과 매일매일 싸웠다.
정말 뛰어난 사람들이 개발자가 되길 원하는 요즘, 내가 내세울 수 있었던 가치는 많지 않았지만 컸다고 생각한다.
나는 개발을 좋아한다. 삽질을 즐기고 고민 끝에 나온 해결책이 의도대로 동작할 때 짜릿함을 느낀다.
그리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좋은 곳에 졸업 전 취업을 하게 되었다.
신입 백엔드 개발자 2022년 회고
나는 아직도 내가 왜 채용되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진다.
주변에는 너무나도 뛰어난 개발자를 꿈꾸는 또래들이 많았고 내가 강점으로 내세울 수 있었던 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가진 강점이 그만큼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력이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 모든 것들이 나에게 일어난 것은 모두 과분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졸업식 당일에는 사진 찍느라 정신 없어서 하루가 엄청 빨리 갔었다.
그리고 이사를 하기 전 집 주변을 산책하는데 많은 생각이 들었다.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학교 주변과 자취방 주변을 계속 걸었다.
5년이 조금 넘는 시간을 상도동에서 보냈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배우고 얻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만약 내가 20살의 나로 돌아가 다시 대학생활을 한다면 좀 더 노력해볼 것들에는 무엇이 있을까.
여담이지만 공부하며 소소하게 느꼈던 점들은
어제는 미래를 상상했고
오늘은 오늘을 경험했고
내일은 내일을 후회했다시간은
빛이 달아나는 속도처럼 빠르거나
빚이 불어나는 속도처럼 더 빨랐다<졸업 시즌, 오은>
내가 늘 친구들에게 말하는 😀 삶의 원동력이자 모토로 삼고 있는 말이 있다.
힘들지만 재미있는 일을 하면 나중엔 힘든 것은 다 잊고 재미있는 기억만 남는다.
지금, 오늘 하루가 조금 힘들더라도 내가 하고 있는 공부와 일과 만나는 사람들에서 즐거움을 얻는다면
그것 자체로도 내일을, 앞으로를 기대할 수 있는 힘이 되지 않을까?
적어도 나의 대학 생활은 그랬다.
졸업 축하드려요! 여러모로 공감되는 내용이 많아 재밌게 읽고 갑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