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문득 고3 때 확률과 통계를 배우던 때가 생각난다. 나에게 통계는 미적분과는 달랐다. 미적분은 적어도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였다. 그래프가 보이고, 공식이 보이고, 정답을 찾는 과정이 딱 손에 잡히는 느낌이었다. 확통은 그것과 달랐다. 모든 그래프는 표준정규분포표에, 표준분포, 표준정규분포, 모집단 같은 소리에, 문제 지문은 무슨 국어 문제를 푸는 마냥 길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풀었다. 그건 문제였으니까.
이제 난 답이 정해지지 않은 확통 문제를 마주했다. 이제야 내가 숫자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이과 직무를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체감했다. 그외에도 참 다이나믹한 하루였다. 오늘은 3월 마지막 날 있었던 일들을 한 번 살펴보도록 하자.
벌써 세 번째 팀을 만났다. 이번 FOREVER21팀은 아마 내가 앞서 만났던 두 팀과 비교했을 때 어느 팀보다 개성이 강하다. 일단 팀원들이 테스테토론이 넘친다. 호방하며, 개성있고, 솔직한 사람들이다. 개인적으로는 무엇을 하든, 월말에 있을 프로젝트가 어느 때보다 기대된다. 이 팀원들과의 프로젝트는 어떤 이야기로 이어질지 솔직히 기대가 크다.
첫 만남이었던 만큼, 팀 기반 작업과 자기소개, 그리고 아이스브레이킹이 오늘 하루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 캠프 기간 중 가장 많이 웃은 날이었다. 다들 함께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의지도 있어서 그런가, 팀 단위로 할 수 있는 걸 구상해보고 싶어졌다.
오늘은 그래서 새롭게 열린 통계학 강의 1, 2주차 퀴즈도 서로 내보고, 서로의 진로나 전공, 사는 곳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다들 사는 곳도 제각각이고, 직무는 겹치는 게 거의 없었다. 그래서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팀이다.
10년 넘게 마주칠 일이 없던 통계와의 재회는 아직은 탐탁치 않다. 함수는 분명 이해가 가는데, 상관관계라던가, 분산 같은 개념이 여전히 직관적으로 와닿지는 않는다. 아마 평소에 내가 살던 문자의 세계와는 전혀 다른, 진정한 의미의 수의 세계라서 그런 건 아닐까?
하지만 이 능력이 분석가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은 아티클 스터디를 통해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마주했을 때 겁을 먹지 않겠다고 다짐했고, 난 아직은 겁을 먹지 않았다. 싸울 준비가 되어있다.
우리 팀원들은 해이해진 정신과 실천 정신을 다잡고자, 이제 코드카타 시간을 함께 보내고, 매주 퀴즈를 직접 서로에게 내주며, 강의와 세션 이후 스터디 시간을 갖자는 나의 말에 동의해줬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라 믿는다.
이번 팀 활동을 통해 다시 나도 부지런한 초반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어차피 퀴즈쇼 우승은 서지민 ~